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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권력의 교체기, 10년 만에 권력을 찾은 보수정당,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격인 보수신문들은 연일 MBC 민영화와 KBS 정연주 사장 체제의 와해를 부르짖고 있다. 모 신문사가 MBC를 먹을 거라는 둥, KBS의 새로운 사장은 누구라는 둥의 근거 없는 소문이 언론계에 횡행한다. 무슨 전리품을 챙기는 듯한 분위기다. 과연 그들의 의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과학에서 가장 각광받는 담론 중 하나인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아무리 강력한 권력을 가진 행위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의도대로 역사를 관철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을 가진 노동자계급이 아무리 “노동해방”을 부르짖으며 행동을 하더라도, 혁명 직전의 상황 속에서 농민들이 “토지개혁”을 주창하더라도 이런 행위자들의 의도대로 역사는 움직여지지 않았다.

구조가 가지고 있는 틀 속에서 영향을 받으면서 행위자의 행동은 비틀어지고 변화되고 결국 그 행위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역사는 진행되어 왔다.  전두환의 졸업정원제 실시와 중산층 육성 정책이 결국 자신의 정권을 끝장내는 87년 6월 항쟁으로 돌아올 줄 그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MBC와 KBS에 대한 그들의 적나라한 의도는 시시각각 중계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 공영방송 때문이라는 암묵적인 합의 속에서, 한쪽은 사양화된 신문 산업에서 벗어나 여론의 독과점을 방송을 통해 더욱 확대하려고, 또 한쪽은 이후의 “장기집권”을 위해 힘을 합쳤다. 여론시장과 정치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행위자들의 이러한 의도는 곧 성공할 것처럼 보일 것이다. 권력을 가진 행위자들은 거대한 자신들의 몸집에 가려서인지 자신들을 둘러싼 구조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때로 자신들이 곧 구조라고 착각을 한다. 

17대 대선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일단 이명박 체제의 출범을 승인했다. 새로운 보수의 탄생이라고 범보수 진영은 흥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승인은 제한적일 따름이다. 1987년 이후 한국의 시민사회는 “경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결코 “민주주의”는 포기하지 않는 형태를 반복해왔다. 보수적인 세력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퇴행이 있을 경우 그 퇴행을 주도한 정치 행위자들에게 배반을 안겨준 것이 한국의 시민사회이다.

공영방송이라는 틀이 있기에 거대한 “상업화”의 흐름 속에서 그나마 방송의 공공성이 지켜진다는 사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계층 간 분열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소외받고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은 지금 한국에서 공영방송이 필요한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를 무시한 채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영방송에 대한 흔들기는 이명박 체제를 승인했지만, 결코 민주주의에 대한 퇴행을 승인하지 않을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모욕이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그들이라 할지라도 결과는 결코 그들이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의도를 실현하려 시도한다면 그 결과는? 그들에게 노무현 정부 5년을 돌아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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