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포맷 거래, 세계 미디어 시장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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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PCOM 참가기]


권오대 KBS 글로벌전략팀 선임

프랑스 칸에서 해마다 봄, 가을에 열리는 MIPTV, MIPCOM은 전 세계 많은 방송산업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세계 최대의 방송콘텐츠 시장이다. PD저널 기자가 원고청탁을 하면서 ‘시장이 예년 같지 않았다면서요’ 하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나는 ‘어떤 의미에서요?’ 라고 즉시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크게 동의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기도 했지만,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나 아닌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고, 또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도 하지 않았는가. MIPCOM은 그만큼 거대한 하나의 이벤트이자 시장이다.

적어도 공식 수치상으로는 MIPCOM은 여전히 붐볐다. 105개국에서 1만3295명이 참가하였고, 545개의 스탠드, 4581개의 참가회사에 프로그램 바이어는 4237명이나 등록했다. 안티구아, 벨라루스, 피지, 모잠비크, 나미비아 등의 국가가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참가자, 참가국가수도 지난해 같은 행사보다 5% 이상 늘었고, 전체 전시회사와 바이어 숫자는 무려 10%나 늘었다.  

 MIPCOM을 조사와 학습의 장으로 삼고자 하는 참가자라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각종 컨퍼런스도 해가 갈수록 성황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글로벌 TV트렌드, 멀티플랫폼 엔터테인먼트, 모바일과 인터넷 TV 등의 카테고리로 4일간 33개의 컨퍼런스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려 글로벌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아직 식지 않은 ‘한류’

이번 MIPCOM에 참가한 어느 기자의 주장처럼 한류가 식었느니, 어떤 교수의 평가처럼 국내 방송사들의 불량프로그램 때문에 평균 콘텐츠 판매가가 반토막 났느니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최근 미니시리즈가 다소 부진한 KBS의 경우도 이번 MIPCOM에서의 매출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70%나 성장했고, 주력 상품은 여전히 드라마였고, 주요 고객도 전통 한류국가 사람들이었다.

이번 MIPCOM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수출지역의 저변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저확산 국가로 수출되면서 콘텐츠의 평균단가는 당연히 낮아지게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평균단가는 아니라 오히려 총액인데, 지상파 수출총액이 줄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는 아직 없다. 아마도 시장이 예전같지 않다는 앞서의 얘기는 우리 드라마의 주 고객인 아시아계 바이어가 다소 감소한 것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그러나 이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 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 마켓이 많이 생겨나고 또 활성화되면서 굳이 유럽까지 가서 사야할 이유가 없어서가 아닐까 한다.

KBS는 올해 메인 행사장 외벽 광고에 드라마 대신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걸었는데, KBS 다큐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한다. 드라마를 내세웠을 때 보다 유럽지역 바이어들의 문의가 많았고, 그 덕분에 <차마고도>를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터키 등에 판매했다. 또 <봉정암>, <계림기행> 등 기타 다큐도 함께 팔리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한 현재 제작중인 <인간의 땅>, <누들로드>도 선구매를 타진하는 문의가 이어졌다. 행사주관사인 ReedMidem의 서니 김은 차마고도가 아시아 다큐멘터리 전반에 대한 관심과 위상을 제고했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MIPCOM 2007의 특징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포맷 딜이 국제콘텐츠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 모바일 콘텐츠 및 환경문제를 다룬 ‘Green Program’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The Wit가 주관하여 전 세계의 신규 인기포맷을 소개하는 ‘Fresh TV around the world’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세션이었고, 워크숍 ‘How to protect your format’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젠 포맷에 대한 가치를 컨설팅해주는 회사와 포맷만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포맷 아카데미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KBS만해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사인 WMA, Endemol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 프로덕션들이 부스를 방문, KBS 연예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 중 <해피투게더-프렌즈>편은 당장이라도 계약하자는 데가 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사실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콘텐츠거래보다 포맷거래가 훨씬 자연스럽다. 한편, 한류 비확산 지역인 러시아, 동유럽 국가들도 <풀하우스> 등 드라마 리메이크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모바일 콘텐츠와 환경문제 높아

모바일 콘텐츠도 몇 년째 각종 컨퍼런스의 테마가 되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short-form 콘텐츠 발굴을 위한 드라마, 코미디, 라이프스타일, 뮤직 등 장르부문, 사교커뮤니티와 UGC 콘텐츠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부문, 포맷부문, 모바일 최고의 영화장문 부문 등 9개 분야에 걸쳐 Mobile & Internet TV awards를 선정, 시상하기도 했다.

거래되는 다큐멘터리 중 올해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것이 유난히 많았는데, MIPCOM의 컨퍼런스 가운데 Earth Report, Fresh Green TV 등 환경관련 세션도 4개나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환경문제를 이슈화하고자 하는 주관사의 의도가 읽혀진다.

MIPTV, MIPCOM은 적어도 네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자, 수많은 컨퍼런스를 통해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학습의 장이고, 상품으로 나온 최신작들의 트렌드를 읽는 조사와 기획의 장이며, 방송 관계자들끼리 모여 네트워킹을 하는 교류의 장이다. 앞으로도 많은 방송인들이 시장에 참가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한류가 식었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일본, 중국, 대만에서 한류가 주춤하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1990년대 반도체 특수로 경기가 반짝 좋았던 것처럼 겨울연가, 대장금의 특수로 인한 착시현상이 후유증일 수 있다. 주요 수출국가에서 한류는 식은 게 아니라 정착단계로 접어들면서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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