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큐 ‘귀향’ 방성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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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고려인 강제이주 70년이 되는 해다. 1860년대부터 둥지를 틀었던 고려인들은 1937년 18만 명 전원이 영문도 모른 채 중앙아시아 전역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그 후 70년, 고려인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방성근 PD

강제이주 70년을 맞아 MBC에서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제목은 〈귀향〉, 지난 19일 ‘끝나지 않은 유랑’이란 부제를 달고 방송된데 이어 26일 ‘다시 조상의 땅에서’가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별로 새로울 것 없는 고려인 특집 다큐멘터리. 그런데 〈귀향〉은 새롭다. 연출자가 다름 아닌 ‘예능 PD’이기 때문이다.

예능 PD가 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을까, 〈귀향〉을 연출한 방성근 PD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다 보니 그 형식이 다큐멘터리가 됐을 뿐, 처음부터 다큐멘터리를 하자고 했던 건 아니다”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원래는 〈!느낌표〉 특집으로 생각했다. 연예인을 출연시켜 재미있고 편하게 접근할까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서 보니 웃고 떠들 소재가 아니더라. 그래서 형식은 다큐멘터리인데, 이야기와 사연을 중심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가능한 한 여러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그들의 고민을 종합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고려인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었다.”

방 PD는 “고려인을 다룬 수많은 프로그램들과 차별화가 무엇인지”도 고민했다. 같은 이야기를 재탕 삼탕 반복할 수는 없었다. 고려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비교적 쉽고 보통 수준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19일 방송된 〈귀향〉 ‘끝나지 않은 유랑’편은 금요일 오후 6시 50분이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7.2%(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수도권 기준)라는,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귀향〉은 보통의 다큐멘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어떤 정부 관료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차이면 차이랄까. 방 PD는 “고려인과 관련한 역사적 발굴이나 사료 위주의 다큐멘터리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슬픈 민족수난사를 다루는 것 역시 내가 할 역할이 아니다. 나는 다만 재미있게 하면 된다”고 말한다.

방 PD는 지난 5월 현장 답사를 시작으로 6월부터 이달 초까지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연해주를 오갔다. 어려움도, 아픔도 속으로만 품고 좀처럼 표출을 하지 않는 고려인들을 향해 꾸준히 카메라를 들었다. 그들이 9일이 걸리는 기차를 타고 연해주로 이주할 때 탑승 화물량을 초과해 벌금을 물게 되면 “영수증 처리가 안 되는”데도 수십 달러, 수백 달러를 대신 지불해줬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간단하다.

“고려인 이야기의 바닥엔 70년 전의 비극, 민족의 비극이 있다. 그런 비극적인 역사적 배경 속에서도 그들이 얼마나 끈기 있게 삶을 개척해 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고려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 국민들에게 이해와 관심, 애정을 갖게 하고 싶다. 그 다음은 시청자들에게 맡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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