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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룡 전 방송개혁위원장 VS 정길화 PD연합회 회장
“방송 독립성 없이는 방송법안 만들어도 소용없다”

|contsmark0|방송개혁위원회에서 내놓은 통합방송법안이 마련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방송개혁위원회의 통합방송법에 대해 제기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정길화 pd연합회장은 강원룡 전 방송개혁위원장을 만나 방개위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대담은 지난 5월 18일 경동교회에서 이루어졌다. <편집자주>
|contsmark1|정길화 :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가벼운 질문으로 요즘 즐겨보시는 tv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요?
|contsmark2|강원룡 : 아침 드라마와 일일극, 그리고 시사프로그램이나 각종 다큐멘터리… 아 요즘에는 <왕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침 드라마의 경우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사람들 마음에 간접적으로라도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삼각관계 연애 문제나 고부갈등만을 다루는 것 같다. 황금시간대의 드라마, 쇼, 코미디들을 보면 가정주부나 젊은 층만을 대상으로 하고있다. 그러한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를 보면 그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많다. 경영때문에 광고주의 입장에서 대상계층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프로그램은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 하지만 오락성 속에 삶의 감동을 보여주는 것, 드러나지 않아도 바닥에 깔려있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pd들의 실력이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contsmark3|정길화 : 현재 방송사 풍토는 단기성과주의에 지배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시청률과 광고입니다. 경영진이 철학과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하드웨어는 연구하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contsmark4|강원룡 : ‘pd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맘껏 하게 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방송위원장 재임 중 방송개발원을 만들었는데 방송에 관한 자료를 한군데 모아 pd들이 맘대로 이용하게 하고 pd의 해외연수과정도 신설하려고 했다. 그래서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껏 방송광고공사에서 마련된 공익자금을 가지고 방송을 위해 쓴 것이 무엇인가. 방송개발원만 하더라도 정치적인 이유로 원장들이 선임되면서 점차 관변연구기관으로 전락했다.얼마 전 nhk에서 만든 박노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의 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모든 지상파 방송들이 전부 내가 바라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황금시간대의 프로그램들은 깊이가 있어야 한다.
|contsmark5|정길화 : 방개위 위원장 당시 ‘우리 방송이 30년 전보다 퇴보했고 부정식품이다’ 라는 말씀이 크게 기사화됐습니다. 방송에 대한 애정이 없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ntsmark6|강원룡 : 그렇지 않다. 그건 방송과 방송인들에 대한 애정이 너무 많아서다. 신문들이 내가 말한 그대로 보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방송이란 국민에게 주는 정신적인 양식이다. 영양식을 만들어야지 부정식품을 만들면 되겠느냐’라는 말이었다. ‘30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말은 ‘방송의 하드웨어는 달구지 타는 것에서 로케트 타는 것으로 발전했지만 속에 담긴 소프트웨어는 그만한 발전이 따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언론에서 거두절미해 보도하면서 진의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
