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비에 태클 시도하는 영국 채널 4 ‘푸드 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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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비에 태클 시도하는 영국 채널 4 ‘푸드 파이트’!
  • 영국=배선경 통신원
  • 승인 2008.02.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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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타 요리사들은 자신만의 캐릭터 혹은 브랜드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제이미 올리버는 한 두 가지 재료만으로도 간단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드는 대중적인 요리사다. 휴 펀리-위팅스털은 자신의 생활근거지인 리버 코타지(River Cottage)를 통해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쓰기로 유명하다.

고든 람지는 우아하고 세련된 일류 요리 테이블 뒤에 숨겨진 거칠고 터프한 세계를 보여준다. 최근 강한 캐릭터를 가진 이 세 명의 요리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영국 내 공영방송인 채널4의 시리즈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일명 <푸드 파이트(food fight)>! <푸드 파이트>의 첫 편은 휴 펀리-위팅스털이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테스코’의 고기코너에서 던진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떻게 통닭 두 마리를 5파운드에 팔 수 있지?”

사실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한 개 사면 한 개는 공짜’, ‘두개 사면 1파운드 깎아줌’식의 바겐(Bargain)은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대형 슈퍼마켓을 찾는 쇼핑객의 상당수는 좀 더 저렴하다면 한 개쯤 더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마리에 2.99 파운드인 통닭을 두 마리에 5파운드에 준다는 ‘테스코’의 제안이 전혀 이상하거나 낯설지 않다. 오히려 통닭이 불가능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의심하는 휴 펀리-위팅스털이 이상해 보일 것이다.

<푸드 파이트>는 이렇듯 무관심하게 소비되어지고 선택되어지는 일상의 식재료에 대해 경각심을 던진 프로그램이었다. “왜 이렇게 비싸지?”라고 질문하는 대신 “왜 이렇게 싸지?”라고 질문함으로써 말이다.

채널4의 <푸드 파이트> 시즌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휴 펀리-위팅스털의 <치킨런(Chicken Run)>과 제이미 올리버의 <폴 디너(Fowl Dinners)>가 방영된 이후 각종 매체에서는 대형 슈퍼마켓들의 Free Range(방목된) 치킨 매출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음을 보도했다. <치킨런>과 <폴 디너>에서 햇빛, 흙 등의 자연적인 환경과 철저히 차단된 채 A4용지보다 좁은 공간에서 태어난 지 35일여 만에 도축되는 ‘할인된 통닭’과 충분한 자연환경과 자연공간에서 자라나는 ‘방목된 닭’들을 비교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칫 공정성과 공영성을 기본으로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채널4가 유명 요리사들을 내세워 특정 소비행태, 그것도 사회 중상류층의 소비행태를 지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할인된 통닭’을 살 수밖에 없는 서민들은 자신들의 소비에 일종의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이들 프로그램에 반대하고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과 농민들은 슈퍼마켓에 진열된 갖가지 저렴한 상품들의 ‘속사정’을 알리고자 한 채널4의 도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할인된 통닭’과 ‘방목된 통닭’의 사육과정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이나 라벨을 붙임으로써 소비자 스스로 자신이 선택하는 상품의 다른 점을 그 자리에서 인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휴 펀리-위팅스털이나 제이미 올리버의 말대로 이 프로그램들의 결론은 ‘세 네 배 더 돈을 주더라도 방목된 통닭을 사먹자!’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할인된 통닭’과 ‘방목된 통닭’ 사이의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는 소비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가 더 크다. 만일 이 프로그램들의 취지대로 일주일에 일곱 번 정도 고기를 먹는다는 영국 사람들이 일주일에 세, 네 번 정도로 고기 소비량을 줄이더라도 좀 더 윤리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고기를 선택한다면, 채널4의 <푸드 파이트>는 무관심한 일상의 소비에 성공적으로 태클을 건 셈이다.

영국=배선경 통신원/ LSE(런던정경대) 문화사회학 석사, sunkyungbae@google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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