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한국 방송프로듀서상 수상자 금강산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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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한국 방송프로듀서상 수상자 금강산 여행기
20여분 거리 12시간 돌아간 금강산
김영동(KBS 라디오1국)
  • 승인 199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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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첫째날. 구룡연 코스.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제일 먼저 보게되는 것은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철조망과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 그곳 주민들이 사용하는 도로가 있는데도 따로 길을 낸 것이다. 이제는 민가와 주민들이 보인다. 우리가 손을 흔들면 그들도 답례를 하고 간혹 먼저 흔들기도 한다. 그리고 장난을 치고 있는 꼬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긴장했던 마음이 어느덧 누그러졌다. 그리고 온정각 휴게소. 처음으로 남북한의 협력으로 지어진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만물상과 구룡연(구룡폭포)의 두개 코스로 나누어진다. 드디어 금강산. 초입의 휴게소인 목란관을 지나고 보니 완만하게 펼쳐진 길이 우리가 여태껏 보아온 설악산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단지 더 조용하고 깨끗하다고 할까. 곳곳에는 동물형상의 바위들이 보이는데 각각의 그 바위들에는 다 이름이 붙어있는 것이 역시 어디를 가나 동물이름을 붙이는 것이 가장 쉬운가 보다. 앙지대를 지나면 삼록수가 있는데 여기서 한 모금 약수를 마시며 쉬어 가는 길이다.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10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는데 마셔보니 물맛이 약간 쓰다. 길이 조금씩 경사가 심해지면서 금강문이 나온다. 몇 개의 바위가 엉켜서 조금만 틈새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 문은 천재지변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문을 지나면 이제 옥류동. 옥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한 옥류담이 있다. 깊이가 5,6미터나 된다는데 수심에 따라 조금씩 다른 물 빛깔이 장관이다. 깊은 곳은 거의 청색을 띄고 얕은 곳은 밝은 비취색을 띠는 각양 각색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쯤 오니 금강산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이 옥류동 계곡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연주담이 나오고 비봉폭포를 지나면 드디어 구룡연이 나온다. 여기서 두 갈래의 길로 나뉜다. 하나는 구룡폭포로 가는 길이고 하나는 상팔담으로 가는 길인데 먼저 상팔담으로 향했다. 이 길은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인솔자가 만류하는 곳이다. 내게도 꽤 힘든 길인데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바라보며 가기를 4, 50분. 해발 880미터인 구룡대에 올랐다. 그 순간 흐르는 정적. 모두들 말이 없다. 오르기에 힘들어서가 아니라 금강산의 절경 앞에 순간 말을 잊어버린 것일 게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기암 절벽,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있는 상팔담, 그 상팔담이 만들어낸 구룡폭포가 한눈에 보이는 곳, 이 세상에 이런 장관이 또 있을까. 박연폭포, 대승폭포와 더불어 우리 나라의 3대 폭포로 꼽히는 구룡폭포. 절벽의 높이 150여 미터, 폭포의 높이 만도 74미터. 폭포가 뿜어내는 물줄기와 그 웅대한 소리, 내 부족한 글 솜씨로는 그 감동을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곳이다.
|contsmark1|다음날 아침. 만물상으로 향했다. 마을의 중심지를 통과하면서 북 주민들의 표정까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바로 옆으로 지나치는 그들과 얘기라도 나눌 수 있었으면…. 만물상으로 가는 길은 어제와는 달리 무척 험하다. 만물상이란 말에 걸맞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기암괴석들이 많아 재미있다. 스핑크스, 코뿔소, 거북이, 토끼 등 수많은 형태의 바위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춘원 이광수는 꼭 무엇이라고 이름을 지을 수는 없으면서도, 그저 바위 같지는 아니하고, 꼭 어디서 오래 전에 한 번 보고 이름을 잊어버린 것 같아서, ‘아이고, 저게 무엇이더라?’하고 애를 쓰게 한다고 했으니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귀면암을 거쳐서 안심대를 지나 망양대로 향했다. 망양대는 금강산 줄기와 비로봉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인데, 멀리 해금강의 해변이 도로처럼 보이고 온정리의 골짜기도 손금처럼 보인다.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좋으리만큼 이곳 또한 빼어나다. 어제 구룡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여성적이라면 여긴 남성적이랄까. 또 하나의 금강문을 지나 천선대. 천선대에서 바라 본 만물상의 모습이 아래에서 본 아기자기한 모습과 달리 웅장하고 신비롭다.
|contsmark2|이제 돌아가야만 한다. 나는 북녘 땅을 한번이라도 밟아보려 애태웠던 사람이 아닌데도 너무도 아쉽고 답답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별로 말이 없다. 구부정한 허리에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조금이라도 더 가보시려 하던 어르신들의 모습. 그분들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남한의 최북단 역인 고성역에서 금강산 자락에 위치한 북한의 온정리역까지 겨우 18킬로미터. 시간상으로는 20여분. 그러나 우리는 동해항에서 배로 12시간을 와야했고 또 그렇게 돌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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