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흙 냄새 풀풀나는 ‘촌 PD들’

|contsmark0|전국 방방곡곡을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pd를 꼽으라면 단연 이들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농어촌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은 농어촌에서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들을 담아내기 위해 바닷가 어떤 한 마을에서 저 산자락 어느 계곡까지 한반도를 구석구석 안 다니는 곳이 없다. 이들이 다닌 거리를 마일리지 보너스개념으로 따져 본다면 모르긴 해도 해외여행 한 두 번은 다녀왔을 터이다.모든 촬영이 현장 취재이기 때문에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검게 그을어있다. 강한 햇볕에 얼굴에 기미까지 생겼다는 mbc <고향은 지금> 박광인 pd(사계절프로덕션)는 이젠 아예 밀짚모자를 쓰고 현장에 나선다.이들 농어촌 프로그램들이 추구하는 것은 정보와 재미. 기존의 ‘먹는 아이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농법을 전파시키고 소득증대를 유발하며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을 ‘보게끔 하는 것’ 또한 커다란 목적이다. 선진농업과 농촌사회의 ‘신지식인’들을 찾아 방송하는 것은 뻔한 결말을 가져와 식상함을 줄이기 힘들다. 이러한 식상함을 줄이는 방법은 서로 달라 별다른 멘트없이 사는 모습에 카메라를 맞추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리포터들과 코믹적인 상황을 만들거나 패러디를 섞어 내보내기도 한다.소외된 농어촌 사람들에겐 희망을 주고 도시 사람들에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던져주는 이러한 농어촌 프로그램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러한 관심은 방송이 나간 후 걸려오는 문의전화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독특한 영농법이나 새로운 작물이 소개되면 그날은 전화가 폭주한다. 농어촌 사람들은 물론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단연 전화가 많이 오는 때는 몸에도 좋고 ‘어디’에도 좋다는 작물이 나왔을 때라고.“농어민들에게 신영농기술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은 물론 imf이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에게 이런 프로그램들은 가치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신동헌 부장 kbs <농어촌지금>)“산업화, 도시화되어가는 과정에서 고향을 잊은 채 각박하고 삭막해져가는 도시사람들에게 고향의 정서를, 공동체적 삶을 느끼게 하는 것이 커다란 목적이다. 또 특산물이 소개되면서 농어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데 힘쓰기도 한다. kbs로서는 이러한 작업에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pd들의 공이 크다.”(고영규 pd. kbs <6시 내고향>)지역 특산물들이 주요 아이템이 되다보니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국에 홍보가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간접광고가 금지되어있는 현실에서 그 수위를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한 개인에 국한된 상품은 배제하지만, 마을단위로 공동출하하는 작물은 도와주고 있다. 농어촌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문제는 바로 유통과 판로의 개척인데, 이런 것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김익호 국장. mbc <고향은 지금>)이 농어촌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연계되어 유통마진을 줄여 서로가 도움이 될 수 있고,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융통성있는 홍보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의견들이다.이렇게 도시 사람도 만족시키고 소외된 농어촌에서도 사랑받는 프로그램도 드물지만 이들 ‘농촌pd’들에게도 고충들은 따라다닌다.소재가 농어촌으로 한정되어있다보니 아이템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괜찮다 싶으면 다른 방송에서 다루었고.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야하기에 ‘먹는 아이템’은 이제 그만해야 하고. 작가들과 함께 아이템 선정에 검게 그을린 피부속으로 가슴도 검게 탄다.“제보가 들어오면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전화 사전취재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내려가면 ‘그림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접을 수밖에’없다.”(서명원 pd. <고향은 지금>, 사계절프로덕션)적은 제작비와 하루가 멀다하고 다니는 지방출장으로 아이템이 하나 펑크나면 결국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며 ‘현장 박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이렇게 농어민들과 직접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농촌이 변하고 있다는 것.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도시보다 앞서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소득면에서도 웬만한 도시민보다 낫다. 그래도 ‘고향의 정’은 변하지 않았는데 극구 말려도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취재차량에 막무가내로 밀어넣어 가끔 촌지 아닌 촌지를 받기도 한다. 방송이 해야할 많은 일 중에서 소외되어 있는 농어민들에 대한 관심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농촌pd’의 사명이라고 말한다.“그들에겐 목숨을 건 생업이다. 막 찍어서는 안되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박광인 pd)“농어촌을 이끌어나갈 농업고등학교 학생들조차 ‘농’자만 나와도 냄새난다고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 희망을, 가능성을 주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신동헌 부장)어느덧 이들에게도 진한 쇠똥냄새가 배어버렸다.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pd들이다.<이대연>|contsmark1|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