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MF 10년 특집' 한학수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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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절대 선이 되버린 IMF 10년 조명

매서운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바로 2년 전 이맘 때, 한학수 PD는 그 매서운 찬바람 만큼이나 혹독하게 등을 돌린 여론과 싸워야만했다. ‘황우석’이라는 금기의 영역을 건드린 그를 우리 사회는 ‘국익’을 져버린 ‘놈’으로 혹독하게 매도했다. 방송도 신문도 그리고 국민들 모두 그에게 돌팔매질을 해댔다.

그 이전 종교신도자 1만명이 몰려와 MBC를 에워산 적이 있지만 국민이 그를 지지해줬기 때문에 그는 든든했다. 하지만 황우석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달랐다. 그는 그때 처럼 서러웠던 적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진실은 통했고 황우석 사태는 우리 나라 과학사에 씻을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그는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편을 끝으로 <PD수첩>을 떠났다. 그는 국제문제 전문시사프로그램인 <W>에서 캄보디아 봉제산업 등의 경제이슈에 천착했다. 그리고 올 해 11월, 그는 조용히 MBC 스페셜팀으로 국내에 복귀했다. 이번에 그가 꺼낸 카드는 바로 ‘IMF이후 10년’이다.

-  국내취재로 복귀한 소감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W>에서 에서 해외취재원들만 만나다 막상 국내로 돌아오려니 시청자들의 반응이 무척이나 걱정이 됐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무대가 마침 황 교수님 본거지인 ‘대전’이라 더 그랬다. 하지만 기우였다. 대전 시민들은 나를 보고 ‘바로 네가 걔였나’ 하면서 밥 한 끼도 사주고 따뜻하게 맞아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학수 MBC PD

- ‘IMF위기 10년’을 다룬 이유는?

“87년 6월 항쟁만큼이나, 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가 일대 격변을 겪었던 사건이다. 구조적 반동이 있었다. 어떻게든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치·경제·사회 등 그 범위는 너무 컸다. 핵심은 시장의 질주 속에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것이 절대 ‘선’인 한국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을 고민했다. 그 중 국가가 개입해 퇴출을 결정한 가장 전형적인 사례인 충청은행원 945명의 삶을 추적하기로 했다. 그들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했다.”  

- 87년 체제, 97년 외환위기, 그리고 2007까지 10년 터울이다. 각 시기들을 평가하자면.

“87년이 민주화의 분수령이 돼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하게 하는 거름과 디딤판이 됐지만 정치발전의 민주화만 진행됐다. 그것이 87년의 한계다. 정치 민주화 이면에 감춰진 경제 민주화는 97년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 관치금융 등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2007년까지 지난 10년은 외형적으로는 극복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과연 우리가 행복해졌을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돈’이 세상을 평정해버렸다.” 

-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보는가.

“지금 우리는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10년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김으로 해서 양극화가 이렇게 심화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장과 복지 둘 다 있을 수 없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에 대해 ‘나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참 무책임한 얘기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 황우석 사태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당시를 회상해 보면 어떤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돌아보는 것이 무섭다. 굳이 돌아보자면 한국사회가 황우석 사태에서 무엇을 봐야했는지 아직까지 각 저변에서 흡수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 최근 삼성비자금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도 그렇지만 황우석 사태 때에도 결정적인 사건의 단초는 K연구원의 제보 아니었던가. 하지만 우리사회는 이런 내부고발자의 보호제도가 취약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용철 변호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가 이 사회에서 앞으로 어떤 대접을 받을지, 어떻게 생활할 지 말이다. K연구원에 이어 김 변호사가 앞으로 살아갈 10년은 우리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 내부고발자에 대한 법이 어수선하고 실체적인 뒷받침이 돼있지 않다.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 그 동안 만든 프로그램을 보면 소수자들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있는 것 같다. ‘사형제도를 사형시켜라’든지 커밍아웃을 선언한 홍석천 씨를 프로그램에 투입하려 했던 것도 그렇고.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가.  

“나는 다큐를 만들 때 ‘고유한 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고유한 시선을 가지고 어떤 관심사를 파고든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다큐정신이 살아있는 다큐를 추구한다. 밝게 그리든 어둡고 무겁게 그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신’이 살아있다면 기법이야 얼마든지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주제도 마찬가지다. IMF로 힘든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많았겠냐. 하지만 주제로 얘기하고 싶었던 ‘시장의 질주, 국가의 역할’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사례를 찾기 위해 ‘충청은행’을 주목했다. 그런데 이제는 밝은 다큐도 좀 하고 싶다. (웃음) 

▲ MBC 스페셜<IMF위기 10년 특집 - 그 배는 어디로 갔나>

한학수PD는 금융권 구조조정의 분수령이 되었던 5개 강제퇴출은행(충청, 경기, 대동, 동남, 동화)에 주목했다. 이들은 1998년 6월 29일 금감위원장의 퇴출 발표에 따라 하루아침에 시장에서 사라진 이후 더 이상 화이트칼라의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충청은행 퇴출 직원 945명중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7명이다. 이중에는 식당 개업을 준비하는 중에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도 있고, 자살한 경우도 있다. 또한 이들 중 7.1%가 지난 10년 동안 이혼을 겪었으며, 21%의 부부는 별거를 거쳤다. 퇴출 직후 부부간 갈등을 겪었다는 사람들은 무려 71.6%에 달했다.
 
충청은행 재건동우회는 당시 퇴출 결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시장의 논리만을 절대선으로 섬긴 채 양극화에는 나몰라라 뒷짐을 지고 있는 대한민국호. 과연 그 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MBC 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 그 배는 어디로 갔나>가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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