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엄기영호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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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엄기영호 순항할까
[이희용의 주간 미디어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 승인 2008.02.19 12: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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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최근 10여 년간 꾸준히 MBC 사장 후보로 거론돼왔던 MBC의 간판 엄기영 전 ’뉴스데스크’ 앵커가 마침내 사장 후보로 내정됐습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15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엄 전 앵커, 구영회 삼척MBC 사장, 신종인 부사장을 상대로 면접을 거친 뒤 표결 끝에 엄 전 앵커를 사장 후보로 선출했지요. 엄 전 앵커는 29일 MBC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뒤 3년 임기의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입니다.

전종건 방문진 사무처장의 설명에 따르면 엄 전 앵커는 9명의 이사가 1차로 1표씩 던진 결과 과반수(5표)를 얻었다고 합니다. 투표는 비공개로 진행돼 누가 누구에게 기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전 사무처장은 나머지 후보가 몇 표를 얻었는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방문진은 엄 전 앵커가 ’뉴스데스크’를 13년여 동안 진행해온 MBC의 간판이라는 점을 높이 산 듯합니다. 오랫동안 사장 물망에 올랐고, 정치권 영입이나 입각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한 채 MBC를 지켜온 것도 호평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으로 MBC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강성구, 이득렬 씨에 이어 세 번째지요.

방문진은 특히 공영성에 무게를 두고 면접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세 후보 모두 MBC의 민영화에는 반대했지만, 엄 전 앵커가 MBC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가며 공영성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온화한 인품과 신중한 태도, 원칙을 지키면서도 친화적인 성격 등도 그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차기 정부, 여권이나 야권, 노조 등과도 두루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방문진이 그를 선택하게 만든 요인이겠지요.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엄기영 씨는 시청자들에게 MBC를 대표하는 얼굴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그가 MBC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의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가 높고 원만한 인품과 친화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영자로서의 관리능력은 아직 검증된 바 없어 구성원 내부에 적지 않은 걱정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MBC가 생존의 문제가 달린 위기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지적하며,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정치권의 경영 개입 시도에 단호한 입장을 보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경영진과 관계회사 임원을 구성할 때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는 절대로 기용하지 말고 능력 위주로 인사를 하되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의심되는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할 것을 주문했지요.

▲ 엄기영 MBC 사장 내정자

노조의 지적대로 엄 전 앵커는 경영자로서의 관리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파리특파원을 거쳐 TV편집1부장, 정치부장, 보도제작국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이사), 특임이사 등 방송기자들이 선망하는 보도국의 주요 보직을 거치긴 했지만 계열사 사장이나 경영관련 부서를 맡아본 적도 없지요. 또 오랜 기간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아 저녁 내내 매여 있다 보니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미디어를 포함한 각계 주요 인사들과의 접촉이나 대외 활동도 그리 활발하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사장 내정 직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던 엄기영 전 앵커는 기자들과 만나 소감과 포부 등을 간단하게 밝혔습니다.

"디지털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삼각, 사각의 험난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어 부담감이 엄청나다"면서 "공영방송은 MBC의 생존 이유이자 생존 논리이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이상적인 체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종 면접에서 방문진 이사들에게 공영성과 관계된 경영 계획을 밝혔으며 지방MBC 광역화라든가 내부 조직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원 인사에 대해서는 "차차 고민해봐야겠다"면서 "사내 조직원 사이에서 신망이 높고 결단성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밝혔지요.

3년 전 최문순 사장이 취임했을 때는 비교적 젊은 인사들이 국장급으로 배치됐는데, 엄 사장이 취임하면 자연스럽게 간부급들의 평균 연령이 다시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또 엄 사장의 원만하고 신중한 성격답게 주요 보직 인사도 특정 인맥에 치우치지 않고 무난한 인물이 고루 배치될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예측입니다.