|contsmark7|정길화 : 그간 우리 방송의 업보였던 ‘보도는 정권의 나팔수고 제작은 서커스’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방송인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contsmark8|강원룡 : pd들의 노력은 안다. 내가 kbs 자문위원장으로 있을 때 보니까 pd들은 방송 나가고 나면 중앙정보부, 보안사, 문공부 등에서 숱한 전화를 받았다. 방송은 권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방개위 당시 나는 반드시 방송을 독립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권으로서는 방송만한 무기가 없다. 당연히 방송을 장악하고 싶어한다. 그러면 국민은 ‘정치적 목적의 세뇌 대상’밖에 안된다는 말인가. 방송을 위해 좋은 일 하나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돼 오해가 많았다. 앞으로 좋은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면 나말고도 열심히 일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되고 방송위원회가 제구실 하게되면 좋은 사람들이 일하게끔 추천할 생각이다. 나는 또다시 방송위원장을 할 뜻이 절대 없다. 연부역강하고 정말 올바른 철학을 갖고 있는 후보를 두 사람 정도 내게 기회가 주어지면 추천할 수는 있다. 그 이름을 지금 밝힐 수는 없다.또 하나의 관심은 방송의 공익성이다. 그러나 방송독립없이 공익성 실현은 어렵다고 본다. 독립성이 확보되면 공익성을 실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내가 이번에 중점을 두었던 공익성 부분에서 자꾸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mbc 문제만 하더라도 굉장히 왜곡된 것이 많다. 난 처음부터 mbc를 솔직히 공영으로 생각지 않았는데 이유의 하나는 mbc의 탄생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태 씨가 문화방송을 만들던 시절은 우리나라에 방송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 없었다. 이 방송을 5.16 이후 강제로 빼앗았다. mbc는 반공tv를 자처하며, 밤낮 용공 시비만 했다. 당시 나는 세계교회협의회 실행위원으로 있었는데 세계교회협의회를 도표까지 동원해 용공단체로 몰아붙였다. 그런 mbc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도대체 뭐냐. 그 역사를 그대로 가지고 그걸 근거로 공영이라는 것이 말이 되나. 방문진 서규석 이사장을 통해 박근혜 씨에게 mbc 주식 30%를 기증할 수 없는지 물어봤더니 돈을 주면 팔겠다고 했다. 무슨 방법이든 사기라도 하자. 어떤 방법이든 이 역사를 바꿔놓아야 겠다는 생각이었다.mbc를 먼저 민영으로 바꾸고 그 다음에 공영으로 하든지 할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tv는 공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그런 점에서 sbs가 나올 때 반대했다. mbc 공적기여금 7%만 해도 그렇다. 그 문안도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다. 토론할 때의 취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mbc에 매출액의 몇%로 공적기여금을 부과하는 것에 반대했다. 다수의견이 그랬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러나 그것을 넣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mbc는 장사하는 방송이 아니다라는 것, 공영으로서의 구실을 맞추기 위해서 집어넣었던 것이다. 크리스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내 경험으로도 매출액과 무관하게 적자가 나올 수 있고 적자가 나오는데 돈을 갖다 바치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contsmark9|정길화 : mbc 민영화논의는 일각에서는 물 건너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mbc의 과거 역사를 청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를 하지만 일단 민영으로 바꾼 다음 공영으로 가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방문진이 대주주로 있는 현재 mbc의 위상이 진선진미, 무오류는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이 위상은 이미 사회적 합의의 소산물로 알고 있습니다.이번 방개위 활동에서 첫 번째 과제는 독립성, 두 번째 과제는 공익성이라고 하셨는데 sbs의 소유지분 제한은 왜 현실화되지 않았는지요.
|contsmark10|강원룡 : 실행위원이 30명이고 방개위 위원이 15명인데 (한나라당은 안 들어오고,) 거기다가 전문위원까지해서 한 50명 됐는데 내가 아는 사람은 일부러 다 빼고 해서 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 sbs를 허가할 당시 공보처장관 최병렬 씨와 내가 여러 가지로 다투었는데 그 중 하나가 최병렬 장관은 소유지분 상한선을 49%로 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때 내가 일본에 가서 일본 민영방송을 찾아보니 제일 소유지분을 많이 가진 곳이 6%더라. 그런데 일본의 6%는 우리나라의 6%와 또 다르다. 가령 예를 들어 말하면 미쓰비시가 6%를 가졌다 하게 되면 미쓰비시는 우리나라처럼 가족소유 기업이 아닌 여러 재벌들이 모인 것이기 때문에 방송사 전체를 좌지우지할 힘이 없다. 다만 경영면에서 돈을 버는 것이다. 나는 일본에서 6%를 하니까 10%를 하자고 했고, 그런데 공보처에서는 49%를 꼭 해야 한다고 하고, 그래서 결국 타협을 한 것이 30%이다. 사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유지분 30%라는 것은 굉장히 높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방송의 독립성에 관한 주장이외에는 당신들이 좋을 대로 해라 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생각으로 현재 법안의 민영방송 소유지분 상한선은 지나치게 높고 문제가 된다고 본다.
