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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배를 띄우듯 방송을 내는 우리안철호SBS <좋은세상만들기> 조연출

|contsmark0|“‘피츠에게’? 누구 핸드폰이에요?”“응, 내 꺼야.”“피츠가 누군데요?”“응….”내 핸드폰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럴 때면 난 항상 머쓱해서는 별 말 없이 말끝을 흐리곤 한다.내가 어려서 봐서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 영화의 내용이다. 파나마 운하가 뚫리기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오페라를 사랑하고, 카루소의 열렬한 팬이었던 한 사내가 있었다. 그의 꿈은 산너머 카리브해 연안 어느 도시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고, 카루소의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너머라고 해도 그 곳에 극장을 세우려면 남아메리카 대륙을 한 바퀴 돌아와야 했다.그러나, 꿈으로 그치지 않았다. 재원을 마련하고, 사람을 모으고, 첫 공연 날짜까지 받았다. 결국 오페라 하우스를 지을 각종 자재들을 가득 싣고, 꿈을 실은 배는 닻을 올리고 출범했다. 바다가 아닌 ‘산’으로…. ‘배를 산으로 보낸 사나이 피츠의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남아메리카 대륙을 일주할 만한 시간이 그에겐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미친 사람이거나, 좋게 봐 줘도 안하무인의 독불장군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배를 산으로 보내고 말았다. 하루라도 빨리 극장을 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지금 내가 이 피츠라는 사내를 들먹이는 이유는?한가롭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내일 있을 녹화와 다음날 떠날 출장과 그 다음 주 월요일까지 편집해야 할 play-back을 떠올리는 내 모습에서, 아니 이 땅의 훌륭치 못한 방송환경 속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주일에 한 편씩 ‘찍어내야’하는 pd들의 모습에서 배를 산으로 보낸 피츠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소위 ‘약발’있는 패널이나 게스트를 섭외하기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어르고 달래가며, 나지 않는 스케줄을 거의 억지로 빼내는 pd들의 모습에서, mc를 ‘모셔오기’ 위해 새벽까지 그 집 앞에서 기다리며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하나 끝나기 무섭게 또 다가오는 녹화날짜를 맞추기 위해 밤샘 편집으로 감긴 눈을 하고 앉은 스탭들을 다시 야외로 내몰 수밖에 없는 팀장의 모습들. imf 이후 줄어든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안 쓸 수 없는 외주장비 검수서를 앞에 놓고서 ‘네고’해야 하는 조연출의 모습에서, 점심식대를 줄이기 위해 오후로 촬영시간을 잡고, 제작비 절감을 위해 12시 이전에 촬영을 종료하려고 머리를 굴리는 우리의 모습에서, 나는 피츠를 떠올린다.상식적으로 보아 너무 어렵거나,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은 방송을 밥벌이로 하는 우리에게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상식적 불가능은 우리에게 ‘핑계’가 될 수 없다. 누가 말했던가. ‘pd가 코끼리를 넣는 방법은? - 조연출에게 시킨다.’ 그래, 조연출에게 시키든 연출이 하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배를 산으로 보내서라도…. ‘show must go on’은 이런 우리를 노래한 것인가?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또 한 척의 배를 산으로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contsmark1|무척이나 힘든 날에는 배를 산으로 보낸 사나이 ‘피츠’를 떠올렸다.|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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