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머독 견제 위해 최소한의 겸영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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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머독 견제 위해 최소한의 겸영만 허용
해외 신문방송 교차소유 실태
  • 런던=정준희 통신원
  • 승인 2008.01.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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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방송 겸영 관련 규제는 ‘매체 교차소유권 규정(cross-media ownership rule)’으로 집약된다. 영국의 경우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에 의한 관련 규정이 존재한다. 전국지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신문사나 소유주는 지방 및 전국 지상파 방송 면허, 또는 해당 방송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방지 소유주가 해당 지역의 지상파 방송 면허나 지분을 획득하는 데에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는데, 통괄하여 이른바 ‘20:20 규정’이다.

이는 물론, 뒤집어 말하자면, 신문 시장의 비지배적 행위자가 지상파 방송사를 보유하는 것, 그리고 지배적 행위자라 할지라도 비지상파 채널을 소유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라는 건 대충, 이와 같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완전히 금지되어 있지는 않은” 정책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락하는 것이 정말 불가역적인 추세인지, 그리고 해당 경향성의 실존에 대한 정치적 ‘소망’이 아전인수 격 ‘현실’을 구성해낼 수 있을지언정, 그러한 추세만으로 일국의 매체 정책에 있어서의 중대 변화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일단 논외로 하자. 매체 교차소유 정책의 존재이유가 무엇이며 이를 수립하거나 변화시킴을 통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리고 이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실화되어야 하는가에 우선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매체 교차소유권 규정은 특정 언론사들이 한 사회의 매체 일반에 걸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영국의 해당 규정을 두고 흔히 ‘머독 조항’이라 부르는 것은 <더 타임>과 <더 선> 등을 발행하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상파 방송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사회정치적 합의에 공명한다.

두 번째로, 매체 소유권 집중은 변형 신자유주의에 해당하는 블레어-노동당 정부뿐 아니라, 원조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는 대처-보수당 정권에 의해서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진 사안이다. 제아무리 탈규제 정책의 ‘철의 여인’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매체 정책을 위한 독립위원회, 백서, 공청회 등의 지난한 협의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과정 자체가 규제 완화 정책의 안정적 집행을 보장해주는 ‘구속력 있는 결정(binding decision)’이자 사회정치적 안전장치였다고 보는 게 더욱 옳다.

게다가 영국의 매체 교차소유권 규정의 배경에는 방송의 불편부당성과 공정성 같은 강력한 규제 원칙과 자발적 수행 윤리가 존재한다. 방송 뉴스 일반에 대한 공공적 제약이 없었더라면 머독의 스카이(Sky) 뉴스 채널이 미국에서의 폭스(Fox) 뉴스와 같은 문제를 야기하였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치적 스펙트럼과 영향력 차원에서 신문 매체들 사이의 균형이 어느 정도는 갖추어져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BBC와 같은 공영방송의 강력한 존재감은 물론, 주요 상업방송사까지 ‘공공서비스 방송’ 체계 속에서 일정한 공적 기능을 분담하고 있는 영국적 맥락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나아가 매체 소유권 상의 주요 변동은 반드시 규제 당국에게 이월되어 공적 차원의 ‘복수성 검증(plurality test)’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특수 사안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같은 측면이 영국 매체 소유권 정책의 부록이나 각주가 아닌 ‘본문’으로 참조되어야 마땅함에도, 이에 무지하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근거조차 불분명한 ‘세계적 추세’를 애써 보편적 논거의 지위로까지 끌어올린 것 외에, 정작 각국 매체 정책을 관통하는 보편성으로 지목된 것은 무엇일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가해야 한다는 새로운 매체 교차소유권 정책은 ‘정권 창출을 지원해준 신문에 대한 보은’ 이상의 가치와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까?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일정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신에, 느닷없이 ‘겸영과 민영화’라는 도그마를 마치 완성된 정책인 양 내려먹이려는 것은 과연 어디에서 발견해낸 ‘세계적 추세’일까?

런던 = 정준희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 문화연구센터 박사과정,  KBS <해외방송정보> 영국주재 연구원 / juneheeju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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