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BS '얼렁뚱땅 흥신소' 함영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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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했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한 기분”

KBS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연출 함영훈, 이하 얼뚱흥)가 지난 달 27일 끝났다. <얼뚱흥>은 방영 내내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소수지만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도 얻었다. 다른 드라마와 ‘다른’ 드라마였기에 가능했다.

<얼뚱흥>은 탄생부터 남달랐다. 박연선 작가가 2년 전부터 기획했지만, <얼뚱흥>은 “드라마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드라마 흥행 요건으로 여겨지는 멜로는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등장했다. ‘고종 황제의 숨겨진 보물찾기’라는 소재도 독특했다. 희경, 용수, 무열, 은재 4명의 캐릭터도 기존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인물들.  

<얼뚱흥>의 이런 ‘신선함’은 “처음 연출하는 미니시리즈였기에 무난한 드라마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함영훈 PD에겐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함 PD가 <얼뚱흥>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 박 작가의 한 마디. “그럼 하세요.”  

▲ 4일 만난 <얼렁뚱땅 흥신소>의 함영훈 PD

<얼뚱흥>은 그렇게 “드라마가 다 그렇지”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는 함 PD와 “모든 드라마가 하는 멜로를 하고 싶지 않았다”던 박연선 작가가 만나 색다른 드라마로 완성됐다.

그러나 대다수 시청자들로부터는 외면을 받았다. 많은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얼뚱흥>은 평균 3%대 시청률에 그쳐 ‘마니아 드라마’로 남아야 했다. 이에 대해 함 PD는 “연출 잘못”이라고 말했다. MBC <이산>, SBS <왕과 나> 등 쟁쟁한 사극과 맞붙게 된 편성 운을 탓하거나 드라마를 봐주지 않은 시청자를 탓할 법도 하건만, 함 PD는 시종일관 스스로를 탓했다.  

특히 방송 전 대본이 거의 완성돼 비교적 연출의 질이 고르게 유지됐다는 평을 받고 있음에도 “질적인 부분에서 많이 아쉽다”고 말하는 함 PD의 대답은 의외였다. 대부분의 드라마 제작과 마찬가지로 <얼뚱흥> 역시 시간에 많이 쫓겼다고 한다. 함 PD의 표현을 빌리자면 “13, 14회가 나간 것은 기적이고, 15, 16회가 나간 것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탓만 하던 함 PD. 그러나 ‘딱 두 가지’는 정말 잘 했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박연선 작가와 작품을 한 것과 캐스팅이 바로 함 PD가 꼽은 잘한 일. 그는 “이 드라마를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행운이었다”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함 PD는 “배우들은 정말 최고였다”며 “평생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들이다. 촬영이 힘들었어도 편집하는 낙이 있었던 게 배우들이 ‘러블리’ 했기 때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함 PD는 “작가, 배우, 스태프 등 좋은 사람들과 함께 네 달 동안 최선을 다 했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온 기분”이라며 끝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얼뚱흥>이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에 기여한 드라마로 평가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함 PD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지금은 “배터리 아웃 상태”라고 답한다. 방송이 끝난 지 일주일밖에 안 돼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간 상태란다. “정신 좀 차리면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봐야죠. 그러다 보면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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