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무슬림은 왜 대장금에 열광하는가?
상태바
[이란]무슬림은 왜 대장금에 열광하는가?
  • 이란=김종권 통신원
  • 승인 2007.12.06 10: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이란에 이른 것처럼 우연히도 중국과 인도에 이어 이란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대장금>. 이란 국영TV인 IRIB 채널 2를 통해 지난해 10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달 9일 마지막인 54회분 방영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장금>의 시청률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IRIB 하쉠 레자야트(Hashem Rezayat) 국장은 서슴없이 ‘86%’라고 답한다. 딱히 변변한 시청률 조사 기관 하나 없는 이란에서 이 수치에 의심이 생겨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주변의 이란인들과 테헤란대학교 외국어학부의 한국어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대장금> 시청여부를 물어봤다. 그 결과 안 본다고 대답한 학생은 거의 없어 일단 시청률 86%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장금(Jewel in the Palace)>은 채널 2를 통해 매주 금요일 밤 9시(이슬람의 경우 금요일이 휴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하면 일요일 밤 9시에 해당함)에 방영됐다. 이 시간대는 TV를 가진 이란 가족들이 TV 앞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널선택권을 쥐고 있는 이란 가정주부들이 특히 <대장금>을 좋아해 ‘잔자릴 혹은 지지(공처가)’로 지칭되는 이란 남성들은 무조건 따라 보게 됐고 결국 모든 이란남성들이 ‘양굼(장금이의 이란식 표현)’을 사모하게 됐으니 이 수치를 믿어도 될 것 같다. 최근 우리 정부 초청으로 방한했던 이란 한 고위인사는 출국하기 전 부인으로부터 한국에 도착하면 필히 양굼을 만나 사인을 받아오라 했다고 말해 우리 측과의 대화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 .

이란 사람들이 이렇게 <대장금>을 좋아하는 연유를 한 이란 여성에게 물었다. 그 여성은 주인공 ‘양굼’의 파란만장한 삶이 시아 무슬림의 특성 및 지향하는 정신과 너무 유사한 점이 많고, 그 어떤 역경도 꿋꿋이 극복해 나가는 양굼의 불굴의 의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스람 교도들은 이슬람 창시자 ‘모하마드’의 후계자 지명을 놓고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리됐다. 수니파는 알리의 아들인 하산과 후세인을 죽이고 후세인 아들과 손자도 독살하는 등 시아파에 대한 박해를 계속했고, 박해를 받아온 이들 후손들은 항상 가슴에 피맺힌 한과 함께 행방불명 된 12대 이맘 알 마흐디가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 모든 박해를 이겨내도록 인도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대장금>이 종영에 가까웠던 지난 8월,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140Km에 위치한 ‘곰’ 시의 성직자 회의에서는 한 ‘아야톨라’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란 사람들이 시아파 무슬림의 정신적 지주인 ‘Fatemeh’보다 ‘양굼’을 더 신성시하고, 양굼의 인기가 높아 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면서 당장 정부에 <대장금> 방영 중단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곰’시는 8대 이맘 ‘알리레자’의 누이동생 ‘Fatemeh’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성스러운 도시다. ‘아야톨라’는 지도층 신분의 이슬람성직자로 이름 앞에 호칭으로 붙인다)
다수의 이란 주간지 및 인터넷 홈페이지들은 정확한 방문일자 등을 언급함도 없이 ‘양굼’이 인도 유명배우와 함께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기사화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이란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이 기사는 그들이 12대 이맘 ‘알 마흐디’의 재현을 기다리듯 ‘양굼’의 테헤란 방문을 기원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 일 뿐이다.

이럴 때 ‘양굼’의 이란 방문이 이루어진다면 실종됐던 12대 이맘이 환생한 것처럼 한류의 열풍이 이란 전국을 휘몰아칠 텐데…. ‘양굼’ 개인의 애국심에 기대를 해보는 것이 나하나 만의 이기심일까?

이란=김종권 통신원 / 주이란한국대사관 홍보관, jkkim53@hot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혜연 2013-09-21 11:12:24
평생을 종교적인 행사만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니 어찌 오락문화에 대해 알겠냐구? 더군다나 이란은 이슬람혁명직후 완전 이슬람화가 되어서 연예인들이 설자리도 없는판인데...!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