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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감시하는 시민의 눈이원근한국 과학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

|contsmark0|시민운동은 제5의 힘이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요즘 그 목소리에 힘이 실려지고 있다. 시민운동에 던져지는 시선 또한 다분히 긍정적으로 변했다. 세계는 큰 변혁과 함께 새로운 질서와 정책과 전략을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시민운동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빨라지는 사회변화 주기와, 21세기의 도래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전문적이고, 다원화된 시민단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단순 사회문제에서 국방정책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시민참여의 범위가 확대되어가고 있다. 과학기술 시민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승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국가경제적 중요성과, 과학기술의 양면성에서 비롯되는 각종 사회·문화적인 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염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시민의 권리행사이다.우리나라의 2000년 과학기술 예산신청액수는 4조3천억원에 육박한다.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시민의 참여는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여전히 획일주의와 관료주의의 늪에 빠진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아직 들릴 듯 말 듯 아득하기만 하다. 개탄스러운 참여의식의 현실이다.미국의 로카(loka)연구소는 1987년에 설립된 대표적 과학기술시민운동단체로서, 현재 200여개 시민단체 및 대학과 연합하여 정보통신, 유전자조작기술, 군사무기, 기초연구의 우선 순위 결정, 기술영향평가, 산업안전보건 문제 등 광범위한 과학기술정책에 관여하는 시민패널을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의회나 정부쪽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국립과학재단, 의회 과학기술 관련 상임위나 백악관 등의 공청회에 로카연구소는 빠짐없이 초청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경제가 발전될수록 환경, 건강, 사회, 문화 등과 더욱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개인과 국가 및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초인간적 대리자인 과학기술에 의하여,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의 미래가 결정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연구자와 정책결정자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가를 뜻한다. 그러므로 과학기술 및 그 정책에 관한 시민 감시체제는 우리의 미래를 송두리째 도둑맞지 않기 위한 시민의 정당한 권리행위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선진국에서는 과학기술 시민참여운동이 각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책결정자들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또한 정책결정과정에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정책의 정당성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투명성, 민주성 제고,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위해서 시민단체들이 직·간접적인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선진국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참여의 대표적인 예가 ‘합의회의(consensusconference)’이다. 합의회의란 사회 각 분야의 시민으로 하여금 특정 과학기술 이슈에 대해(생명복제, 환경오염, 전자주민카드 등) 관련 전문가들과 조직화된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아 일반대중의 여론이 정책결정과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덴마크에서 시작된 이 ‘합의회의’는 사전평가방법으로 이미 제도화되어 있으며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시민패널 메커니즘이 4개의 유럽국가(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노르웨이)에서 이미 20회 이상 시도되었다. 이는 전문가, 정치인, 일반국민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고 이해의 간격을 줄이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합의보고서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의원, 연방기관, 지방공무원에게 배포되며 뒤따르는 지역포럼에서 논의된다.브리핑과 토론, 일반인과 과학기술전문가들 사이의 양방향 대화를 거치면서 일반인도 과학기술에 대해 체계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 이들도 과학기술을 보는 나름대로의 주체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으므로, 합의회의는 진정한 과학기술 대중화를 앞당기는 좋은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한국에서도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커지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998년 생명윤리에 대한 합의회의를 시도하였으나, 결과보고서의 활용면에서 미진하고 사회 전체적인 인식의 부족으로 뚜렷한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였고, 올해는 생명복제 기술에 관한 합의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토론과 학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정치문화 부재와, 정책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만들면 사업추진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궁극적인 수요자는 시민이다. 구태의연한 관행을 버리고 과학기술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바로 제2건국의 방향이다. 시민에 대한 과학기술정책의 정보접근 보장과, 양방향 대화를 통한 정책참여 증대 및 진정한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은 이러한 합의회의의 제도화로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한 정부와 시민단체와의 상호작용성 증대는 과학기술행정의 민주성 확보와 함께 전체 사회의 민주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감시하는 시민의 눈이 더욱 밝아지고 그 시야가 확대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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