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네 번째 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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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네 번째 개국
  • 공태희 OBS PD
  • 승인 2007.12.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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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희 OBS 예능제작팀 PD

OBS 경인TV의 개국일이 정해졌다. 12월28일.
방송인으로서, 세밀하게 말해 프로그램 제작자가 경험하기 어려운 일중 하나가 방송사의 창립과 개국일 것이다. 미디어홍수 시대에 무슨 방송이 개국을 준비 중이고, 또 무슨 방송은 지난 주 개국방송을 끝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긴 하지만, 지상파의 개국이라면 흔치 않은 이야기. 더구나 세계 민영방송사에 한 획을 그었던 i-TV를 계승하는 OBS의 탄생에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무수한 삶의 이야기를 집대성한 천일야화, 혹은 一國의 興亡史같은 장중한 느낌마저 든다.

필자는 유독 개국과 인연이 깊다. 이번이 네 번째 개국경험.
방송이라는 놀랍고도 무시무시한 세계에 입문한 계기는 i-TV의 개국. 그 뒤 IT붐이 일 무렵 잠시 몸담았던 인터넷방송의 개국을 거쳐, GTB 강원민방의 개국 그리고 몸과 마음의 고향이었던 이곳으로 돌아와 OBS의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필자에게 개국이란 공정은 횟수를 거듭한다고 해서 도무지 친숙해지지 않는다. i-TV 개국 때는 멋모르던 막내였으니, 스튜디오와 중계차 고사를 지내는 일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놀라웠을 뿐.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던 시절 맞이한 GTB의 개국도 필자에게 만만찮은 고생의 추억록을 몇 권이고 남겨주었다.

실제로 개국은 매우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하는 작업의 연속이다. 더구나 OBS의 개국은 세계최초 풀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 속에 탄생하고 있다. 그 만큼 방대한 동시 섬세한 공정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험과 실험을 반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방통융합시대에 돌입했고, 풀디지털을 꿈꾸는 21세기 한국의 방송환경에서 하나의 지상파를 설립하는 일은 一國의 흥망사를 총망라한 대하드라마와 같은 느낌이다.

우선 개국공정에 참여하는 인원의 규모가 방대하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직접참여인원 수 천 여명. 거기에 장비업체, 설비업체, 각종 운용 프로그램 개발사의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정확하게 합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
수천수만의 땀과 눈물과 근성과 열정… 거기에 OBS의 탄생을 위해 쌈짓돈을 뒤지고, 마음으로부터의 성원을 보내준 경인지역 시청자와 시민단체 등을 생각한다면 OBS의 탄생은 그저 경인지역에 또 다시 탄생하는 지상파 방송의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공익적 민영방송. 그런 이유로 OBS의 방송철학은 희망과 나눔이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아닌 시청자 지상주의, 일등방송이 아닌 일등급 방송. 방통융합과 다채널시대에 지상파의 존재이유는 그리고 생존의 비결이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을 여기 OBS의 탄생배경과 개국과정 속에서 절감하고 있다.

결국 따뜻한 피를 머금은 심장을 가지고, 언제나 사람을 먼저 향하는 눈빛을 지닌 채, 당신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얼마든지 들려주고 또 들려줄 수 있는 겸손하고 다정한 방송만이 21세기 지상파 존재의 유일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는 형상이다. 하지만 필자는 OBS의 미래는 반드시 그러하리라 믿는다. 동료들과 맞잡은 두 손으로 그렇게 만들 것이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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