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 MBC <베스트극장-달수, 부메랑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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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시민 ‘달수’의 IMF 터널 지나기오현창 MBC 드라마국

|contsmark0|한 사람의 배우가 20년간 출연하는 드라마를 만들면 어떨까?그의 아내도 늙어가고, 아들 또한 장성하여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고 장가도 가고….‘달수 시리즈’라 이름 붙여진 <달수 이야기>는 어눌하지만 가슴 따뜻한 평범한 은행대리 강달수의 소액재판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재판의 어려움을 다룬 <달수의 재판>(95년 6월)으로 시작되었다.집 짓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공사비리를 다룬 <달수의 집 짓기>(95년 11월), 초등학교 촌지로 인해 고통받는 달수아내의 모습을 그린 <달수아들 학교가다>(96년 5월), 일그러진 교통문화에 길들여진 모습을 그린 <달수의 차차차>(96년 7월), 노인복지에 부당함을 느껴 헌법소원까지 가는 <달수의 홀로아리랑>(97년 10월) 등 소시민이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인 우리 삶의 이야기를 해 오면서 1999년 6월에는 여섯 번째 이야기 <달수, 부메랑에 맞다>가 방송되어 벌써 4년이 되었다. 이 드라마는 일년에 한두편 기획되는 드라마이기에 연출자로서 만들기에 매우 신경이 쓰이는 드라마다. 방송시점에 적절하고 관심있는 소재를 찾는 데서부터 소재에 대한 검증, 시청자의 대리만족과 공감대, 사례조사 그리고 드라마의 오락적인 요소의 활용 등등. 기획할 때마다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 드라마다.이번 여섯 번째 이야기 <달수, 부메랑에 맞다>는 달수가 실업의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를 도우려다 자신도 어려움에 처하는 이야기이다.외환보유고 증가, 증시의 급등락, 성장률 상향조정, imf의 성공적 극복사례 그리고 밍크코트의 뉴스속에서 거의 묻혀버린 170만명의 실업자의 고통을 달수를 통해 끄집어 내고 싶었다.달수는 현실의 높은 ‘벽’에 막혀 장기실업자인 친구의 재취업도 성사시켜 주지도 못하고 몇번의 거절속에 사업자금까지 빌려주어서 떼이는 상황까지 당하게 된다. 결국 아내에게 고백하고 마는 달수는 아내에게 ‘나라도 못하는 일을 당신이 나서길 왜 나서냐’는 울음석인 원망을 듣고 만다.결국 달수는 imf의 ‘벽’을 넘지 못했다.이번 이야기는 시청자의 높은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소재의 어두운 면과 칙칙한 이 이야기를 보고싶어 하지 않는 시청자의 취향, 시기적으로 6개월 정도 늦은 기획, 그리고 연출의 부족함과 더불어서….나는 이번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 일개 드라마pd로서 주제넘게 얘기하는지도 모르지만 -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취향 변화를 재차 느꼈다. 시청률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청자의 입맛을 방송사가 변하게 만들지는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저 편하고, 재미있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게 만드는데 기여하지 않았는지….물론, 다양한 드라마 속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만화 같은 이야기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숨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는 드라마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청자가 편식하지 않게 다양한 인간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드라마를 자주 많이 만들자고 얘기하면 시청률경쟁에 지친 pd들에게 배부른 얘기일까? 드라마 제작 후 소감을 피력하다보니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한 것 같다.나는 달수가 좋다. 인물이 귀엽고, 삶이 인간적이고, 성격에 호감이 간다.그리고 나의 모습같아서 좋다.그래서 나는 정년퇴직 할 때까지 <달수 이야기>를 1년에 한두편씩 만들기를 스스로에게 소망한다.제도, 관습, 법, 문화속에서 평범한 소시민이 부당한 대접과 피해를 보지않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싶다.이렇게 만들어진 드라마가 20년후 1주일 동안 특집방송으로 한꺼번에 보게 된다면 어떨까? 배우의 실제 늙어가는 모습을 1주일 동안 보면서 ‘옛날에는 세금제도가 허술했구나!’, ‘노인복지가 엉성했네!’, ‘집지을 때 물을 탔네?’ 하면서 아련한 기억속으로 빠져들지 않을까?<달수이야기>가 버겁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달수네 가족의 20년간의 일기장이 되기를 바라며….|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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