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의 신문 방송 겸업을 왜곡하는 한국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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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대폭 허용하는 등 이른바 미디어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재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하자, 우리나라 일부 신문이 국내 상황에 수평적으로 단순 적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대폭 허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신문이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케빈 마틴 FCC 의장이 올해 말까지 이같은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 따라서 확정된 사안인 것처럼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2003년에도 이같은 규제완화 법안을 위원 3대 2의 투표로 확정해서 승인한 적이 있지만, 연방항소법원은 이 안이 대중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기각시킨 사례가 있다. 즉 미국 법원은 이 안을 무효화시킴으로써 겸업규제 완화 시도를 무산시켰던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 FCC에서 미디어 산업 규제 완화 법안 추진과 관련해 10월 18일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내용

그렇다면 이 겸업 규제 완화안이 미국 내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길래 이같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이며, 투표결과도 언제나 근소하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이 안은 미국내적으로 정치적인 동시에 정파적인 입장이 개입돼 있는 사안이다. 이번에도 FCC 위원 가운데 현재 규제완화에 찬성하는 입장은 공화당측 인사들이고 반대하는 측은 민주당측 인사들이다. 공화당이 3명이고 민주당이 2명이어서 이번에도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측에서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신문이 크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문과 방송 겸업을 아직도 막는 것은 낡은 사고일 뿐이라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민주당 측에서는 신문방송 겸업 허용은 결국 언론재벌의 미디어 독점을 가속화 시키는 법안일 뿐이라며, 여성이나 소수민족의 미디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대폭 축소시켜 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규제완화안 지지자들은 재정적으로 크게 어렵다는 뉴욕타임스도 라디오 방송국을 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사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그나마 있던 TV방송을 재정난으로 인해 매각했다. 이 규제완화안이 발효될 경우 숨통을 트게 되는 쪽은 뉴욕타임스 같은 소위 반 부시 언론들이 아니다. 오히려 날개를 달게 되는 측은 폭스 TV를 비롯해 얼마 전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수한 머독 군단일 것이다. 폭스 TV야말로 부시 대통령 재선에 일등 공신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이같이 신문 방송 겸업규제 완화안은 미국 언론간의 이해관계와 정파적 입장, 그리고 민주, 공화 양당의 정치적 입장이 혼재되어 있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사안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한쪽에서는 그 안의 상정 통과를 추진하게 되고,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 안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신문방송 겸업 규제완화안의 논란은 우리나라 상황에 수평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가 않다. 특히 미디어 독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면 말이다. 다만 최소한의 유사성을 찾는다면, 신문 방송의 겸업을 허용해야 하느냐라는 질문 자체가 어느 나라에서나 각국이 처한 정치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뉴욕 = 이국배 통신원 / MK(Media Korea)TV 보도국장, newslee 20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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