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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설문조사] 2008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

최근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신규 사업자들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그렇다면 2008년 누가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본지는 지난 16일~29일 방송, 통신,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2008 한국의 미디어 누가 움직이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e메일, 전화, 대면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항목에 대해선 응답자들이 1위부터 5위까지 선정했으며, 각각 5점부터 1점까지 차등 배점한 후, 점수를 합산해 총 득점을 산출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1위부터 3위까지 응답자들이 선정했으며, 3점부터 1점까지 역시 차등 배점해 점수를 합산했다. 다음은 총 득점에 따른 순위다. /편집자주

1위 KBS-독점적 영향력과 신뢰도 확보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년째 영향력 1위를 지켜온 KBS. 응답자들은 2008년 들어 처음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도 KBS의 손을 들어줬다. 2위 MBC(69점)와는 무려 39점차다.

2개의 TV채널, 7개의 라디오 채널과 9개의 지역 총국을 거느리고 있는 KBS는 규모 면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또 전국적으로 채널 인지도가 높으며, 중장년층의 충성도 높은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녁 9시 뉴스의 시청률은 수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방송의 의제 설정 능력이 신문에 비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KBS는 공정 방송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영향력과 신뢰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한 응답자는 “신문의 불신, 상업방송에 대한 불신으로 독점적 영향력과 신뢰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1위를 차지한 KBS의 여의도 사옥 ⓒMBC

그러나 KBS는 최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수신료 인상안은 미결 상태로 표류 중이다. 수신료와 광고비로 운영되는 불완전한 형태의 공영방송 체제 때문에 정치권의 위협에도 언제나 노출돼 있다. 그 틈을 노려 한나라당은 최근 KBS에 수신료 대폭 인상, 광고 전면 중단을 통한 완전 공영방송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당근’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근을 받아먹는 순간, 정치적인 독립은 완전히 물 건너가고 만다.

수신료 인상 달성과 방송통신융합, 디지털 전환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앞두고 있는 2008년, 공영방송 KBS의 도전과 행보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2위 MBC-공정 보도와 콘텐츠의 경쟁력

2007년 시사저널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조사에서 3위를 차지했던 MBC가 조선일보를 누르고 2위에 등극했다. 2007 대선과 BBK, 삼성 특검 관련 보도에서 비교적 공정하고도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해 신뢰도와 영향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응답자는 “반 이명박 정권의 중심에서 개혁․진보 세력의 주장을 반영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다른 응답자는 “현재 조선일보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로 MBC를 꼽았다. “차기 정부 태풍의 핵”이란 평가도 나왔다.

MBC는 특히 지난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얀거탑〉부터 〈태왕사신기〉까지 줄줄이 히트작 반열에 올랐고,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높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곧 MBC의 힘이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곧 매체의 경쟁력을 키운다.

▲ MBC는 KBS에 이어 영향력 있는 매체 2위에 선정됐다. ⓒMBC

지난 한해 풍년을 보낸 MBC는 최근 급격한 변화의 지점에 서 있다. 2월 24일로 임기를 마치는 최문순 사장의 후임 선정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 사장 선임은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MBC 민영화 압박을 거두지 않는 상황에서 차기 MBC 사장의 방송 철학과 신념이 MBC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위 조선일보-보수정권 등장에 절대적 기여

한국 사회에서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끊임없는 공정성 시비와 편파성, 금이 간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어떤 매체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한 응답자는 “신문을 상품에 비유할 수 있다면, 조선일보의 경쟁력 하나는 최고”라며 “신문을 하나의 상품으로 가장 잘 만드는 매체”라고 촌평했다.

뛰어난 의제설정 능력은 조선일보의 장기.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신문들 중에서도 조선일보의 의제설정 능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한 응답자는 “의제설정 등에 뛰어나고 보수정권의 등장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으며, 안티조선 등으로 오히려 인지도와 영향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 영향력 있는 매체 3위의 조선일보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 수훈을 세웠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한편으로 정권으로부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또한 조선일보의 특징이다. 일례로 조선은 이명박 당선자 측의 ‘당선인’ 표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한 응답자는 “적당한 정부 비판을 통해 차기 정부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충분히 유지할 정도로 노회한 매체”라고 평가했다.

또 많은 응답자들이 신문·방송 겸영 허용 시 조선일보가 가장 대표적인 수혜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사의 방송겸업이 가능해지면 정보력과 콘텐츠를 확보한 조선일보 영향력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4위 네이버-뉴스의 유통 구조를 바꾸다

네이버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결과였다. 네이버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최휘영 사장은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5위로 선정됐다.

하루 동안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되는 검색어의 횟수는 1억 1000만이고, 네이버 검색 1일 페이지뷰는 무려 1억 9000만 건이다. 많은 이들이 하루 인터넷 이용을 네이버에서 시작하고 네이버에서 끝낸다. 지식을 얻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대신 네이버 검색을 찾는다.

▲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네이버 ⓒ네이버
또 네이버는 “뉴스의 유통 구조를 바꾼 미디어”이기도 하다. 뉴스의 유통 구조뿐 아니라 의제설정부터 게이트키핑까지, 개별 언론사가 아닌 네이버가 장악했다. 여론이 네이버에서 형성되고 네이버에서 소멸되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네이버가 “직접 기사를 생산하지 않지만 독자적인 게이트키핑을 통해 사회적 의제를 확산시킬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시스템 운영상의 폐쇄성과 보수성은 네티즌들에게 줄기차게 지적받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 응답자는 “네이버 댓글 시스템의 보수화로 다음(daum)의 매체 영향력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 5위 한겨레, YTN, 중앙일보

5위는 한겨레, YTN,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한겨레는 “매체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일정하게 의제 설정 과정에서 한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인 YTN은 속보에 강하다는 점에서 일부 응답자에겐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1위로 꼽히기도 했다. YTN은 특히 보도전문FM 방송까지 시작해 매체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순위에서 조선일보에 밀렸지만, 방송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5위권에 진입했다. 한 응답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조중동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은 명약관화한데, 최근 동향을 보면 중앙일보가 가장 기민하게 포인트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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