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BS 드라마국 박민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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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면서도 발랄했다. 신입사원다운 풋풋함과 열정이 느껴졌다. 지난달 입사해 12일부터 현장에서 뛰고 있는 박민재 PD는 현재 SBS 드라마국의 유일한 여성 PD다.

박민재 PD의 발랄함은 임원진 면접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여자인데 힘든 드라마 PD를 할 수 있겠느냐”는 공격에 울컥한 박 PD.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키며 “제 튼튼한 허벅지를 보십시오!”라고 소리쳤다. 당찬 박 PD의 모습은 아직도 임원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왜 합격한 것 같느냐는 난감한 질문엔 “미모?”라며 재치 있게 넘어간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땐, “이게 정말 드라마”라고 느꼈다고 한다.

현재 SBS 드라마국의 유일한 여성 PD란 점 때문에 박 PD는 입사할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 이후 여성 PD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기에 스스로 ‘내가 여자라서 들어온 걸까?’ 혹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온 걸까?’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박 PD가 내린 결론은 둘 다 아니라는 것.

박 PD는 “앞으로 박민재가 잘하면 ‘여성’이란 점은 뒤에 따라오는 것”이라며 “여성이란 자의식에 휘감겨 있으면 오히려 중압감에 시달릴 것 같고, 그냥 인간 박민재가 PD로서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다”는 박 PD는 대학 시절 풍물패 동아리의 장을 했던 경험담을 들려줬다. 밤새 술을 마시고 새벽엔 함께 사우나를 즐기는 풍물패 동아리의 장이 된 박 PD는 술과 사우나 대신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방법’을 택했다.

여성이기에 밤새 술을 마시고 사우나에 가 서로 등을 밀어주진 못하지만, 아침에 술에 지친 친구들에게 해장국을 사주고, 잠을 깨워 수업에 들여보내는 일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PD는 “드라마 PD로서도 여성이기에 남성과 다른, 어떤 방법을 취하면 좋을지 앞으로 찾아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PD에게 드라마 PD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말 그대로 ‘드라마처럼’ 찾아왔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 박 PD가 전북 고창을 여행할 때의 일. “엄마, 저기가 장금이 엄마 무덤이야?”라고 묻는 꼬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고창이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였단 사실을 몰랐던 박 PD는 그 순간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드라마 PD를 꿈꾸게 된 것. 대학에서 지리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뒤 관련 대학원을 1년 반 정도 다닌 뒤의 일이었다.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SBS 드라마 <모래시계>처럼 한 인물에 그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던 박 PD는 잠시 생각한 뒤 “꽃미남이 잔뜩 나와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도 만들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제가 욕심이 좀 많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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