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 경부운하 건설, 곳곳이 문제투성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일 ‘추적60분’ 운하건설 예정 지역 직접 방문해 검증


경부 대운하 건설이 예상된 540㎞의 강줄기 곳곳마다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눈으로, 몸으로 부딪히며 살펴본 5일의 여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대운하 건설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방송된 〈추적60분〉 ‘경부운하 540㎞를 가다’(연출 이재정·류종훈)는 말로만 들었던 대운하 건설의 가능성을 전문가들과 함께 진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운하 빠르면 2월 공사 착공 가능

물론 찬반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들은 자연과 주변 생활환경, 실질적인 이해득실 따지기를 충고했지만 대운하 추진을 찬성하는 측은 “건설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미비한 것이고, ‘대운하는 희망의 물길’”이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더욱이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운하 연구회측은 “빠르면 2월에 공사에 착공할 수 있도록 올해 환경영향평가, 구체적인 건설 계획 등을 세우고 있다”고 밝혀 ‘대운하 건설’이 직면했음을 암시했다.

제작진은 소형 보트를 1대 마련해 경부 운하를 찬성하는 ‘한반도 대운하연구회’ 측 박언주 씨와 경부 운하를 반대하는 김상화 정부운하저지본부 씨, 환경연합운동 등의 시민단체 전문가와 함께 대운하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김포대교 남단을 출발했다.

▲ 추적60분 제작진은 대운하 건설에 대해 찬성, 반대 입장을 밝힌 전문가들과 함께 540㎞ 경부대운하의 물길을 따라 건설 실효성을 검증했다. ⓒ KBS


경부 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모두 540㎞의 물길로 김포대교에서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다. 이 물길은 5톤짜리 높이 11m의 바지선이 물류를 실고 다니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실제 경부 대운하 건설이 예상되는 지역의 물길은 소형보트가 다니기에도 힘든 구간의 연속이었다.최소한 바지선이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인 수위, 교량의 높이 등이 부적합 곳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최소 6m의 수위와 11m의 높이가 보장돼야 바지선이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한강, 낙동강 곳곳에는 바위 투성이, 1m도 되지 않는 수위가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심지어 대운하 건설을 하려면 8m 높이의 한강 잠수교는 다시 공사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대운하 건설로 강물 주변의 홍수가 우려되는 곳도 많았다. 보를 만들기 위해 수위를 높일 경우 여주대교 근처, 창녕 등은 매년 홍수 피해를 피해가기 힘든 상황이다. 대운하 찬성 측 관계자들은 “수위는 강바닥을 굴착하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홍수 피해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반대측 관계자들은 “바위가 많은 지역을 굴착할 경우 상수원을 비롯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논리적 문제가 많음을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운하 예상 구간에는 상수원 보호구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항진 환경운동연합 측 관계자는 “상수원이 있는 곳에 석탄, 시멘트 등을 실은 배가 지나간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며 “관련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박언주 씨는 “배의 구조를 안전하게 하는 등 사고에 대한 대책은 있다”며 “오히려 운하가 지나가면 수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밀 진단 없는 대운하 설계도 문제

경부 대운하 건설 공사 중 가장 큰 공사는 한강에서 끊어진 물길을 낙동강으로 잇는 것이다. 한강은 충북 충주에서 물길이 끊어진다. 그리고 다시 문경새재에서 낙동강이 시작된다. 끊어진 물길사이에는 소백산맥이 걸쳐있고 1000m가 높는 산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운하 건설 찬성 측은 “1017m의 조령산을 해발 110m 높이에서 터널을 뚫고 선박 리프트를 활용해 선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통해 관광 산업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공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문경포럼의 김석태 씨는 “이 곳엔 곳곳에 폐광이 있기 때문에 지반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관광산업 활성화를 얘기하지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540㎞의 경부 대운하 건설 예정 지역은 곳곳에 운하를 건설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 KBS


제작진은 경부대운하로 인한 지역발전 효과도 진단했다. 문경시민 주민들은 대운하 건설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경시청에도 경부운하TF팀이 설치돼 있다. 그 지역 부동산 시장도 들썩였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매물은 나오지 않았고, 실제 이 지역은 외지인의 토지 거래 내역이 40%가 넘어설 만큼 지역 주민보다는 외지인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었다.

박언주 씨는 제작진과 동행 과정에서 대운하 건설 도면을 꺼내들기도 했다. 이 도면에는 비교적 자세하게 터널 위치, 수상레포츠, 관광 사업 등이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실사를 통해 그려진 도면이 아니었다.

도면에 의하면 생태 습지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낙동강 주변의 자연구간에 수로를 낼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자연 환경이 훼손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나 박언주 씨는 “일부 훼손되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경부운하저지본부의 김상화 씨는 “자연은 오랜 시간 차근차근 질서를 만들어 온 것인데 갑자기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대운하 건설 공사로 자연 환경은 융단 폭격을 맞게 될 것이고, 결국 이곳의 자연생명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운하 건설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구미공단에 대해서도 박언주 씨는 “구미를 내륙항구로 만들면 물류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반면, 그곳에 상주한 업체의 일부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회의적인 전망을 전했다. 

“대운하 건설 비용 16조는 말도 안 돼”

대운하 건설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건설 비용과 향후 전망에 대한 찬성측과 반대측의 전망은 극명하게 갈렸다.

찬성측과 반대측의 건설 비용과 향후 전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건설 비용과 관련해 찬성측과 반대측은 각각 16조원, 40조원을 예상했다. 강바닥을 굴착해 얻는 모래 판매 비용도 찬성측은 8조원을 예측했지만 반대측은 3조50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교량 재건축도 마찬가지였다. 대운하 찬성측 입장의 관계자들은 교량을 14개 정도만 재건축하면 된다고 밝힌 반면, 반대측 관게자는 48개 정도라고 밝혀 간극은 컸다.

대운하 건설 준비하고 있는 회사는 10개사. 대운하 건설 찬성 측은 “민자유치를 통해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작진은 이 부분에 대해 특혜를 불러올 수 있는 사항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컨소시엄을 이뤄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건설사는 5개사로 현대건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곳은 이명박 당선인이 20년이 넘게 근무한 곳이다.

제작진은 대운하 건설의 가능성을 점검해 보기 위해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45개 업체가 설문에 응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운하 건설 비용을 16조원 이상으로 예상하는 곳이 91%나 됐다. 대운하 건설이 100% 민자사업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78%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물류수입만으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냐를 묻는 질문에도 91%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부운하 건설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는 80%가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운하주변 개발권이 60%, 터미널 운영이 23% 등 부대수입에 집중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연출을 담당한 이재정 PD는 “운하 주변 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건설업체들이 대운하 건설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