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예능스타 릴레이 인터뷰] ①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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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면허, 잘 쓰겠습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정글의 법칙이 살아 숨 쉬는 연예계.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처럼 메인이 되기 위해 펼치는 그들의 경쟁이 그 어느 곳보다도 살벌한 곳, 바로 대한민국 예능계다. 〈PD저널〉은 2007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며 쉼없이 달려온 예능 스타들을 만나보고, 그들을 통해 2008년 예능계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스타로 〈PD저널〉은 김.구.라.를 만났다. <편집자 주>

김구라. 그의 본명은 김현동, 아들 이름은 앞뒤만 바뀐 김동현. 인천에서 태어나고 인하대학교 영문과를 나온 그는 버라이어티쇼 MC, 시사평론가, 라디오DJ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며 팝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SBS 공채 2기 개그맨으로 데뷔하며 코미디의 길을 걷고자 했으나, 불러주는 곳이 없어 10년간 무명생활을 했다. 인터넷에서 정치인, 연예인들에게 욕설을 동반한 ‘독설’을 퍼부으며 인터넷 스타로 급부상하기도 했으나, 이러한 그의 ‘막말’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2004년 무명생활을 끝내고 지상파 방송사에 진입한 그는 현재 KBS <스타골든벨>, KBS 2라디오 <김구라의 초저녁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불가능은 없다, 동안클럽>, SBS <라인업>, tvN <김구라의 위자료 청구소송>, mbn <언중유골>, MBC every1 〈B급뉴스 구라데스크, OBS경인TV <진실과 구라> 등 10개가 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는 <구라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웃겨야 산다>는 책도 내고 1주일마다 조선일보 ‘김구라의 쿨아이’라는 대중문화칼럼도 쓸 만큼 글재주를 자랑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에 KBS 연예대상 남자부문 베스트엔터테이너상과 MBC 방송연예대상 쇼버라이어티부문 남자 우수상을 받는 영광을 누린 이 ‘구라’같은 인생을 사는 그는 2007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커피숍에서 만났다. 

- 이번에 여러 방송사에서 상을 받았다. 데뷔 14년만의 상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는데, 소감이 어떤지.  

“사실 기쁘고 많이 고맙다. 저는 상을 받을 만한 행실이나 언행 소유자가 아닌데 이런 상을 받았다. 상을 욕심낼 위치도 아닌데. 좋은 주변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고 인정을 해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김구라가 채널 XTM ‘도와주십쇼’를 찍을 때 모습이다. ⓒ XTM

-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평가받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2004년에 공중파에 진입하고 해를 거듭하면서 매년 목표를 세웠다. 2004년에는 지상파 방송사에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이 목표였고, 2005년부터는 주류가 되자는 생각을 했다. 2007년을 되돌아보면 초 메이저는 아니더라도 일단 주류로 진입한 것 같다. 앞으로 자리를 잡고 더 나은 단계로 가기위해 노력하겠다.” 

- 현재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은. 

“<일밤>, <라인업>, <황금어장>, <김구라의 초저녁쇼>, <스타골든벨>. 그리고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준 <불량아빠> 등 다 애착이 많은데…. 무얼 하나 꼽기가 그렇다.” 

-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건강은 어떤가. 

“몸이 조금 힘든 것은 있지만 그리 개의치 않는다. 언제라는 한가해 지고 끊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웃음).” 

-  케이블에서 시사 프로그램도 진행을 하고 있는데 오락프로그램과 어떤 차이가 있나.  

“mbn <언중유골>같은 경우는 3년을 넘게 해 오면서 많은 애정을 쏟았다.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분야다. 다른 연예인들하고 변별력을 갖게 해 주기도 하고 시사에 관심도 많아 여태까지 출연료 상관없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MBC <일밤-불가능은 없다>를 맡아 해외 2주에 한 번씩 나가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맡다보니 시간이 안 맞는 상황이 생겼다. 아쉽지만 시사에 일가견이 있는 김학도 씨가 맡아 하고 있다.” 

- KBS <스타 골든벨>도 관두는 것 같던데. 

“아쉽게도 얼마 전 관두기로 했다. 내 인기를 가져다주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프로그램인데 너무 오래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더라. 저 보다도 제작진 쪽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작진과 합의 하에 하차하기로 했다.” 

- ‘김구라’라는 캐릭터가 방송에서 통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10년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권위와 가식이 무너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방송은 우리 실생활과 유리된 측면이 많았다. 원래 오락이란 즐거워야 되는 것 아닌가. 즐거워야 되는데 보이지 않는 규제와 소재의 제한이 많다. 인간관계에 있어 서로 뻔히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얘길 안했던 것, 이런 것을 내가 대신 가감 없이 얘기해주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면전에서 민감한 이야기를 물어보길 어려워 하지 않는가.” 

▲지난해 10월, 김구라는 욕설 방송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사진은 SBS <이경규·김용만의 라인업> ⓒ SBS

- SBS <라인업>에서 김경민 씨한테 욕설을 했다가 사죄한 일이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아찔하다. ‘막말’에 대한 본인 생각은.  

