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애매모호한(?)' 결의문 왜 발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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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집행부 위주 의사결정…사장 진퇴와 독립성 확보 놓고 내부논란 가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 이하 KBS노조)가 20일 ‘사장과 관련한 결의문’을 담은 특보를 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KBS노조가 돛의 방향을 바꾼 건 사장 퇴진 운동 추진에 대한 KBS 내부의 ‘동력’과 ‘명분’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KBS노조는 특보에서 “정연주 사장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면서도 “더 이상 사장퇴진 운동에 소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사장과 상관없이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S 노조는 결의문에서 △독립된 사장을 경영진으로 맞기 위해서 법적 장치 확보 △디지털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과 규제방식 △안정적인 재원확보 등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웠다. 또한 KBS노조는 “공영방송 시스템 확보가 우리의 관심사”라는 점을 결의문 말미에 밝혔다.

이 같은 KBS노조의 행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KBS노조는 그 동안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사실상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특보에서는 KBS노조가 정 사장에 대한 공개적인 퇴진 운동을 접고 KBS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19일 KBS 노조 중앙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정 사장 관련 결의문 채택 과정에서 투쟁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중앙위원은 “‘정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지적과 함께 ‘노조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일부 중앙위원들은 노조 집행부 위주의 의사결정에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노조의 명분을 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노조는 이번 특보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KBS의 한 조합원은  “설문조사 과정에서 질문 구성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며 "더군다나 사장 퇴진을 원하는 사람 가운데 당장 퇴진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약 20%밖에 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 KBS노조는 지난해 11월 8일 KBS 본관 앞에서 총회를 개최했다.

KBS 노조가 노보 등을 통해 두루뭉술하게 입장을 밝혀온 것도 KBS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 노조는 그 동안 수차례 정 사장의 ‘무능경영’, ‘적자경영’ 책임론을 제기했다. 사실상 노조의 요구는 퇴진을 촉구한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노조는 언론과의 공식인터뷰에서는 "사장 퇴진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KBS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노조가 사장 퇴진 등에 대해서 어정쩡한 입장만 보이면서 오히려 KBS 내부 직능간 구성원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노조의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측면에서 염증을 느끼는 것 같다”며 “수신료 인상안, 국가기간방송법 등과 관련한 현안에 KBS가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신뢰가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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