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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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창간 20주년 설문조사] 2008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8.01.30 0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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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신규 사업자들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그렇다면 2008년 누가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본지는 지난 16일~29일 방송, 통신,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2008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e메일, 전화, 대면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항목에 대해선 응답자들이 1위부터 5위까지 선정했으며, 각각 5점부터 1점까지 차등 배점한 후, 점수를 합산해 총 득점을 산출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1위부터 3위까지 응답자들이 선정했으며, 3점부터 1점까지 역시 차등 배점해 점수를 합산했다. 다음은 총 득점에 따른 순위다. /편집자주

1위 이명박 17대 대통령 당선자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 홈페이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이란 이름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미디어 분야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은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현 시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벌써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에선 신문․방송 겸영 허용,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등 미디어 전반을 뒤흔들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니, 어찌 됐든 이명박 정부 5년이 새로 그릴 미디어계 지도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미디어를 직접 움직이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향후 미디어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큰 틀을 형성하는 데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한 응답자의 말대로 이 당선자는 미디어 정책을 직접 지휘하기보다 큰 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S 〈세상의 아침〉 사례에서 보듯이 이 당선자의 말 한 마디가 그대로 의제가 되는 현실은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당선자가 북 치고, 보수신문이 장구 치고. 두 장단이 만들어낼 엄청난 파괴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위 정연주 KBS 사장

▲ 정연주 KBS 사장 겸 한국방송협회장

한나라당의 정권 장악과 함께 조기 사퇴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으나, 이명박 당선자에 이어 당당히 2위에 이름을 올렸다. KBS와 정연주 사장이 가진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향후 민영화 물결과 미디어 지각변동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심리가 더 크게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정연주 사장은 시험대에 서 있다. 수신료 인상안이 미결로 남아 있고, 한나라당의 KBS 흔들기는 끝나지 않았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독립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공영방송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정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공영방송의 당당하고 의연한 위상과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정연주 사장이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지상파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3위 남중수 KT 사장

“IPTV는 성패 여부와 관계없이 올해 미디어 변화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 남중수 KT 사장 ⓒKT

IPTV가 미디어의 변화를 선도한다면, 이를 지휘하는 것은 KT의 남중수 사장이다. 지난해 말 IPTV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던 남 사장은 방송통신융합이 본격 진행될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더 견고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IPTV가 본격화된다면 1위를 위협할 것”이란 응답자의 말도 실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남 사장이 지휘하는 KT의 영향력은 전국적인 네트워크에서 비롯된다. 한 응답자는 “향후 전개될 방통융합시대에 있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은 네트워크”라며 “전국적인 망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KT가 미디어산업 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이 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KT가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와 드라마제작사 올리브나인 등의 지분을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망 시설뿐 아니라 향후 콘텐츠 확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위 최문순 MBC 사장

정확히는 최문순 사장이 아닌, ‘MBC 사장’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 최문순 MBC 사장 ⓒMBC

오는 2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최문순 MBC 사장은 총 41점을 얻었지만, “신임 MBC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설명과 함께 명단에 오른 엄기영 앵커와 ‘차기 MBC 사장’이란 이름에 던져진 표까지 합하면 49점으로 3위와는 2표차에 불과하다.

최문순 사장은 2005년 2월 ‘최초의 노조 위원장 출신’이란 타이틀을 달고 MBC 사장직에 올랐다. 임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최 사장은 ‘황우석 사태’란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다. 광고가 전면 중단되고, 〈PD수첩〉은 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MBC는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았으나, 2006년 월드컵 특수를 계기로 기지개를 펴더니 2007년 드라마 〈주몽〉을 시작으로 본격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최 사장은 지난해 ‘시청률 1위, 경영실적 1위’ 등의 기록을 내고 ‘글로벌 MBC’ 마케팅에도 공을 세워 사장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 사장은 16일 공식 석상에서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29일 마감된 차기 MBC 사장 공모에도 응하지 않았다.

5위 최휘영 NHN 대표

“네이버는 미디어를 총괄하는 미디어다.”

▲ 최휘영 네이버 사장 ⓒNHN

인터넷 포털의 최강자인 네이버를 이보다 더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2002년 ‘지식검색’을 들고 나오며 포털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네이버는 2008년 현재, 여론 형성을 주도하며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지위에 올라섰다.

2007년 1월 취임한 최휘영 NHN 사장은 연합뉴스, YTN 등에서 20년간 활동한 기자 출신 CEO다. 최 사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네이버는 여론 주도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한 응답자는 “사실상 다른 어떤 매체보다 여론 형성 기능에 역할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2007 대선에서 네이버는 뉴스 편집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정책도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미디어의 창이자 여론의 창으로서 네이버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6위 이건희 삼성 회장

“한국 언론의 99%는 삼성이 먹여 살린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삼성의 힘이다.”

삼성은 “막대한 광고비를 매개로 우리나라 미디어의 돈줄을 좌우”하며, 이건희 회장은 그 중심에 있다. 최근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해 삼성은 2개월 이상 광고를 거의 끊었고, 이로 인해 한겨레와 경향은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았다.

7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조선일보
“대통령을 만든 신문사의 대표”라는 응답자의 말대로 조선일보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데 수훈을 세웠다.

김승수 교수는 “조선일보는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이념적 의지와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에 자연히 그 힘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8위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상재 위원장은 “2008년 한국사회에서 미디어공공성 확보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세력은 언론노조이며, 최상재 위원장은 그런 구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9위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정병국 의원이 “여당의 미디어 분야 정책 고안 및 수립의 핵심 인사”란 평가를 받으며 9위에 올랐다. 정 의원 외에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박형준 의원과 이재웅 의원이 각각 13위,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위 조창현 방송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가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방송위원회의 입지는 좁아졌다. 10위에 겨우 이름을 올린 조창현 위원장의 쓸쓸한 모습이 보여주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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