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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는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사수와 임단협 승리를 위한 조합원 결의’를 위한 조합원 비상 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KBS 본사를 비롯해 부산방송 총국, 창원방송 총국, 대구방송 총국 등 9개 지역의 조합원 1500여 명이 결집했다.

박승규 KBS 본부 위원장은 투쟁 결의문에서 “수신료 인상안은 올해 꼭 상정해야 하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현재 공영방송 KBS 재정구조는 광고가 47% 차지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재원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조합원 비상 총회에 15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노조는 결의문 전체 내용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보다는 ‘부실 경영을 촉발한 정연주 사장’을 더 겨냥했다.

KBS 노조는 현재 ‘수신료 인상’ 국면에서 사측이 임금 인상 불가를 내세우면서 ‘임금과 단체협상’ 등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KBS 적자가 750여 억 원 정도 예상되면서 임단협은 답보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듯 박 위원장은 “올해 KBS는 750여 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 어느 정당이 정권 잡더라도 KBS 적자는 ‘구조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경영진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KBS 노조는 앞으로 정연주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부실, 무능 경영에 대해 심판하고 이에 맞서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이 날 KBS 노조는 정 사장의 정치적 성향까지 문제 삼으며 정 사장을 깎아내렸다.

박 위원장은 “KBS의 프로그램에 정치적 시비 붙는 것은 정 사장 때문”이라며 “노사 간 공정방송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공정방송 위원회’ 개최한다. 그런데 사측은 지난 달 공정방송의 안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KBS 노조가 이번 총회에서 정연주 사장에게 화살을 겨냥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수신료 인상 총력’이라는 대명제에 매몰되면서 ‘임금과 단체 협약’ 등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KBS 노조는 출범 당시 ‘코드 박살, 조합원 복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노동조합으로 임단협에 대한 부담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진태양난’에 빠진 노조 입장에서는 올해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수신료 인상안’ 보다는 임단협 등을 통해 조합원 복지인 ‘실익’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KBS 노조는 조합원 비상 총회’를 통해 ‘수신료 인상안에 총력을 다하는 노조의 모습’을 보여 대의명분을 쌓는 한편, 750 여 억 원의 경영 적자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돌림으로써 수신료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총회에 참석한 한 노조원은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촉구하는 총회에서 경영진의 부실 경영을 들먹이며 KBS 내부 문제인 임단협을 내세우는 모순적인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우려스럽다”며 “노조가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KBS 내부 구성원의 노력이 절실한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신료 인상안의 상정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조합원 총회에서 임금협상 등을 주장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합원 총회에서 보여준 KBS 노조의 주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조합원 총회 전날 열린 오후 긴급PD총회에는 “조합원 총회에서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조합원 총회가 시의적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경영진의 탓을 하기 전에 노조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 는 등의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 날 KBS 조합원 긴급 총회는 KBS 노조와 갈등관계를 겪어 온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최상재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아 KBS 노조의 상급단체들 지원 연설은 없었다.

이 자리에는 현재 전국언론노조 집행부 선출 당시 선거를 보이콧했던 ‘언론노조 개혁모임’의 교보문고 지부, 연합뉴스 지부, 한국위성방송지부, 한국경제TV 지부 위원장 등이 ‘KBS 조합원 총회’를 지원하기 위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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