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노동자들 대규모 총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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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4일, 파리의 사회박물관에서는 프랑스 전국 저널리스트 노조의 연례 총회가 열렸다. 전국저널리스트노조 총회(SNJ)의 이름으로 4개 노조연합 소속(SNJ-CGT, USJ-CFDT, SJ-CFTC 그리고 SJ-FO)으로 갈라져 있는 이들 노조가 합동 총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1992년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이처럼 유례없는 합동 총회가 가능했던 것은 올해 총회의 주제인 ‘병든 뉴스’에 대한 저널리스들 차원에서의 총체적인 문제제기 때문이다.

약 20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석한 이날 연례총회에서는 현재 프랑스 언론계의 가장 시급한 이슈들에 대한 저널리스트들의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특히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편집부 내에서의 의견 다양성에 대한 묵살에 대한 비판 및 성명 발표가 줄을 이었다.
프랑스 미디어 산업의 독점 심화 현상에 대한 반발 의견도 거세게 제기됐다. 현재 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프랑스의 양대 경제일간지 <레 제코>와 <라 트리뷴>의 기자들은 “조만간 프랑스에는 하나의 경제지만이 남을 것이며, 그것은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를 위해 봉사하는 신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현재 <라 트리뷰>지를 소유한 루이뷔통 그룹(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로부터 <레 제코>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문 산업의 불황에 따른 저널리스트들 자신들의 불안정한 지위 역시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노조 측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기자증을 보유한 3만 7천명 가운데 8,500명이 비정규직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SNJ-FO 측에서는 이들 비정규직 저널리스트들에게 가중되는 ‘저비용(low-cost)’ 노동이 저널리스트 직종 전체의 고용 구조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노조 연합 모두가 공동으로 참가하는 주간 회동을 올해부터 개최하여 회사 측의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및 항의활동을 펼쳐나가는 계획이 의결됐다. 이들은 또한 편집 분야에서 저널리스트들의 독립성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적 장치의 마련을 위한 활동에도 착수하기로 의결했다.

올해 열린 총회는 ‘정치적 경제적 압력들’의 가중에 대한 저널리스트 직종 종사자 스스로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산업 자체의 불황과 고용 불안, 그리고 편집국 내에서 기사 작성에 대한 통제(정치적, 경제적 통제)의 강화는 궁극적으로 이들 저널리스트들이 생산하는 정보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반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영방송 ‘France 3’의 노조 대표자인 장 프랑소와 테알디(Jean-Fran?ois T?aldi)는 나아가 “이러한 조건이 구조화되면서, 저널리스트 직종에 막 입문하는 젊은 기자들은 그것이 원래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프랑스 저널리즘에 끼칠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그런 면에서 올해의 연례 총회는 현재 프랑스 언론이 일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병든 뉴스”가 사회에 끼칠 해악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널리스트들 스스로가 자신의 작업 현장에서 기사 작성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또한 자신들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의견을 모은 장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파리=박진우 통신원, 한국언론재단 프랑스통신원 jinwoo@noo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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