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김태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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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고 싶지만 지금 아니다”

21세기 초입, 〈무한도전〉은 이 시대의 예능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30%에 육박하는 시청률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미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무한도전〉의 성공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최근 예능프로그램을 주도하는 트렌드가 됐다.
 
지금의 〈무한도전〉을 만들어내기까지, 카메라 뒤에서 ‘제7의 멤버’로 활약해온 김태호 PD. 지난 16일, 그를 어렵게 만났다.
 
- 무척 바쁜 것 같다. 살도 조금 빠진 것 같은데.
 
 ▲'무한도전'의 일곱번째 멤버, 김태호 PD ⓒMBC

“몸이 안 좋다. 간도 안 좋고 장도 안 좋고, 완전 환자다. 가끔 링거 맞고 오곤 한다. 멤버들이나 나나  지금 가장 큰 걱정은 건강 문제다. 마음 같아선 내년에 몇 개월이라도 쉬면서 발전적인 것을 찾아 돌아오고 싶다.”
 
- 그렇게 힘든데 어디에서 힘이 나오나?

“다들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1주일에 3, 4일씩 촬영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출연료를 더 주는 것도 아니다. 우린 녹화장에서 즐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재미있는 사람 여섯 명과 같이 매주 녹화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지 않겠나. 그리고 나는 그들을 가장 먼저 보는 방청객이자 시청자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아, 이거 끝나면 난 앞으로 PD로서 굉장히 불행한 생활을 할 수도 있겠구나. 초반에 재미있는 걸 다 해버려서, 다음엔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 시청률에는 신경을 쓰는 편인가.

“솔직히 신경 안 쓴다. 15%만 넘으면 잘 된 거다 싶으니까. 시청률은 광고 판매 수치지 재미를 따지는 수치가 아니다. 10%를 밑돈다고 해서 지금보다 3분의 1만 재미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지금 시청률은 부담스럽다. 우리는 우리끼리 좋아서 하는 거니까. 멤버들과도 얘기한 적 있지만, ‘MT 갔다 왔는데 장학금 받은 기분’이랄까.”
 
-〈무한도전〉을 보다보면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어디부터가 애드리브인지 헷갈린다.
 
“우리 멤버들은 예능으로 치면 10단, 11단이 넘어가는 사람들이다. 어떤 설정이다, 어떤 흐름으로 갈 거다, 이런 건 머릿속에 전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대본은 있다. 오프닝 멘트와 사이사이 멘트, 예상되는 상황들은 점검해 둔다.”
 
- 마리아 샤라포바, 티에리 앙리 등 해외 스포츠 스타는 물론 김태희, 이영애 등 오락프로그램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는 톱스타들이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섭외 비결이라도 있나?

“우리가 섭외하는 경우도 있고, 그쪽에서 먼저 연락 오는 경우도 많다. 가끔 여배우들 쪽에서 전화가 오는데, 보통 김태희 씨처럼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똑같은 것을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절한다.”
 
▲김태호 PD ⓒMBC

- 최근 〈무한도전〉과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금 5명, 6명씩 캐릭터들이 모여서 하는 게 대세니까 유행하는 것 같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우리와 비슷하네, 아니네, 따지기보다 지금 상황에선 우리가 다른 프로그램들에 씨앗을 줬다고 생각하면 우리도 뿌듯하다. 물론 피해보는 것도 있다. 아이템이 겹쳐서 못한 경우도 벌써 4~5번 된다.”
 
- 방송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주의나 권고 조치를 받았고, 최근 불법 영업 및 탈세 논란의 정준하 씨의 출연을 강행해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글쎄, 그런 것들이 나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한 템포 천천히 가자, 천천히 생각해보자 이런 식으로 극복한다.”
 
-“우리는 정준하를 믿는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는가. 시청자들은 사과나 해명이라도 해주길 요구하고 있다.

“만일 식구가 집에서 잘못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를 우리 식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지 않나. 이미 멤버들과는 갑과 을의 관계도 있지만, 이미 한 배를 타고 가는 사람이다.
 
그 문제에 대해선 우리도 이미 같은 대접을 했다. 정준하 씨에게 ‘알콜CEO’ 이런 식으로 내가 캐릭터를 만들어 놨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정준하 씨가 더 피해를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인터넷이나 언론에 알려진 것 이외에, 이면의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 상황에선 나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다. 만일 내 판단이 틀리거나 정준하 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위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처벌할 수 있을 거다. 나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계획은?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예능 프로그램이 항상 어렵게 올라가다가 각광받는 청년기를 지나서 노년기까지 가잖나. 박수 치던 사람들이 결국은 우리를 없앤다. 그 꼴은 너무 보기 싫다. 딱 끝내고 싶은데 그게 여의치 않고, 아직도 조금 할 게 더 많다. 그래서 내년엔 좀 더 큰 그림을 위해 시간을 갖고 싶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about 김태호 PD 
 
 ‘정말 바빠서’ 만나기 어려웠다
 
김태호 PD와의 인터뷰는 정말 어렵게 성사됐다. 15일 저녁 8시 MBC 예능국 회의실에서 김 PD를 만나기까지 이틀의 기다림과 이틀의 인내가 필요했다. ‘인터뷰를 꺼린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다.
 
실제로 만나보니 ‘인터뷰를 꺼려서’가 아니라 ‘정말 바빠서’ 만나기가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PD는 그날도 하루 종일 답사를 다녀와서 새벽까지 회의를 계속 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촬영이 있다고 했다. 간도 안 좋고, 장도 안 좋다는 그를 붙잡고 20분으로 예정됐던 인터뷰를 40분까지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무한도전〉의 성공 이전에도 김 PD는 MBC 내에서 유명했다. 입사 면접 당시 독특한 머리스타일에 밝게 염색을 했다는 에피소드는 익히 알려진 사실. 거기에 〈무한도전〉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불릴 정도로 패션 감각도 독특하다. 지난해 〈방송연예대상〉에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던 그의 모습은 이를 쉽게 증명한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인정하는 베스트 드레서다. 그의 패션 감각은 지난해 말에 열린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가운데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가 김태호 PD. ⓒMBC

김 PD는 인터넷에서 누구 못지않은 스타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지금까지 40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다녀갔다.

김태호 PD는 2001년 입사해 〈논스톱〉 시리즈 등에서 조연출 생활을 했다. 〈무한도전〉은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데뷔작이다.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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