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더 이상의 공공연한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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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더 이상의 공공연한 비밀은 없다
  • 한상혁 변호사
  • 승인 2007.12.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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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변호사

삼성의 비자금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도 유력대선후보에게 제공되었던 정치자금의 출처가 문제되어 이 돈이 삼성 이건희 회장 개인의 돈인지 아니면 회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인지를 두고 잠시 수사가 진행되는 듯 하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가 종결되고 말았다.  

2005년 이른바 X-FILE사건에서는 한 술 더 뜨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끄집어내 조사할 수는 없다’라는 상황논리, 그리고 ‘도청의 결과물, 즉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조사를 할 수는 없다’ 석연치 않은 법 논리 등이 동원되어  X-FILE에 의해 명백히 드러난 사실들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조차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오히려 당시 사건을 보도한 기자만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비롯한 취재자료를 거액을 주고 샀다는 등의 악성루머에 시달리다가 결국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되어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2007년의 상황은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많이 달라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 사건 초기에는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들이 벌어졌다. 김 변호사의 처신과 관련하여 ‘삼성에 재직하는 동안 100억이 넘는 돈을 받아 챙기고 이제 와서 무슨 폭로냐’ 라는 이른바 ‘배신론’부터 ‘불법적인 지시에 따르는 것이 양심에 가책이 되었다면 즉시 이를 거부하고 그 내용을 폭로했다면 모를까 자신이 앞장서서 할 짓 다하고 이제 와서 하는 폭로가 무슨 설득력을 얻을 수 있냐’는 ‘공범론’, 그리고 김 변호사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각종 루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설들이 제기되며 김 변호사가 폭로한 내용의 진실성 또는 중대성보다는 폭로 당사자인 김 변호사의 진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목격되었다.  

거기에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역할을 강조하며 경제위기 가능성을 흘리는 일부 언론이 가세하여, 또 한번 이 문제가 변죽만 울리고 우리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하지만 이후 김 변호사의 여러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과 관련 당사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이어 검찰에서도 김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차명계좌의 존재를 밝혀내는 등 낭만적인 전망일지는 모르겠으나 진실의 전말은 아니라도 적어도 진실의 윤곽은 그려볼 수 있는 수준의 조사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에 다다랐다.   

이 시점에서 문제가 된 삼성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또는 부도덕한 행위라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에 해당한다고 하여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지나가 버린 사안들이 언제까지 공공연한 비밀로 남아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나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삼성의 비자금문제가 2002년, 2005년, 2007년 세 차례에 걸친 우연한 계기 또는 한 개인의 돌출적 행동(?)으로 인해 서서히 공개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몇 사람만이 아는 비밀이 영원히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차제에 ‘김 변호사의 폭로가 김용철이라는 개인의 인간성, 도덕성 문제 또는 김 변호사가 변호사로서 가져야 할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를 위반한 결과라는 또는 X-FILE보도가 영웅심에 불타는 기자 개인의 돌출적 행위라는 표피적 시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느 집단에서든 사전 사후 불문하고 그 집단의 처사에 문제의식을 갖는 제2의 김용철이 없으라는 법이 없고, 변호사로서의 업무수행 중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사실을 지득하고는 이를 동기 불문하고 폭로하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제2의 김 변호사가 없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럴 경우 또 다시 개인의 도덕성, 특정 직업인의 직업윤리 등을 내세워 묻어 버리는 방법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고,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법적 행위가 이루어지고 그런 행위들을 오랜 기간 동안 국민들의 시선밖에 머물도록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이다. 비밀은 털어버리고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 그리되어야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시대의 아픔이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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