KBS노조, 정 사장 퇴진 운동 나서나

제가 지난주에 KBS 노조가 공정방송 노조와 다소 입장 차이를 보이며 정연주 사장의 조기퇴진론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 드렸는데, 이번에는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 듯합니다. KBS 노조는 2월 13일 발간한 노보에서 정 사장의 사퇴를 사실상 촉구하는 글을 실었지요.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공정방송노조의 주장에 비하면 훨씬 완곡한 어조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노보는 "사장의 거취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면서 "정치적 구설을 피하기 위한 조합의 침묵을 오해하지 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장의 임기를 지키겠다는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내지 말라"고 주장했지요.

그 근거로 적자경영, 수신료 인상 실패, 도덕성 논란, 정파적 선임 배경 등을 거론하고 KBS 앞에 놓인 더 큰 숙제(국가기간방송법 등)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더군요.

정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노조의 정서는 바뀐 것이 없지만 1월 21일 노보에서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사장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는 조중동식, 한나라당식 논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에서는 꽤 달라진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느 수준으로 사퇴를 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듯합니다. 노보 내용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도는데 박승규 위원장은 "노조의 입장은 노보 내용 그대로이며 나머지는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지요. 노조는 2월 19~20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장 퇴진 문제와 관련된 노조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는군요. 이때 조합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정 사장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비서팀장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있으며, 홍보팀장은 "정 사장은 임기 끝까지 간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지요.

최근 KBS 게시판에서는 정 사장이 박승규 노조위원장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정 사장이 술자리에서 단둘이 만나 "나를 건드리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다. 10대 노조 때 철탑에 올라간 사람 등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11대가 그런 식으로 할 경우 법대로 대응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인데, 정작 그 말을 들었다는 박 위원장은 "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인데 사실과 다르게 많이 과장 왜곡돼 전해지고 있으며 문제 삼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는군요.

이밖에도 정 사장과 관련된 소문은 끊임없이 생산, 유포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노조를 겨냥한 소문도 심심치 않게 돌고 있는데 "노조 관계자가 차기 사장 물망에 오른 인사를 만나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식이지요.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확인 소문이 나돌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부풀려진다면 그 조직 분위기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겠지요.

초대 방통위원장은 누가 될까

지난주에 제가 개인적으로는 KBS 차기 사장보다 더 관심 있다고 말한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최시중 한국갤럽 회장(인수위 자문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 아직은 불투명하지요. KBS 사장 물망에 올라 있는 김인규 이명박 후보 공보보좌역과 강용식 전 국회 사무총장도 함께 거론됩니다. 셋 다 관련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도운 인물이어서 방송통신의 독립성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가 있지요.

현재 국회에 제출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방통위는 대통령 지명 2명, 국회 추천 3명 등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현재의 의석 분포 등을 감안해 야당 몫을 2명으로 하기로 여야 의견이 모아진 듯합니다(야권과 언론단체 등에서는 의석에 따라 여권이 4명까지 될 수 있으므로 여권 몫이 3명을 넘지 않도록 아예 법률에 못 박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을 제외한 여권 몫으로는 방송 쪽 1명, 통신 쪽 1명으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희망자가 워낙 넘쳐나는 데다 정부 조각과 공천, KBS 사장과 방통위원장 등 변수가 많아 아직 누가 유력한지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는 모양입니다. 김동수 정통부 차관과 윤창번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조재구 중화TV 이사 등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듯합니다.

야권에서는 당초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거론되다가 비토 의견을 의식해 김상균 광주MBC 사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시민단체 몫으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도 거명되고 있다고 하네요. 전응휘 위원은 소비자운동가답게 통신요금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통부와 통신업체를 많이 괴롭혔고, IPTV 논의과정에서는 규제 철폐를 주장해 방송위와 케이블TV를 곤혹스럽게 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당초 정부부처 개편과 함께 2월 25일 출범시키려던 방통위가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통위법은 정부조직법과 달라 시행령 작업까지 마친 뒤 방통위를 출범시키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더군요. 또 정부부처 장관과 달리 야권이 위원 추천에 협조하지 않으면 위원을 임명하는 것도 불가능하지요.

