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MBC ‘W’ PD
방송위원회가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치면 시청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상파를 시청하게 된다. 시민단체와 신문과 케이블 TV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원 위기, 이에 따른 방송의 상업성 강화 등은 풀기 어려운 숙제였기에 중간광고 허용은 지상파 방송사 종사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풀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이미 드라마나 예능 장르의 경우 시청률, 그에 따른 광고 판매가 이미 PD들의 제작능력 과 창의성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마냥 여겨지게 된 것이 이미 오래 전이다. MBC의 경우 베스트극장과 음악공연 프로그램, 그리고 최근에는 공익적 예능프로그램이라는 느낌표가 이러한 경향에 휩쓸려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데, 드라마와 예능 PD들의 창의성과 지상파 방송사의 공공성 확보라는 두 측면에서 보면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남기고 있다. 아마도 중간광고의 도입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가속화될 경우 드라마, 예능 장르에서 과연 공공성과 창의성을 갖춘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시민사회에서는 교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말자는 여론이 강한데, 문제는 중간광고를 받아도, 받지 않아도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있다. 먼저, 중간광고를 받지 않을 경우, 물론 프로그램의 공공성은 지켜질 것이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가뜩이나 광고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교양프로그램에 대한 광고를 줄이고 더욱 대중적인 장르의 중간광고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상업성의 포로에 빠진 방송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내세워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나 편성을 꺼려할 것이고 이는 지상파 방송사의 상업성을 더욱 노골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중간광고를 받는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중간광고 시장을 두고 여타 장르와 경쟁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교양 프로그램마저 대중성과 상업성의 잣대로만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는 비극이 도래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필자가 답답한 상황만을 상정하는 것일까? 중간광고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재원확보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지상파의 공공성이 확보되는, 그래서 더 이상 PD가 오직 대중성이라는 잣대로만 평가받지 않는 세계는 왜 상상되지 않는가?
나는 지상파 방송사의 PD들이 중간광고 국면에서 좀 더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장으로부터의 평가, 오직 대중성만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헌재의 시스템에 반격을 가하고 자신이 PD가 되어야 했던 이유를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왜 PD가 되어야 했나? 창의성과 공공성, 대중성이 조화로운 TV의 세계를 꿈꾸었던 것 아니었나? 지금 시청자들과 시민사회는 지상파 방송사의 PD들에게 묻고 있다. “바보상자”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포로에서 탈피해 건강한 대중문화의 창작자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