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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규·신성범·안형환 등 한나라당 공천 준비

KBS 기자들의 총선 출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총선 출마를 위해 3명의 기자들이 KBS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17~20년 동안 활약해 온 중견 기자들로 모두 한나라당 공천 심사에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신성범 기자(1TV 뉴스제작팀) 는 사내 게시판에 'KBS를 떠나며 작별인사를 올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총선 출마를 발표했다. 신성범 기자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려고 한다"며 "고향인 '경남 거창 함양 산청' 선거구의 후보 공천을 한나라당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기자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안형환(정치외교팀 선임팀원) 기자와 박선규 기자(2TV뉴스제작팀 선임팀원) 는 각각 지난달 31일과 1일 KBS에 사직 의사를 밝히고 총선출마를 선언했다.

안형환 기자는 '금천' 선거구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4일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안 기자는 1991년 KBS 기자로 입사해 정치외교팀 통일부 데스크로 활동했다.

박선규 기자는 한나라당 '관악 을' 선거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기자는 1일 예비등록을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박 기자는 1987년 KBS 기자로 입사해 시사토론프로그램 〈일요진단〉 진행을 맡기도 했다. 

이들 외에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캠프에 합류했던 배종호 기자는 이번 총선에서 목포시를 지역구로 대통합민주신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한 상태다.    

이로써 KBS는 최근까지 현직에서 일하던 4명의 기자가 총선 도전장을 내게 됐다. 이에 대해 KBS 보도국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BS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공기'의 역할을 하는 언론인으로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당의 소속으로 정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며 "자신의 선택은 자유지만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내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계 진출을 선언 소식을 접한 KBS 외부의 시각도 차갑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계 진출은 기자 개인의 선택이지만 몸 담아왔던 언론계의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총선에 임박해서까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인맥을 쌓는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기자는 정치현실에 대해서 비판도 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직업 윤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정계에 진출하고 싶다면 현직에서 바로 출마하는 것보다는 언론계를 떠나 예비기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하는 신성범 기자가 지난 1월 29일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보도본부의 신성범입니다.  

작별인사 올립니다.
저는 오늘 회사에 사직원을 냈습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려고 합니다.
고향인 경남 거창 함양 산청 선거구의 후보 공천을
한나라당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고민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언제부턴가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그 원인을 찾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너도 이제 고향에 진 빚을 갚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친구들의
부추김도 있었습니다.

새벽에 북한산을 오르며 또는
한강변을 뛰면서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이 길이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 버리고 떠나라

경력과 경험, 캐리어를 더 쌓고 출마하면 좋을 텐데 말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옳고 합리적인 충고입니다.
그러나 저 자신을 나태하게 만들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습지만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1990년 1월 1일 입사니까 꼭 만 18년 한 달 동안
KBS에서 밥을 먹고 살았습니다.
기자가 천직인줄 알고 곁눈 팔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허전해졌습니다.
에너지가, 열정이,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현재로서는 상당히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경쟁자들은 곳간도 가득채우고 진지를 높이 쌓아놓았는데 저는 이제 출발입니다.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KBS 정문을 나서는 순간 뒤를 돌아보지 않을 것입니다.
앞만 보고 갈 것입니다

도와주십시요
많은 지인들이 KBS라는 우산 속에 있을 때와 개인 신성범은 천지차이라고들 충고습니다.
네가 잘나서가 아니라 KBS라는 빽 때문에 그나마 사람들이 너를 아는 척 해주니
착각하지 말라는 냉정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마흔 다섯해 동안 살아온 저의 삶을 평가받는 경쟁에 뛰어듭니다.
따뜻한 온실에서 누구말대로 차가운 광야로 나갑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들 가운데
아는 사람 있으면 좋은 말씀 해주시고 경남 거창 함양 산청에 사는 지인들이 있으면
"그곳에 출마한 신 모, 괜찮은 사람이다"는 전화 한 통 해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힘이 됩니다.
저는 경쟁후보들에 비해 현재 인지도가 낮습니다.
시골에서 그나마 KBS기자 이름 기억하는 사람은 식자층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설 연휴가 저를 알릴 절호의 기회이자 중대한 분기점입니다.

저는 예비후보로 등록하기위해 곧 거창에 내려갑니다. 사무실도 낼 것입니다.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약간 흥분도 됩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한 솥밥을 먹는 동안 저의 부주의한 언동때문에
마음 상하신 분들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떠나는 만큼 마음에서 깨끗이 지워주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2008년 1월 29일 
보도본부 공채 17기 신 성 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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