[시론] 미디어 2.0은 사회적 뇌신경 세포, 그리고 지식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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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디어 2.0은 사회적 뇌신경 세포, 그리고 지식의 지도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 승인 2007.10.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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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성공회대 국제 NGO대학원 교수)

최근 유전공학을 비롯해서 뇌신경학 등 자연과학의 발전은 인문사회과학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르고 놀라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2000년도에 기억에 대한 뇌신경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에릭 캔들(Eric Kandel)이 얼마 전 출간한 <기억을 찾아서(In Search of Memory)>는 역사와 정신분석학에 몰두했던 한 오스트리아 청년이 어떻게 <마음의 생물학(Biology of Mind)>이라는 분야에까지 눈을 뜨게 되었는지 과학사의 이야기까지 곁들여 흥미롭게 보여준다.  아직 이 책의 번역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저작들이 “과학지식의 대중화”, 그리고 더 나가서 “대중의 과학화”로 이르는 길을 여는 일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편,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정보나 신호를 받아들이고 이를 전달하면서 여기에 반응할 수 있는 각종 다양한 움직임을 명령으로 내보내는 뇌의 작동과정은, 한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지식의 체계가 보다 실질적으로 그 공동체의 생명을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결국 정보와 지식의 종합적 체계화에 성공하는 뇌신경 세포의 발달이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발견은 한 사회의 지적 생태계를 어떻게 조직화해야 할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시간의 지도(Map of Times)>라는 세계사 책을 쓴 데이비드 크리스찬(David Christian)은 자연사와 인류사를 서로 결합시켜 하나의 큰 역사체계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천문학적 발견에서부터 인류학적 연구까지 서로 연결시켜 인간이 살아온 삶의 방식은 물론이고 인간이 오랜 세월 진화발전해온 지구의 역사를 모두 포괄하여 역사의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데이비드 크리스찬의 역사 서술 방식은 기존의 고대문명사부터 시작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그는 우주생성의 기원과 생물의 등장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풀어낸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의 상상력과 지식의 범위는 그 차원을 달리하게 된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협력과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와 같은 통합적 지식 생산은 당연히 오늘날 세계를 이끌고 가는 첨단의 경향이다. 이른바 ‘통섭’이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지적 체계의 구성이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매우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노력들이 아주 미미하고 느리게 진행된다고 해도 그 과정이 축적되어 가면 자연 이는 하나의 지적 변화, 내지는 변형을 가져오게 되어 있으며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폭발적인 팽창을 하게 된다.  찰스 다윈이 말했던 “오랜 축적의 과정을 통한 종의 변이”가 인간의 지적 체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도 지질학의 연구가 쌓이고, 식물학, 동물학, 해양기술의 발전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져서 어느 지점에서 하나의 거대한 체계로 엮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지적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의 길이와 노력의 무게는 당장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미미한 차이인 것 같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에 서툴거나 관심이 낮다.  그렇게 해서는 이 사회를 진정한 진화의 과정으로 올라서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디어는 사실 바로 이러한 기본적인 지적 축적을 풍요하게 하는 공적 장치다. 

이 장치가 잘 발달되어야 그 사회의 사회적 뇌신경 세포는 제대로 움직일 수 있으며, 지식의 지도는 보다 정교해진다.  지식의 집단적 구성을 창조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 2.0의 시대’는 바로 이러한 미래의 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느 수준에서 미디어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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