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명의 PD만 없어도 방송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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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명의 PD만 없어도 방송사고”
간부들 실적 경쟁에 제작환경 악화 가중
  • 승인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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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설사 내가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휴가를 못낼 형편이다. 내가 하루를 빠질 때 대신 프로그램을 제작해줄 동료가 없기 때문이다.”마산mbc 한 pd의 말이다. 그만큼 빡빡한 인력 속에서 제작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kbs창원총국 김철환 pd의 순직은 지역방송 pd들에게 ‘바로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주었지만 눈앞에 닥친 프로그램을 메우기에도 벅찬 상황은 두번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형편이다. kbs지역총국은 2중의 위치에 있다. 각 지역의 현안을 반영하는 방송사인 동시에 서울 본사의 지역국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규 프로그램 이외에 각종 지역의 행사를 취재, 방송하는 지역방송사만의 특집도 넘쳐난다. kbs창원총국의 모 pd는 “지역자체 행사 중계의 경우 꼭 필요한 것도 있지만 전시성 보여주기성 방송도 많다”고 전한다. 이런 특집성 프로그램이 많은 것은 각 지역총국장이 자신의 인사고과를 높이기 위한 전시성 편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런 ‘전시성 행사’가 pd들을 살인적인 환경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s pd협회 경남도지부는 지난 6월 9일 성명서를 통해 “터무니없는 열악한 제작여건 속에서 단지 pd적인 사명감만을 강요하는 소모적 제작방식을 거부”하며 “열악한 제작환경 개선은 미룬 채 실적 우선의 이기적인 논리로 제작인력을 몰아붙이는 간부들의 행태에 대해 꼭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현재 kbs의 경우 지난 5월 ‘지역국 광역화’를 실시했지만 광역화에 걸맞는 예산 편성 및 장비, 인력 충원없이 본사 참여 프로그램만 늘어 pd들의 프로그램 제작부담만 늘었다는 비판여론이 높다. kbs대구총국 한 pd는 “본사와 동등한 제작여건을 만들어 주지 않는 상태에서 본사 pd들과 프로그램으로 경쟁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지난해 광역화 회오리로 홍역을 앓았던 지역mbc에서는 광역화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해 ‘보여주기성’ 로컬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mbc의 경우 지난 가을개편 때 12%였던 로컬비율을 올 봄 개편 때 15%로 높였으며, 진주mbc의 경우 올 봄 개편 이후 로컬 비율을 13%대로 확대하는 등 지난 가을개편에 비해 5% 정도 높였다. 이렇게 지역mbc마다 로컬 비율을 높임에 따라 pd들의 제작시간은 더욱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울산mbc의 경우 부족한 제작인원 때문에 프리랜서 pd를 뽑아쓰고 있는 형편이며, 진주mbc의 경우도 제작요원의 형태로 인원을 충원할 예정이다. 지역mbc 모 pd는 “pd 한 명 한 명이 천재가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여기서 단 한 명의 pd가 단 하루만 없어도 방송프로그램 제작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역mbc pd 대부분은 주당 60분 프로그램을 매주 혼자 제작하고 있는 실정으로 pd-ad 시스템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며, 매일 프로그램의 경우 ‘하루 촬영 하루 편집’으로 방송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마산mbc 안관수 pd는 “아이템을 선정할 기본적인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프로그램의 질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한다.이러한 지역의 열악한 제작환경은 결국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부르고, 다시 지역방송을 지역민들이 외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구mbc 이원욱 pd는 “형식적인 로컬 비율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하나라도 지역에 천착할 수 있도록 애를 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일단 맡은 프로그램은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pd의 속성은 ‘pd의 자존심’으로 보존되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악용해 ‘pd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역방송 pd들의 외침을 이제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이서영>|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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