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뒷전’ 후보자 파파라치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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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개표방송 리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전체 득표 가운데 48.7%를 얻으며 제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개표 전부터 이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방송 3사는 누가 좀 더 빠른 당선 확실 결과를 내는 데 주력해 여전히 속보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사 예측조사, 오차 범위 벗어나

개표가 마감된 6시를 기점으로 발표된 예측조사와 당선자의 실제 득표율은 KBS·MBC 1.6%와 SBS 2.6%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오차범위 KBS·MBC ±1%, SBS ±2%를 벗어나는 수치다. 

방송 3사는 이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투표 결과에서는 과반에 조금 못 미친 48.7%를 얻었다. KBS와 MBC가 공동으로 벌인 예측조사는 이명박 후보는 50.3%, SBS는 51.3%였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6.2%의 득표율로 KBS․MBC는 0.2%, SBS는 1.2%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도 예측조사에서는 KBS․MBC는 13.5%, SBS는 13.8%를 얻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득표율은 15%를 넘었다.

KBS와 MBC가 공동으로 진행한 출구조사는 KBS와 MBC가 각각 미디어리서치, 한국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5만 명 이상의 투표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또 SBS는 TNS미디어코리와 공동으로 전국 233개 투표소에서 10만 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했다.  

자체 당선 시스템, 오후 8시쯤 ‘당선 확실’ 판정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다른 대선후보들과 많은 표차를 내며 당선될 것이 예측된 만큼 방송3사는 오후 8시쯤 이 후보는 ‘당선 확실’(당선 가능성 99%)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오후 8시는 공식 개표율이 약 4% 진행된 상황으로 “방송사들이 속보 경쟁에 휘둘려 너무 빨리 당선자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 ‘SBS 뉴스’는 는 오후 8시 5분 자체 시스템을 통해 ‘이명박 당선’이라고 발표했다.

KBS는 방송사 가운데 가장 빠른 오후 7시 54분쯤 자체 당선시스템인 ‘디시전 K’에 의해 이명박 후보를 당선 가능성 95%인 ‘당선 유력’ 판정을 내렸다. 이어 8시쯤 당선 가능성 99%인 ‘당선 확실’ 판결을 내렸다. 이어 오후 10시 45분 이 후보의 ‘당선 확정’을 발표했다.

MBC도 오후 8시쯤 자체 ‘윈-윈’ 시스템을 이용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이름 앞에 ‘확실’이란 도장을 찍었다. 오후 9시 50분부터는 이 후보의 당선까지 남은 ‘매직 넘버’(2위 후보가 남은 표를 모두 가져가도 순위가 뒤집어지지 않는 숫자)를 밝혔다. 이어서 10시 20분부터 계속 ‘매직 넘버’를 공개해 오후 10시 47분 당선을 확정했다.

SBS는 오후 8시 5분에 자체 ‘당선 확률 시스템’을 통해 당선 가능성 99%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발표했다. 앵커는 “이 후보가 당선됐음을 발표합니다”라며 “자체 시스템에 의해 당선 확정 발표가 났습니다”라고 밝혔다.  

방송사 카파라치 자처, “이명박 후보를 잡아라”

이번 대선 개표방송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위한 방송사들의 경쟁이 심했다. 심지어 오토바이에 카메라를 매달고 후보를 뒤쫓아 가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으나 실제로 후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각 방송사들은 이명박 후보의 뒤를 쫓기도 했다. 방송사들은 이 후보가 탔다며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이 후보가 탑승하지 않아 사과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화면은 SBS.

특히 오후 8시 각 방송사 자체 시스템을 통해 ‘당선확정’ 판결을 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탔을 것으로 알려진 검은색 카니발 승용차를 방송3사가 쫓으며 현장중계를 했으나 ‘방송사들을 따돌리기 위한 유인’으로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낳았다.

SBS는 와이브로 생중계 기술을 이용해 오후 4시 40분부터 후보들을 현재 위치와 모습을 보도했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 모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호텔 로비를 비추며 간접적으로 나마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와이브로 생중계 기술은 화질상태가 고르지 못하고 후보들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고 음향 또한 없어 애초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취지와는 달리 긴장감은 다소 떨어졌다. 
  
개표방송에서도 ‘빅3’에만 ‘관심’ 집중

각 방송사는 개표방송에서도 지지율 상위 3위에 해당하는 후보자들에게만 관심을 나타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예측조사가 시작하기 전 스튜디오에 초청한 각 정당의 인사들이 모두 ‘빅3’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개표방송 중간에 내보내는 영상도 ‘빅3’ 위주의 편집을 해 ‘해명하는 일’까지 있었다. 

특히 오후 3시에 방송사 가운데 가장 먼저 개표방송을 시작한 MBC는 ‘빅 3’위주의 영상물로 정범구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항의를 받는 일까지 일어났다. MBC는 각 후보 유세 동영상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허경영, 전관 후보 등을 함께 편집했다.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지켜본 정 선대본부장은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후보들을 대표해 나와 있는데 편집이 이럴 수 있나”며 “아직 투표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개표방송을 진행하는 신경민 MBC 선임기자는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며 “코리아 리서치측에 공개적인 지지율에 근거해 선정한 것으로 스튜디오 공간상 다른 후보들을 모두 모시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측조사를 발표하기 전 방송3사가 스튜디오에 초청한 각 정당의 캠프 관계자도 ‘빅3’ 위주였다. KBS는 양형일 대통합민주신당 선대위 방송콘텐츠본부장, 정두언 당 선대위 총괄기획팀장 등이, SBS는 나경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변인, 최재천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대변인, 전원책 무소속 이회창 후보 특보가 출연했다.

MBC는 각 캠프의 ‘입’ 역할을 하는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대통합위원장,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 정치 위원장,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위원장, 정범구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 류석춘 교수 등이 참석했다.  

‘재미’ 추구한 개표방송 “신선하지만 어색해” 

이번 대선에서는 연예인과 자사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접목한 개표방송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KBS는 정치인 성대모사로 유명한 ‘김학도’ 씨를 전면에 내세워 대선 주자들의 ‘대선 갤러리’와 ‘대선 마라톤 중계’를 맡았다. ‘대선 갤러리’란 코너로 지난 1년간 카메라에 찍힌 대선 후보들의 사진을 재미있게 소개했다.  

‘대선 마라톤 중계’는 최승돈 KBS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을 맡아 대선 후보자들을 마라톤 주자로 설정한 뒤, 득표수에 따라 마라톤 주자들의 순위를 중계했다. 하지만 중계하는 과정에서 후보들의 득표율이나 수치가 틀려 재미가 반감되기도 했다. 

MBC는 자사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내세웠다. 〈뉴스데스크〉주말 앵커로 인기를 얻었던 최일구 MBC 스포츠부 부장은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코너에 출연해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이라는 주제로 강호동, 유세윤, 우승민과 입담을 과시했다. 〈무한도전〉은 유재석, 노홍철 등이 대선 관련 퀴즈를 알아맞히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개그맨 김구라도 등장했다. 김 씨는 ‘대한민국 대선 60년사’에서 대통령 선거를 통해 본 시대상을 설명했다. 대통령 후보가 떠난 뒤의 유세현장을 취재한 ‘후보가 떠나고 난 뒤’에서는 개그맨 김주철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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