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24시 - 지역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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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24시 - 지역방송 PD
열악한 제작환경 ‘몸’으로 때운다
  • 승인 199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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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는 전제는 지역방송 pd들에게는 천형과 같은 화두다. pd는 당연히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조건들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방송 pd들은 그 당연한 전제와 현실적 조건이라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오늘도 오로지 ‘몸’으로 때운다.“야외촬영을 나갈 때 운전은 물론 조명까지 pd가 하는 형편이고, 원고까지 pd가 쓰는 경우가 많다. 제작기간이 짧아 밤샘은 예사고, 결혼한 pd들은 가정불화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tbc pd)“사생활이라는 것이 없다. 새벽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에 퇴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일을 대충 할 순 없으니 잠 안자는 방법밖에 없다.”(kbs창원 pd)하지만 몸으로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지역방송 pd들은 늘 ‘프로그램 완성도’에 목말라 한다.“당장 한번만 보충촬영, 보충취재를 하면 좋은데 시간에 쫓겨, 제작비 때문에 프로그램이 허술한 걸 알면서도 내보낼 때는 참담하다.”(마산mbc pd)“이제 더이상 우리는 pd들끼리 프로그램 품질 운운하지 않는다. 단지 방송은 사고 없이 잘 나갔느냐 묻는 것이 안부다.”(진주mbc pd)그래서 지역방송 pd들에게 항상 서울 수준의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매주 하나씩 프로그램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방송펑크를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지역방송 프로그램의 완성도 운운할 때 묻고 싶다. 과연 서울의 pd들도 이러한 제작환경속에서 일을 하는지.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kbs대구 pd)“흔히 지역방송을 ‘촌방송’이라고 하는데 이는 pd들의 수준이 ‘촌’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제작여건이 ‘촌’스럽기 때문이다.”(kbs부산 pd)부족한 제작비와 짧은 제작기간, 그외 제작요소들의 수준차이 등 지역방송 pd들은 3, 4중고에 시달리면서 악전고투를 하는 상황이다. 또 각종 장비들이 노후하고 그나마 부족하다 보니 제작장비를 둘러싸고 pd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섭외까지 끝내고 촬영스케쥴 잡고도 카메라가 없어 일이 미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스튜디오라곤 가건물 한칸뿐인데 이곳에서 6개의 프로그램을 촬영하려면 하나 짓고 다시 허무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kbc pd)“아침 9시에 출발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카메라가 모자라는 형편이라 카메라 잡을 욕심에 새벽 6시에 출발하기도 한다. 일단 먼저 잡는 것이 임자니까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일단 나가고 본다.”(kbs부산 pd)“디졸브 하나 하려고 해도 주조를 오가야 하는 등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편집기 성능 때문에 표현 못 할 때 너무 속상하다.”(마산mbc pd)“야외촬영 나갔을 때 이미 그 곳에 서울 제작팀이 온 후라면 출연료 문제로 곤란할 때가 많다. 우리야 규정대로 주고 오지만 막상 출연자들은 왜 서울에서는 많이 주는데 너희는 적게 주냐며 따지고 들면 내가 돈 떼먹은 것처럼 등허리가 뜨끈뜨근해진다.”(부산mbc pd)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 pd를 지역방송에 있게 하는 것은 지역에 천착하는 ‘지역 전문가’로서의 사명감이다. 지역방송의 존립근거가 ‘지역’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로컬리티’를 중요시한다.“왜 우리 지역에서 이 아이템을 해야 하는가를 늘 생각하게 된다. 지역 프로그램은 로컬리티가 생명이다. 때문에 지역민에게 필요하고, 지역민이 원하는 방송과 pd 스스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 사이에 간극이 생기기도 한다.”(kbs창원 최우철 pd)“지역방송의 경우 지역의 현안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시사프로그램에 주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방송의 승부처다.”(마산mbc 안관수 pd)“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여의도 프로그램에 비해 분명 촌스럽긴 하지만 ‘연예인’들이 나와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닌 나와 내 이웃이 참여하는 친밀성이 강점으로 존재하기도 한다.”(마산mbc 박진해 pd)흔히 지역방송 pd들은 그들 스스로를 ‘종합구성 pd’라고 칭한다. 적은 인력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밖에 없어 입사 5년차쯤 되면 교양·다큐멘터리에서부터 오락프로그램, 심지어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중계차·스튜디오·eng물까지 다 소화낼 수 있게 된다. 지역방송 pd들은 지역방송이 진정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거듭나려면 열악한 제작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열악한 제작환경 개선 없이 ‘프로그램의 질’ 운운하는 것은 결국 지역방송 pd들에게 무한책임만 강요할 뿐이라는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리도 pd상 받고 싶어요. 하지만 하루 하루 넘기는데도 이렇게 허덕이는데…”라는 한 지역방송 pd의 말은 ‘프로그램의 수준’을 이야기하기 전에 제작여건 수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준다. 하나뿐인 ‘몸뚱이’가 무기인 지역방송 pd들에게 기본적인 제작여건을 ‘무기’로 쥐어주는 것이 결국 지역방송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이서영>|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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