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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멕시코인배인수전 EBS PD, 미국 유학중fullshot@hanmail.net
  • 승인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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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제가 머물렀던 텍사스와 지금 머물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별로 닮은 점이 없습니다. 날씨부터 시작해서 고속도로 출구 표시에 이르기까지 다른 것 투성입니다. 물론 같은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같은 점 중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두 곳 모두 한 때는 멕시코 땅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지금도 멕시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혹 미국에서 살고는 싶은데 영어가 영 적성에 안 맞는 분이 계시거든 스페인 말을 배우십시오. 다른 주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는 스페인 말만 알아도 사는데 전혀 불편이 없을 테니까요.(가끔씩 혹은 자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은행이나 관공서 등에 스페인어로 된 안내문이 따로 되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슨 안내책자 같은 것은 거의 틀림없이 영어와 스페인어가 같이 써있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눈치면 혹시 스페인어는 아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뿐 만이 아닙니다. 길 이름의 태반이 스페인 말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이름도 스페인 말인데 무슨 뜻인지는 여태 모르고 지냅니다.미국에 오면 백인과 흑인을 가장 많이 볼 줄 알았는데 막상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멕시코 사람들입니다. 그건 아마도 그들과 제가 같은 생활공간을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니 저나 그 사람들이나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싸구려 음식점, 싸구려를 많이 파는 가게, 싸구려 영화관. 이런 곳에 가면 보통 4명 내지 5명의 아이들과 그 부모로 구성된 멕시칸 가족이 득실거립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육체노동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 중에도 부자도 많고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궂은 일은 그 사람들이 다 도맡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한국식당에 가면 음식은 한국사람이 만들지만 설거지는 멕시코 사람이 합니다. 가게의 수레를 모아 나르는 사람은 열에 여덟은 멕시코 사람들입니다.한 때 이 곳이 그들의 땅이었다는 것은 별로 안중에 없는 듯 보입니다. 그저 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할 뿐입니다. 저는 그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조금 시끄럽기는 하지만 착하고 순박한 얼굴이 정이 있어 보여 좋습니다. 실제로 착하고 낙천적이면서 정도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멕시코 음식까지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싼 맛에 먹기 시작했지만 말이죠.멕시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 사람들의 위한 방송도 물론 있습니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가끔씩 멕시코 방송을 보는 일이 있습니다. 채널이 두 개쯤 되는데 그 어떤 채널보다 선명하게 잘 잡힙니다. 그리고 한국방송처럼 시간을 얼마 빌려서 하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독자적인 멕시코 사람들을 위한 채널입니다. 물론 말을 전혀 모르니 내용은 알 길이 없지만 그러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주로 드라마와 쇼를 많이 하는데 그 왁자지껄함이나 분주함이 우리의 방송과도 많이 닮았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지만 - 결국 방송이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꾸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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