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난시대, 소송협박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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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난시대, 소송협박 남의 일 아니다”
[자본 VS 프로그램] ② 소송에 시달리는 PD들, 그들에게 듣는다
  • 이후락 KBS 시사정보팀 PD
  • 승인 2008.02.17 0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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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자본의 시대다. 자본을 견제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과 형사소송 등 연출자가 감내하기 힘든 견제가 프로그램에 쏟아진다. 시청자들의 권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카메라를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PD들의 운명일 것이다. KBS PD협회보 2월호는 자본 견제 프로그램 제작 PD들의 애환과 프로그램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 그리고 자본견제 프로그램의 존재의미를 들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아울러 우리들의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생각도 들어보는 지면도 함께 준비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안성진PD는 프로그램과 관련해 법원에서 3억원의 강제집행결정을 받았다. 이기기는 했지만 강희중PD역시 1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나 역시 추적60분에서 ‘과자의 공포’프로그램 제작 후 관련 업계로부터 300억원 대의 소송협박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바야흐로 PD들의 수난시대다.

지금 몸담고 있는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이라는 프로그램 역시 이런 수난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매 프로그램을 만들 때 마다 아이템을 객관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방송이 나가고 나면 항상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매를 맞느라고 정신이 없다. 나도 맨 처음 만든 ‘흑삼, 신비의 명약인가 사기인가’부터 ‘6년근 수삼, 진짜가 드물다’, ‘노란 감귤의 진실’, ‘횟집 맑은 수족관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다.

▲ KBS <소비자고발> 횟집 맑은 수족관의 비밀 ⓒKBS

 

 

 

 

 

 

 

프로그램에 대한 논리적 비평은 대환영이다. 그런데 상당 부분은 근거 없는 폄하이거나 인신공격, 심지어는 가족에 대한 협박까지 온갖 종류의 비난이 난무한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참기 힘든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나만 그런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나보다 더 욕을 들어가며(?) 묵묵히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엔 특히 안성진PD가 ‘황토팩’ 방송과 관련해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도저히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힘든 부분 중의 하나는 동료PD들 조차 실상을 잘 모르고 ‘왜 이런 불상사를 만들어 조직에 누를 끼치나’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계속 이런 프로를 해야하나’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참 피곤한 인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동료들은 왜 이런 골치 아픈 프로그램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일까?

3가지 부류의 PD들

▲ KBS <소비자고발>은 지난 1월 10일 방송에서 활어회집 수족관의 세척 문제를 고발했다 ⓒKBS

PD엔 세가지 부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자신을 아티스트(Artist)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드라마PD나 자연다큐멘터리 PD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강한 듯하다.
두 번째는 연예총괄기획자(Entertainment Producer)로 자신을 염두에 두는 사람들이다. PD가 모든 제작과정을 직접 다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는 집단(작가, 카메라맨, 리서처, VJ 등)의 능력을 최고로 끌어내는 조율적 기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이들은 작품성보다는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많은 예능PD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을 저널리스트(Journalist)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프로그램에서 세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어떤 형태로 변화시키기를 즐기는 부류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도구로 사회를 변화, 개선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탐사프로그램PD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분류를 개개의 PD들이 무의식적으로 너무 경직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드라마PD는 작품성, 연예PD는 오락성, 탐사PD는 시사성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세 요소들이 모든 프로그램에 다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단지 프로그램의 차이나, 만드는 PD의 성향 차이 등으로 어느 측면을 더 강조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즉 탐사PD이외에 연예PD나 드라마PD들에게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PD는 세상의 최전선(Front line)에서 싸우고 있다

탐사PD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PD가 세상을 더욱 빨리 바꾸어버릴 때도 많다. 드라마 ‘겨울연가’는 아시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시사프로그램 수백편이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연예PD들 역시 마찬가지다. 개그콘서트는 일년에 수십건의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며 우리 사회의 아이콘을 만들어가고 있다. 탐사프로그램을 만드는 PD로서 더욱 분발해야되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나는 모든 PD들이 이 사회의 최전선(Front line)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항상 최신의 경향, 더나은 새로운 것을 소개하고 만들어내는 우리의 직업적 특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분야가 시사이건 드라마이건, 예능프로이건 관계없이 말이다. 최신의 경향과 개선된 무엇인가를 소개하면 당연히 반발이 따른다. 기존의 시스템에 안주하고 이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세력이나 수구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PD는 그에 굴복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항상 새로움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 우리 사회는 변화의 수레바퀴를 돌려나간다. 누가 봐도 3D업종이라고 하는 PD생활을 내가 못버리는 이유고, 많은 다른 PD들도 이 직업을 못 버리는 이유일 것이다.
PD각자가 분야는 다르지만 사회 각계각층의 저항에 주눅 들지 말고 세상을 바꾸어가는 집단으로서의 긍지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PD제위들이여, 당신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 이 기사는 <KBS PD협회보>(2월호) 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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