지금의 위원 인선 논의도 그때 가면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통위의 구성방식과 함께 소속, 역무, 권한 등에 관한 논란도 유동적인 상태로 한동안 가게 될 겁니다. 물론 IPTV 출범은 또 늦어지겠지요.

▲ 방송위원회 노조가 지난 13일과 14일 이틀동안 한시적 파업을 벌였다.

방송위 직원들이 통합에 반발하는 까닭

방통위의 구성방식과 독립성 논란 못지않게 민감한 문제가 방송위와 정통부의 통합에서 빚어질 인사문제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정부 국정운용 워크숍에서 "통합부처의 하부조직 개편은 화학적 통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간의 사례에서 볼 때 화학적 통합이 쉽지 않으니 그런 당부가 나온 것이라고 봐야지요. 더욱이 같은 정부 부처끼리의 통합과 달리 방송위와 정통부는 민간인 조직과 관료 조직이어서 더욱 이질적 요소가 많지요.

방통위 사무처는 1실, 1본부, 3국, 6관(담당관), 34과로 구성되며 정통부의 319명과 방송위의 164명이 합류할 예정이랍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2대 1인 셈이지만 직급으로 따지면 방송위의 열세가 더욱 확실해 보입니다. 1~7급 체제로 된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의 직급을 1~9급 체계의 공무원으로 전환하면서 2직급씩 하향조정하겠다는 방침 때문이지요.

현재 방송위 사무처에는 1급이 1명, 2급이 8명(이상 실-국장급), 3급(부장급)이 28명인데 2직급씩 내려가면 각각 3급(부이사관), 4급(서기관), 5급(사무관급)으로 조정되지요. 쉽게 말해 국장급이 과장급되고 부장하던 직원은 사무관급 평직원으로 강등되는 것입니다. 공무원 직급의 최소 승진연수를 감안해 특정직급으로 일정기간(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서는 1직급 상향 조정해준다고는 하지만 고위 간부는 대부분 정통부 출신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게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의 우려입니다.

방송위 노조는 이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하며 13~15일 시한부 파업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봉급이 40%가량 줄어들고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으로 전환하는 조건도 불리하게 됐는데 직급마저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또한 산업논리를 강조해온 정통부 출신 관리들이 상위직을 독차지할 경우 공공논리가 훼손되고 문화적 접근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방송위 직원들은 방송위 출신 직원들을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특정직 공무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특정직 공무원이란 법관, 검사, 외무공무원,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교육공무원, 군인, 군무원 및 국가정보원 직원 등 특수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법률이 지정하도록 돼 있지요. 그래야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인데, 법률상 특정직의 예시가 워낙 특수한 직종들이어서 잘 먹히지 않는 듯합니다.

이와 함께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있어 부처 통합은 필요하지만 양쪽의 정서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만큼 당분간 두 부처가 각기 다른 업무를 맡는 게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당선인이 말한 화학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지요. 상위직급을 정통부 출신이 독차지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중간에 언제 어느 부서로 인사발령 날지도 모를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은 생각도 깔려 있는 듯합니다.

현재 216명에 달하는 방송위 직원들은 방통위로 합류하며 민간인에서 공무원으로 전환하거나, 방통위 산하 민간조직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가야 합니다. 164명을 제외한 52명은 방통심의위로 배속돼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출신 직원들과 함께 일하게 되지요.

한때 공무원이 되는 것을 은근히 바라던 일부 방송위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불안감과 저항감이 높은 듯합니다. 간부급 사이에서는 방통위 대신 방통심의위 희망자가 늘어났다는 말도 들립니다(이곳 역시 월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애초에 통합의 필요성은 방송위 직원들이 먼저 제기했는데, 이제는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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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 2008-02-20 09:52:58
또한 산업논리를 강조해온 정통부 출신 관리들이 상위직을 독차지할 경우 공공논리가 훼손되고 문화적 접근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이 지금까지 이런 자세로 일해 왔나요? 케이블의 하수인들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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