“그걸 보면서 느낀 게 ‘막말’을 잘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에게 ‘Licence to kill’이라는 식으로 ‘살인면허’를 주는 것처럼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시청자들이 나에게 ‘막말면허’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재적소 써라. 아무데나 쓰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한다. 분위기를 띄우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기 위해 적재적소에 과용하지 않고 또한 독하지 않게 쓰도록 하겠다.” 

- 하지만 ‘막말’에 익숙한 김구라 마니아층은 욕이 약하졌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의 요구를 사실 다 들어 줄 수가 없다. 매체환경이 변하지 않았는가. 80년대 군사 정권 하에서는 그런 말도 못했는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것이 최초였고. 지금 상황이 변했다. 그냥 마니아들의 ‘향수’라고 생각한다.” 

▲KBS2 ‘폭소클럽 - 아빠하고 나하고’ 출연할 당시 김구라 씨와 아들 동현군의 모습 ⓒKBS 

- 김구라에게 아들이란. 

“아들은 보물이다.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소중하고 귀하게 느끼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렇게 느낀다. 특별히 남과 다르지는 않다.” 

- 동현이가 ‘돈이 최고다’라든지 ‘아파트 베란다만 보고도 평수를 알아맞히는 등’ 에드리브를 한다. 스스로 깨우친 건지, 가르쳐 준건지.  

“프로들도 사실 방송이라는 것을 합을 맞춰보고 들어가는데 애드리브로만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동현이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주문을 하는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처음에 동현이가 하는 방송에서 하는 얘기들은 ‘얘가 어떻게 이런 말을’이라고 할 정도로 감탄하긴 했었다.” 

▲김구라는 채널 XTM ‘도와주십쇼(Show)’를 찍을 때 모습. ⓒ XTM

- 팝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팝 DJ에 대한 욕심은
. 

“지금 KBS 2라디오에서 <김구라의 초저녁쇼> DJ를 하고 있는데 386세대에 맞춘 가요를 주로 틀고 팝을 가끔씩 튼다. 팝을 틀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차에도 팝 CD를 300장정도 넣어 다니며 듣는다. 그런데 요즘은 바쁜 탓에 팝을 골라서 듣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사실 음악 프로그램도 정통 팝을 맡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 조선일보에 ‘김구라의 쿨아이’ 칼럼도 쓰고, 책도 두 권이나 냈다.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하나.  

“생각을 많이 하고 글도 쓰고 살자는 생각을 했다. 방송환경이 변하다 보니 글로써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글을 쓰려고 한다.” 

- 2007년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박명수 씨도 그렇고 호통과 막말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았던 해이지 않나 생각한다. 왜 이런 경향이 형성됐다고 보나. 

“방송·연예계는 대한민국을 대변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어땠는가. 시끄럽고 정신없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리얼’이라는 장르가 뜨는 것은 솔직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화질도 HD로 바뀌면서 배우들 피부 하나하나 다 속일 수 없다. 어떻게 커버해 볼 도리가 없다. 시청자들이 타짜다. 뻔히 다 안다. 그런 것들이 반영 된 것이 아닌가한다. 앞으로도 좀 더 거칠어지고 계속 거칠어지다 보면 시청자들이 다시 따뜻한 것에 목말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터넷 방송 때가 그립지는 않은가.  

“인터넷 방송 같은 경우는 시스템 상에서 PD 작가 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정이 열악하다. 또한, 여러 사람이 듣는 게 아니라 마니아만 듣고 하는 점들이 있다. 편한 얘기를 할 수도 있고 나름대로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 - 긴급프로젝트! 서해안을 살리자’를 촬영할 당시 모습 ⓒSBS

- <라인업>에서 태안을 다녀왔다. 실제로 어땠나. 

“생각한 것 보다 참 심하다. 처음 갔을 때 가서 안일하게 ‘대충 씻고 오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일을 하러가는 것도 있지만 방송이다 보니 홍보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갔다. 하지만, 가서 ‘정말’ 일만하다 왔다. 첫 번째 간 곳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치우니까 좀 나아졌는데, ‘이젠 좀 나아졌겠지’하고 두 번째 섬에 가니까 너무 심각했다.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시청자가 호평해줘서 고마웠다.” 

- 2007년을 정리하자면. 

“2007년 대한민국 자체가 의미 있었다. 새로운 성향의 집권층이 나라를 이끌 것 같다. 다사다난했고 내년이 기대가 되는 한해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희망을 가지시고 저도 열심히 하고 어려운 환경을 타계해 나갔으면 한다. 원래 비관적인 사람인데 무언가 한 가지를 틀어쥐고 열심히 하니까 되는 것을 몸소 체험을 했다. 꾸준히 열심히 하니까 길을 보이더라. 경쟁력 있는 것을 열심히 해 자신의 길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 2008년 계획은.  

“이제 몸의 한계도 있고 해서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들 위주로 방송을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이것저것 내 몸에 맞춰 봤다. 무조건 도전했다. 그런데 이제 많은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내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내게 맞는 프로그램을 잘 선택해서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어온 상승세를 이어서 좀 더 자타가 공인하는 색깔 있는 메이저 방송인이 되는 것이 목표다. 제 색깔과  캐릭터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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