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출연으로 수혜 받은 ‘대통령’과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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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출연으로 수혜 받은 ‘대통령’과 ‘서울시장’
[기자수첩] 설 특집 교양․ 예능 프로그램 전격 출연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8.02.1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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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연휴에는 TV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거물급 정치인이 잇따라 출연했다. 지난 6일 KBS 〈아침마당〉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부부가 함께 출연했다. 10일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장했다.

모두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명박 당선인 부부가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이후 대중 매체에 얼굴을 드러낸 일은 처음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도 2006년 7월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뒤 첫 TV 나들이였다.

▲ 지난 6일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 부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사진 왼쪽)과 김윤옥 여사. ⓒ KBS

방송사들은 거물급 인사인,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그런 만큼 방송사들이 얻은 수익은 짭짤했다. 6일 설 특집 〈아침마당〉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부부 편은 평균 시청률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오 시장이 출연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는 2주에 걸쳐 방송할 예정이다. 

이 당선인 부부가 출연한 KBS 〈아침마당〉은 시종일관 이 당선인 부부의 ‘가정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기업의 간부로서 바쁜 삶을 꾸려왔지만 누구보다 자식과 가정을 잘 챙긴 아버지, 김윤옥 여사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하는 전형적인 어머니로서의 모습만 강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하는 TV 역시 이 당선인 부부의 모습을 비추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에서 오 시장은 서울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 지난 10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경제야 놀자'에 출연한 오세훈 시장의 모습.

오 시장은 서울시가 문화도시로서 태어나고 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서울시가 준비하고 있는 정책 등 홍보성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서울시장의 공관을 공개한 오 시장은 직접 드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조각가인 장인 어른의 작품을 감정 물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TV 출연으로 기존의 딱딱한 정치인 이미지를 벗고 ‘진솔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의 TV 출연은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당선인은 BBK 등 대통령 선거 전부터 불거진 의혹이 밝혀지지 않아 현재 특검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TV 속의 이 당선인은 ‘인간적인 면모’를 앞세워 이같은 의혹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오 시장은 어떤가. 그는 2006년 서울 시장 출마 당시 특정 정당의 후보로 당선됐다. 지금은 4․9 총선 등이 50여 일 남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그에게 ‘호의적인’ TV 출연이 특정 정당의 이미지와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TV는 이들에게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배재한 채 1시간 남짓한 방송에서 ‘가정적인 아버지인 대통령’,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만 덧쒸운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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