|contsmark11|정길화 :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지배주주의 소유지분을 10% 이하로 제한해 민영방송의 공익성도 확보하고 나아가 이것이 족벌의 폐해를 보이는 신문을 개혁하는 교두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contsmark12|강원룡 : 나는 지금도 pd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이 문제들은 고칠 수 있지만 먼저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나머지가 안 된다. 일이년 경험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한나라당에서 지금 방송위원회에 권한을 너무 많이 주었다고 주장하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고, 방송위원의 수가 여당이 더 많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애초의 국민회의 통합방송법안에는 대통령 추천과 국회추천이 7:7로 되어 있고, 한나라당 법안에는 3:6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한나라당의 3:6안을 채택한 것이다. 다만 국회에서 여섯 사람을 택하되, 시청자 대표성을 고려해서 적어도 3사람은 시청자대표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합의제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을 만났더니 ‘합의제’를 반대하더라. 우리는 합의제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정치꾼들이 어떤 사안을 두고 싸울 때 시청자대표로 들어간 세 사람이 반대하면 통과를 못 시켜. 이건 매우 중요한 장치다. 국민이 직접 선거를 하고 투표를 한 것은 국회와 대통령 밖에 없으니까 국회와 대통령의 대표성을 중시하되 시청자 대표성을 집어넣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하자는 대로 3:6을 하면 결국 국회에서 여섯을 택하는데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 세 당이 둘씩 나누고 그들 방식대로 계산하면 여야 비율은 7:2가 된다. 의석수대로 해서 자민련이 하나가 되고,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둘 셋씩 되어도 여야 비율은 6:3이라 절대로 한나라당 과반수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다수가 될 길이 없다. 합의제를 두어 다수결로 결의를 못하게 해놓고, 시청자대표들은 여당에서 뽑으면 안되니까 국회가 뽑아라 했는데 그렇게 했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그렇게 못할 짓을 한 것처럼 그러는지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하도 화가 나서 지난 3월에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다.
|contsmark13|정길화 : 우여곡절 끝에 방개위 안이 올라갔고,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문제로 지적된 것이 수정되면서 여론이 수렴될 조짐도 있습니다. 통합방송법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contsmark14|강원룡 : 나는 요즘 생각조차 안 한다. 왜 그런가 하면 국민회의에서 늦어도 5월 안에는 끝낸다 했다. 그런데 4년 동안을 방송법안을 못 만들어서 개혁위까지 만들어 놓고 또 이렇게 시간을 끈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것인가. 내가 보기엔 한나라당은 이것을 정치로 써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노조에서 몇가지 때문에 불만이 있다는 걸 알고 그걸 좀 이용해서 어느 항목을 반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걸 껍데기만 남기고 싹 바꾸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국민회의가 방송법은 날치기 통과라도 하자고 하겠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서로 타협해서 한나라당에서 원하는 것 몇 가지로 고치고 해서 또 새로운 걸 만들어서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다. 난 처음에 방개위가 구성되면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 개혁안을 행정부에서 나온 것으로 하지 국민회의로 명의로 하지 말라. 우리는 국민회의 심부름든 것이 아니다’했고 김 대통령도 좋다고 했는데 빨리 끝내기 위해서 당에서 제출한 것으로 한다고 하더라. 벌써 시간이 많이 갔는데, 제일 근본인 방송의 독립성 문제는 꼭 살리고, 다른 것은 타협할 수 있다. 방송의 독립성 없인 방송법안 새로 만들어도 소용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contsmark15|정길화 : 지금 강위원장께서는 방개위안에서 방송정책권을 방송위원회에 준 것과, 방송위원장의 구성방식과 임명방식이 방송 독립성과 관련한 핵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contsmark16|강원룡 : 그렇다. 그것만 훼손이 안되면 그 나머지는 좀 바뀌더라도 나중에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걸 고치는 주체가 방송위원회가 되어야지 또 정당이 나서는 것은 안 된다. 한번 실행해보고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방송위원회가 고쳐야 한다.
|contsmark17|정길화 : 법이 어떻게 바뀌고,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프로듀서를 비롯한 방송일선에 있는 현업 방송인들에 의해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pd를 비롯한 현업인에 대한 투자가 너무 없습니다. 그래서 매도만으로는 해결이 안되고, 방송인에 대한 투자와 사기진작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contsmark18|강원룡 : 프로그램 만드는 것에 방송의 희망이 있다. 방송인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고 연수하는 것도 필요하고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방송윤리위원장 시절 이래로 pd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있었지 무슨 사장이 어떻고 전무가 어떻고, 무슨 기관이 어떻고 하는 것엔 관심이 없었다. pd들이 보다 더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 제도를 바꾸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 재정을 바꾸면 된다. 공익자금은 방송을 잘 만드는데 제1차로 써야지 왜 딴 곳에, 예술의 전당 만들고 프레스센터 만드는 곳에 쓰나. pd들이 좋은 작품 만드는데 돈도 쓰고, 휴가도 주고, 외국 유학도 시키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contsmark19|정길화 :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기록·정리 : 이대연> |contsmark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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