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방송인들의 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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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방송인들의 줄서기
  • PD저널
  • 승인 2007.12.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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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줄서기가 줄을 잇고 있다. 정치인들의 줄서기야 너무나 식상한 얘기니까 논외로 하고, 엊그제 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혀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보와 한나라당은 친(親)노동자적 시각을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줄서기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크다고 한다. 지난주 검찰의 BBK 수사 발표 직후 유명 연예인 39명이 이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역시 ‘줄서기’로 비쳐졌다. 하긴 검찰도 줄서기로 지탄받는 현실이다. 대검찰청 게시판이 난리가 아니다. 노골적 표현으로 검찰을 비방하는 글들이 줄을 있고 있다.

방송 언론인들은 어떤가? 지난 주 방송인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방송협회 사무총장의 행태에 줄서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주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주의’라는 제재조치를 결정하는데 방송협회 사무총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3 : 3의 팽팽한 표결 상황에서 그가 제재 쪽에 손을 든 것이다. 방송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방송협회 사무총장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줄서기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은 KBS 시청자센터장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후보가 KBS를 방문했을 때 그가 보인 두 차례에 걸친 도를 넘는 처신은 줄서기로 비쳐질 수 있다. 사실 이런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며칠 전 “지금 사내 일부에서 줄서기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환멸을 느낀다. 협회 차원에서 뭔가 대책을 세워 달라!”는 얘기도 들었다.

왜 이렇게 줄을 설까? 잘되면 한자리 차지하고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설사 한자리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그가 지난 여름에 한 일들을 뻔히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언론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렇게 자존심 없는 사람이 왜 언론인이 되려했을까? 그리고 방송은, 그래도 공영방송은 이제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뭐가 부족하단 말인가? 공영방송인이 언론인답지 못하면 그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마땅하다. 언론인의 줄서기는 가장 큰 죄악이다. 그것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줄서려고 해도 언론이 눈을 부릅뜨고 있으면 그렇게 못한다.

물론 대부분의 PD들은 상식과 양식을 가지고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일부의 시사 프로그램 PD들은 외부의 정치적 공세와 편견, 그리고 탄압에 맞서 분투하며 대선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고 의혹을 벗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검찰까지 줄섰다고 비난받고 있는 이때 PD들이 바로 서야 한다. 자존심과 지조로 시대의 양심이 돼야한다. 그래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

20년 전 우리 PD들은 PD연합회를 만들면서 “방송전문인으로서의 긍지와 자각을 바탕으로 자유 언론과 방송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매진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우리의 지난 20년 역사는 바로 그 선언에 대한 실천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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