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100분 토론> 결방과 ‘BBK 종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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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100분 토론> 결방과 ‘BBK 종결 선언’
  • PD저널
  • 승인 2007.11.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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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우리나라 방송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오후 11시 10분 방송예정이던 MBC <100분 토론>이 한나라당 측의 갑작스런 출연거부로 결방된 것이다. 이날 <100분 토론>은 이번 대선에서 핵심이슈로 떠오른 ‘BBK 공방’을 다룰 예정이었다. 방송을 보기위해 밤늦게까지 TV 앞에 앉았던 시청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채널을 돌려야 했다.

한나라당의 불참 이유는 이날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BBK 사건의 핵심당사자인 에리카 김 씨와 직접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때 닭고기 체인점 이름으로 오인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권 밖에 있던 ‘BBK 의혹’은 김경준 씨가 귀국과 동시에 한글 이면계약서를 공개함으로써 이번 대선의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한때 동생과 이명박 씨를 연결해주고, 이후 회사경영에까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에리카 김 씨의 이날 인터뷰는 베일 속에 가려졌던 ‘BBK 의혹’을 푸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의 알 권리를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언론인이라면 누구든지 욕심낼 만한 인터뷰였다. 더구나 이날 인터뷰는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이명박 후보 측의 반론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어서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될 것이 없는 인터뷰였다.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 씨의 만남 시기, 한글 이면계약서의 존재여부 등과 관련해 에리카 김 씨의 증언과 증거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성을 띄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측의 대응은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BBK 의혹에 대한 언론대응을 진두지휘하던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더는 (BBK 의혹과 관련된) 일체의 사법적 공방을 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사건 종결’을 선언했다.

과연 국민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가 ‘사건 종결’을 선언하는 이 희극적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나라당의 ‘사건 종결’ 선언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 10명 가운데 8명은 이명박 후보가 BBK를 직접 소유했거나 주가조작에 관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하고 있다. BBK 의혹과 관련해 유권자들은 아직도 이명박 후보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많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100분 토론> 결방 이후 보인 한나라당의 태도는 ‘옹졸함’을 넘어 ‘오만함’의 극치였다. 토론 불참과 결방만으로도 모자랐는지 한나라당은 다음날 자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을 앞세우고 MBC로 몰려가 ‘MBC를 좌시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하겠다.’는 폭언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방송사를, 그것도 공영방송사를 마치 자당의 홍보기구 쯤으로 여기며 보도책임자를 앞에 두고 호통을 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특히, 올 하반기 언론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질타하며 마치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를 신념화한 정치집단처럼 행세하던 한나라당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는 때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그리고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서 그렇게 함부로 바꿀 수 있는 상대가치가 아니다.

어찌됐든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은 조만간 검찰수사에 의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사건 종결’을 선언하고, BBK 관련 모든 TV토론을 ‘거부’하고, 아무리 민영화 ‘협박’을 하더라도 ‘진실의 칼’을 피해갈 수는 없다. 투표일까지는 아직도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다 막고, 의혹을 덮어둔 채 무조건 투표장으로 가서 표를 찍으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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