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헬로!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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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헬로! 루키!
  • 고현미 PD
  • 승인 2007.10.1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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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미 EBS ‘스페이스-공감’ PD

저녁 8시에 찾아간 강남의 한 대학교 아트센터 건물. 주택가 사이로 한 골목을 돌아가니 건물밖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있는 상큼한 대학생 무리가 보인다. 이곳에 이런 대학교 건물도 있었구나 생각하며 촬영팀과 건물 안으로 들어가 촬영할 장소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오늘 촬영할 밴드의 리더인 친구가 로비라고 소개한 곳에는 둥글고 투명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은 상큼한 대학생 무리들이 각기 다른 악기를 들고서 ‘띵띵’거리고 있다. 로비를 거쳐 지하 연습실에 내려가 자리를 잡은 뒤 드럼과 키보드를 배경으로 의자 5개를 나란히 놓는다. 조명과 카메라를 켜고 인터뷰 시작!

어떻게 ‘헬로루키’에 지원하게 됐어요? 2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떻던가요? 언제 어떻게 만나 함께 밴드를 하게 됐어요?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인지 소개해준다면? ‘헬로루키’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두서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로빈이 토끼란 사실을 알고 있었나’ 라는 꽤 긴 이름을 갖고 있는 이 밴드는 2차 오디션을 보고 나서 왠지 예감이 좋았다며 쌈밥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헬로루키’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많이 좋아했다는 대답을 한다. 자신들의 음악적 특징에 대해 각각 한명씩 한 마디씩 해달라고 하자 앞서 말한 사람이 할 말을 다 해버렸다고 곤란해 하면서도 멜로디와 가사를 유심히 들어달라며 정성스러운 답변을 한 마디씩 내놓는다. ‘헬로루키’ 출연팀 중 자신들이 최연소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밴드 구성원 5명의 평균 나이는 스무 살 정도. 스물한 살로 제일 나이 많고 말도 많은 리더가 이 친구는 열아홉 살이라고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베이시스트를 가리킨다.

밴드 멤버들끼리도 서로 할 말이 많아 연신 끼어든 덕분에 인터뷰인지 멤버들끼리의 수다인지 모를 인터뷰가 끝나고 마지막 결정적인 마무리 손동작을 정하지 못해 10번의 NG를 낸  끝에 ‘안녕하세요, 저희는 로빈이 토끼란 사실을 알고 있었나입니다’를 겨우 마치고 간단한 연주로 곡 한곡을 들려달라고 하자 모두가 둘러앉아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이렇게 연주를 세 곡 정도 하고 나란히 서서 어색한 포즈를 두 가지 정도 잡은 후에야 촬영은 겨우 끝이 난다.

4년째 월화수목금 매일 공연을 하고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는 이렇게 한 달에 한번 ‘헬로루키’라는 이름으로 신인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1차 UCC 심사, 2차 실연심사를 통과한 세 팀은 ‘EBS 스페이스 공감’의 무대에 출연하고 이들의 공연실황과 인터뷰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도 방송을 탄다. 여건상 한 달에 세 팀밖에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초대하지 못하지만 1차, 2차 심사를 거치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꿈과 시간을 바쳐 음악을 하고 있고 그 실력도 짐작한 수준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꿈 많고 열정 많고 게다가 젊디젊은 ‘루키’를 조금 먼저 만나는 기분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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