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얀거탑’ 안판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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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 한국의 드라마사(史)에서 의미 있는 한 해로 기억된다면, 그 시작에는 분명 MBC 〈하얀거탑〉이 있다. 〈하얀거탑〉은 멜로 아니면 사극뿐이었던 TV 드라마 라인업에 확연히 ‘다른 드라마’로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런 이유로 〈하얀거탑〉은 연말 각종 조사에서 ‘2007년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되고 있다. 월간지 〈드라마틱〉이 〈하얀거탑〉을 ‘올해의 드라마’로 뽑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올해의 좋은 드라마’로 선정했다. 네티즌들도 〈하얀거탑〉이 ‘최고의 드라마’라는데 아낌없이 점수를 주고 있다.

장준혁(김명민 분)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지 9개월. 안판석 PD는 지금까지 “기억해 주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하얀거탑〉 덕분에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는 그는 “프리랜서는 일이 끊어지는 게 두려운데 그런 걱정을 안 하며 보냈으니 잘 된 거지”란 말을 웃으며 덧붙였다.

“〈하얀거탑〉이 시청자들의 기억에 아직 남아있다면 그건 일반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특수하게 접근한 면이 있기 때문일 거다. 넒은 계층을 사로잡진 못 했지만, 특정 계층을 푹 쑤신 것 같다.”

〈하얀거탑〉엔 그 흔한 드라마의 공식이 없었다. 멜로는 단역에 불과했다. 그 자리엔 권력을 향한 끝없는 욕망이 들어섰다. 욕망을 향해 돌진하는 장준혁과 그를 둘러싼 병원의 모습은 꼭 병원 밖의 세상과 닮아 있었다.

“〈하얀거탑〉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은 욕심의 끝을 향해 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시청자들은 그들의 욕심을 보면서 허탈해 하고 자신의 욕심을 덜어내게끔 된 것 같다. 마음속에서 화학 작용이 일어난 거다.”

‘욕망’은 〈하얀거탑〉을 지탱한 ‘일관성’이었다. “욕망이 많은 캐릭터를 사랑한다”는 안 PD가 끝까지 일관되게 끌고 가고자 했던 테마다.

“‘일관성’이란 것은 드라마를 만들 때 태도의 문제다. 감독·연출이란 직업은 작품과 모든 부분에 미치는 일관성이 중요한 것 같다. 그건 곧 철학, 세상을 보는 시각의 문제다.”

그래서 안 PD는 철학에 관심이 많다. 토론도 좋아한다. 거창한 의미는 아니다. 평소 꾸준한 독서를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쌓이면 가슴 속에 동력이 생기고, “발동이 걸리면” 〈하얀거탑〉 같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제 안 PD는 〈하얀거탑〉과 장준혁을 떨쳐내고 다음 작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영화를 먼저 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국경의 남쪽〉에 이어 두 번째 영화다. 그에게 드라마 혹은 영화란 작업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해보니까 이걸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해야 할 것 같다. 오래 걸리는 일이다. 5년 조연출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 초등학생부터 시작된 일인 것 같다. 해보니 나한테 맞는 게 아니라, 해보니 지금껏 이일을 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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