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24시 - 영화부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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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어로 외화 재창조하는 문화 파수꾼
  • 승인 199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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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정확한 번역, 적절한 배역선정, 자연스럽게 호흡의 장단이 맞는 더빙. 이 중 어느 한 부분만 어긋나도 영화의 내용은 재미가 없어지고 줄거리의 이해조차 힘들어진다. 언어가 특정문화의 총체적 단면을 구성한다고 볼 때 영화를 구성하는 각 부분들의 조율을 통해 외국의 영화를 우리의 언어로 재창조해내는 영화부pd들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문화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부pd의 역할은 그들이 기획이나 촬영 등의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이유로 과소평가되기 일수다. 영화부 pd들의 주업무인 더빙연출. 이것은 종종 자칫 pd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일로 평가된다. 실제로 영화부를 프로그램 기획과 촬영에 지친 pd들이 쉬어가는 장소 정도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이러한 인식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kbs영상사업단의 박소영 pd는 이러한 시선들이 ‘소리’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다고 평가한다. “간혹 동료 pd들에게서조차 ‘반쪽pd’라는 시선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들은 영상은 물론 소리 역시 창조의 대상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 pd는 여타 부서에서도 음향전문 pd의 필요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자막방송 주장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영화부pd들은 선별적 수용은 가능하나 원칙적으로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kbs영상사업단의 이원희 pd는 “실제로 지상파의 시청자들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아우르고 있는데 원어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전 국민의 몇 %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자막방송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국제화, 세계화 논리를 접할 때면 때론 ‘지적횡포’라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가까운 일본이나 프랑스 등 외국 등에서는 극장영화를 포함한 모든 외국영화에 대해 자국어 더빙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빙연출 이외에 영화부pd들의 주요업무로는 외화번역과 성우캐스팅을 들 수 있다. 번역의 경우 전문 번역가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최종마무리는 결국 pd의 몫이다. 간혹 번역자가 저지르는 오역을 색출하는 일부터 입길이에 맞는 글자수조절, 일반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으로 수정하는 일까지 모두 pd가 해야할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 영화부pd들에게는 상당한 어학실력이 요구된다.또한 방송3사의 pd들 공히 외화의 성공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성우캐스팅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만화를 포함한 각종 시리즈물의 경우 소리의 실패는 프로그램 전체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sbs 영화팀의 조희수 pd “아무리 잘된 번역도, 정확한 더빙연출도 그 역할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지 못한다면 모두 헛수고”라고 캐스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룻밤 사이에도 만들어지는 tv스타와 달리 ‘소리의 마술사’ 성우에게 반짝 스타란 없다. 일정한 기간의 숙련과정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게 ‘소리’이기 때문이다. 한편 작업과정에서 pd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선사하는 것은 심의다. 각종 표현물의 방송, 출판 등에 있어 ‘사전심의’가 존재하는 유일한 부분이 바로 외화인데 pd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심의 문제는 무엇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자의적이고 일관성없는 심의 기준이다. mbc의 한 pd는 “심의 주체의 성향이나 특성에 따라, 당시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칼질’의 범위와 종류가 달라진다. 하지만 한가지 일관된 것이 있다면 영화에는 ‘모범생’이 나와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라고 성토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부pd들을 괴롭히는 것은 점차 외화가 편성에서 소외되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사실상 , <남과 북>, <맥가이버> 등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외화 시리즈물들의 명맥은 현재 정도가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원인으로는 먼저 비디오의 광범위한 보급과 채널의 다양화, 국내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등으로 지상파tv영화의 수요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bs 영화팀의 이경숙 차장은 “우리의 대중들이 이미 다양한 영상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만큼 외화가 가지는 호소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부 pd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한번 자리잡은 imf식 편성이 좀처럼 개선될 줄 모른다는 데 있다. 외화가격의 상승과 경비절감 등의 이유를 들어 imf 이후 늘어난 재방송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 재방송 비율이 높아지다 보면 자연 시청자들은 화면에서 멀어지고 시청률이 안나오면 편성시간대는 더욱 외진 시간대로 밀리고…. 그야말로 악순환이죠.” 조희수 pd의 말이다.kbs영상사업단의 하인성 부장은 “물량위주, 시청률 위주의 방송정책이 문제”라며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통해 방송사 스스로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화부pd들은 영화부를 일컫어 갑자기 발생한 편성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대비하는 편성실 부설 ‘땜방부’라고 칭하기도 한다. 일본의 더빙연출자들은 보통 한편의 외화를 연출하는 데 1달 정도를 소요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국내 영화부pd들은 비슷한 업무를 1주일내에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원희 pd는 “때론 과도한 업무에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한편 한편의 외화를 ‘나의 프로’라고 생각하면 제작과정의 어떤 부분도 대충 넘길 수 없다”고 말한다. 열악한 환경과 주변의 인식부족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속에 문화의 징검다리를 자처하며 자신의 맡은 바 일에 매진하는 영화부 pd들. 그들이 소리의 장인으로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회사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남은지>|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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