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소송, 결국 진실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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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소송, 결국 진실은 통했다
[자본 VS 프로그램] ① PD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 강희중 KBS 시사정보팀 PD
  • 승인 2008.02.17 00: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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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자본의 시대다. 자본을 견제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과 형사소송 등 연출자가 감내하기 힘든 견제가 프로그램에 쏟아진다. 시청자들의 권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카메라를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PD들의 운명일 것이다. KBS PD협회보 2월호는 자본 견제 프로그램 제작 PD들의 애환과 프로그램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 그리고 자본견제 프로그램의 존재의미를 들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아울러 우리들의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생각도 들어보는 지면도 함께 준비했다.  <편집자 주>

100억 소송’ 깜짝 놀랐잖아!

나는 작년에 피소됐다, 그것도 100억에.
현재까지 100억은 KBS의 기록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원고 청탁이 들어왔겠지?)
방송이 잘못 됐나? 자막이...? 원고가...? 소송 소식을 듣고 그동안의 자신감 뒤로 여러 가지 불길한 예감이 떠오르기도 했다. 100억은 큰 돈이었다.

▲ 〈KBS 스페셜〉 ‘신기술의 함정 나노이미지센서’
이 사건은 전자부품연구원이 개발했다는 나노이미지센서(이하SMPD)와 관련이 있다.
SMPD는 어두운 곳에서 조명 없이도 영상 구현이 가능한 획기적인 기술로 기존 센서의 500배 감도이고 나노기술이라고 했다.
SMPD는 국고를 100억 지원받아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공개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전자부품연구원과 산자부의 대대적인 홍보로 약 1조에 가까운 주가차익을 실현했고 그 후 주가손실로 엄청난 소액투자자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KBS스페셜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고 몇 개월의 취재 후 2007년 5월 20일 방송(신기술이 만든 풍경 - 대박과 의혹)한 바 있다.
방송 내용 중에는 어두운 곳에서 영상구현을 가능케 하는 것이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이라는 것을 취재, 폭로한 바 있다.
소송가 100억도 놀라운 것이지만 취재, 방송하면서 놀란 것은 여러 가지다.

K박사의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

취재대상자인 개발자 K박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직접 SMPD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K박사의 자신감 있는 초청으로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 만남은 긴 강의로 시작되었고 많은 전문용어로 이해는 불가능했다. 그 후 간단히 SMPD시연이 있었다. 약 3년간 대부분의 언론사와의 접촉은 그렇게 끝났다고 한다. 수많은 전문용어와 신기술로 포장한 이론을 언론이 검증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기술에 대한 발표를 할 때마다 대부분의 신문, 방송에 대서특필되었고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자의 자신감은 수많은 대언론 임상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 〈KBS 스페셜〉 ‘신기술의 함정 나노이미지센서’
그러나 그런 지나친 자신감이 취재를 도와준 면도 있다. 취재팀은 이틀 뒤 의문점이 있다며 다시 방문해서 SMPD의 고감도가 적외선 장난(?)임을 밝혀 냈다.(일반인이 사용하는 모든 카메라렌즈에는 적외선차단필터가 있다. 취재팀이 적외선차단필터를 SMPD앞에 가져가자SMPD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K박사는 SMPD에 적외선차단필터를 제거, 어두운 상태에서 적외선으로 촬영을 한 것이었다.) 이렇게 쉽게 끝나는 줄 알았다.

한국 신기술, 실패는 없다?
전자부품연구원에서는 방송을 앞두고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을 했다.
그러나 담당재판부도 반도체에 대해 잘 몰랐고, 더구나 새로운 개발과 관련된 지식에는 무척 어려워 했다. 보충자료를 제출하고 추가 공방이 오갔지만 전문가의 도움은 받을 수 없었다. 나는 몇 개월의 취재를 통해 많은 학자들의 자문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이 이 상황을 K박사와의 싸움만이 아니라 전자부품연구원, 산자부 등의 기존 질서와의 싸움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신기술의 실패가 거의 없는 이유이다. 다행히 교수님 한 분이 용기를 내주셨다. 재판부에 반도체 상식과 SMPD전반에 대한 자문을 해 주신 것이다. 가처분은 무사히 넘겼다.

소송가 인플레이션
방송이 나간 다음날 오후이었다. KBS스페셜 방송 내용보도와 함께 관련 기사가 떴다. 100억 소송이었다.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다. 가짜기술로 여론의 평가가 기울기 전에 소송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었다. “기술이 없으면서 이렇게 거액의 소송이 가능했겠나?”라며 투자자들은 혼돈스러워 했다. 100억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다. 방송후 빠지던 주가는 다시 올라가서 원위치하는 등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100억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100억 소송이면 인지대만 약 3,000만원????정도이다. 부대비용도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 돈은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동안 주가차익과 비교한다면. (최근 대표 구속을 보고난 후 생각해보면)그 정도의 비용으로 몇 달의 시간을 벌어서 그동안 새로운 국면을 만들려고도 했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려 했을 것이다. 무서운 것은 이런 계산이 가능할 정도의 자본력이다. 돈도 많고, 법정 경험도 많은 그들은 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았을 것이다.

연구진실성검증, 조사대상이 조사주체
결국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가 구성되었다.(황우석 박사 사건 처리때 과기부에서 만든 연구부정검증규정)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고 지난 1월 11일 결과보고서가 나왔다. 당연히 500배의 고감도도 아니고 나노기술도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또 있었다. 조사대상인 전자부품연구원이 조사주체가 되어 조사내용을 정리하고 조사위원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제보자의 입장인 KBS스페셜팀이 진행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산자부는 모두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절차적 모순을 절실히 느꼈다. 그렇지만 공무원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6년 전 나노이미지센서에 100억을 지원할 때처럼.

최근 개발회사의 대표이사가 구속되었다.
검찰 수사의 결과는 방송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약 1년여의 기간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에 놀라고 또 놀랐다.
개발자 K박사는 100억 프로젝트의 시연회를 조작할 생각을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개발회사가 온갖 허위 정보와 허위 공시등으로 약 1조원의 주가차익을 올렸다니?(더구나 엄청난 주가상승후 그들의 자본력도 막강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전자부품연구원이라는 곳은 문제가 생기면 거대한 과학기술권력으로 둔갑을 하는것 같았다.
산자부는 “기술은 몰라도 절차는 문제가 없었다.“ 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무색무취, ‘무영혼’한 기계적 절차주의였다.(대학생 아르바이트도 가능한)
그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너무나 뜨거운 소액투자자들의 욕망이었다. 사실도, 진실도 믿으려 하지 않는 신기술과 대박을 향한 욕망.
그 힘이 100억 소송을 가능하게 했었다.
놀라울 따름이다. 대단히...

※ 이 기사는 <KBS PD협회보>(2월호) 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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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미 2008-03-22 12:15:43
제가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이 강력한 핵 펀지력에 걸맞는 두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타이슨의 핵펀치가 사각의 링위가 아닌, 재래시장 한 복판에서 장렬하는 모습을 보는것 같아 애처롭씁니다... 저야 없어도 표안나는 몇 천만원 잃었지만, 중국에서 치고 올라오고, 일본에 눌리는 어중간한 대한민국은 뭘 먹고 살아야하는지 애처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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