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쾌도홍길동' 제작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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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쾌도홍길동' 제작현장!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8.02.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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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연출 이정섭, 극본 홍미란·홍정은)은 처음부터 코믹 ‘퓨전 사극’임을 강조했다. 기존 사극과 다른, 젊은 사극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쾌도 홍길동>은 1, 2회 방송에서 기생들이 섹시댄스를 추고, 아무렇지 않게 색안경을 끼고 돌아다니는 홍길동이 등장하면서 퓨전 사극으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왈패 허이녹 역을 맡은 탤런트 성유리의 연기 변신도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첫 방송에서 16.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잡기에 성공했다. 9회부터 본격적으로 ‘의적’ 홍길동의 모습을 그린다는 <쾌도 홍길동>의 파주 세트장을 1월 21일 찾았다. 

마스크와 두꺼운 점퍼는 기본이었다. 1월 21일 파주 세트장에서 진행된 <쾌도 홍길동>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모두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너무 추운데 촬영엔 지장이 없냐”고 묻자 한 목소리로 “오늘은 따뜻한 것”이라고 답한다. 어느새 웬만한 추위에는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다.

21일 촬영에서 제작진을 괴롭힌 것은 새벽부터 쏟아진 ‘눈’이었다. 애초 오전 8시부터 산에서 이뤄지는 촬영이 예정돼 있었지만, ‘눈’ 때문에 취소됐다. 다행히 오후에 눈이 그치자 이정섭 PD는 “이녹(성유리 분)이 씬 만이라도 찍자”며 “사람 한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스태프에게 요청했다.
 
결국 세트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몇몇 스태프들은 근처 산에 눈을 치우러 갔고, 오후 5시, 기다림 끝에 산 속 장면 촬영이 진행됐다. 제작진은 미리 봐둔 세트장 근처 산기슭으로 이동해 길동(강지환 분)을 찾아 헤매는 이녹의 촬영분을 찍었다.

▲ 파주 세트장 근처 산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탤런트 성유리와 제작진들

길동을 부르며 절규하는 장면에서 이녹 역의 탤런트 성유리는 PD의 OK 사인이 떨어졌지만, “다시 한번 하자”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들 감정 몰입 위해 기다려주는 스태프
 
21일 현장에선 평소 유쾌하던 <쾌도 홍길동>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날 촬영엔 길동, 이녹, 수근(박상욱 분)의 눈물 연기가 이어졌다. 눈물 연기의 첫 타자는 길동. 감정에 몰입한 길동은 촬영이 시작되기 전 인형(김재승 분)과 대사를 맞춰보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촬영 도중 세트장 밖에 느닷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카메라에 걸려 NG가 나자 “진행팀 없어!!”라며 한차례 PD의 고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 감정 연기에 들어가기 전 리허설을 하는 길동 역의 탤런트 강지환과 인형 역의 탤런트 김재승(왼쪽부터)

길동의 감정씬이 끝나고, 이번엔 이녹(성유리 분)이 눈물을 흘릴 차례. “다시 가는 것 없이 한 번에 갑니다”라는 이정섭 PD의 말로 촬영이 시작됐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되진 않았다. 이녹의 손이 길동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 NG, 배우의 감정이 덜 잡혀 또 NG가 났다. 결국 감정을 잡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몰입하는 이녹. 스태프들은 조용히 연기자가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몇 분이 흐른 뒤 이녹은 거짓말처럼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한번에 OK 사인을 받았다. 
 
“약간 삐딱한 영웅 그릴 것”
 
<쾌도 홍길동>은 9회 분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길동이 활빈당을 조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의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고전 속 <홍길동>의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고전 <홍길동>과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의 ‘영웅’ 홍길동은 사뭇 다르게 그려질 예정이다.
 
이정섭 PD는 “길동이 영웅이 돼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그 영웅이 바른생활 사나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면서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런 사람은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다. <쾌도 홍길동>에서는 ‘약간 삐딱한 영웅’을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PD는 21일 진행된 10회 장면에서도 ‘약간 삐딱한 영웅’을 표현하고 싶어 부모들을 훈계하는 길동을 어떻게 세워놓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길동은 뒤쪽에 ‘삐딱하게’ 앉아있는 것으로 결정됐다. 

▲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사와 동선을 체크하고 있는 이정섭 PD와 배우들

이 PD는 “눈길을 끌 만한 액션 장면과 버라이어티한 상황은 초반에 충분히 나왔다”며 “앞으로는 길동, 창휘, 이녹이 사랑하는 사이지만 서로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인연에 대해 보여주면서 각 인물의 감정을 밀도 있게 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쾌도 홍길동>은 첫 방송이 되기 전 미리 7, 8회 분까지 촬영을 진행했지만, 초반 액션 장면 등에 공을 많이 들여 6회 방송이 나간 지금은 다른 드라마처럼 시간에 쫓겨 바빴다. 게다가 21일 내린 ‘눈’으로 다음 날 촬영 스케줄도 바뀌었다. 제작진은 9, 10회분 촬영을 위해 속초로 떠날 계획이었지만, 속초에 눈이 많이 내려 급하게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다음날 촬영 장소와 스케줄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야 결정됐다. 장소는 충남 ‘태안’. 오후 11시 15분 파주 세트 촬영이 끝나고, 잠시도 쉴 틈 없이 배우들과 제작진은 바로 태안으로 떠났다.


★인터뷰★
홍길동 역 탤런트 강지환, “다양한 연기 표현할 수 있어 좋은 기회”

의협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저잣거리의 ‘개차반’으로 통하는 홍길동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조선시대에 아무렇지 않게 뽀글뽀글 파마를 하고, 색안경을 끼고 돌아다니는 홍길동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쾌도 홍길동>에서는 이 모든 것을 시도했고, 고전 소설 <홍길동>에 등장한 ‘영웅’ 홍길동을 발칙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창조했다.  초반의 ‘개차반’ 홍길동 역을 능청스럽게 연기하고, 이제 ‘의적’ 홍길동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길동 역의 탤런트 강지환을 21일 <홍길동>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홍길동 역을 맡은 탤런트 강지환 ⓒKBS

강지환은 “기존사극과 달리 퓨전사극이라 부담감도 있지만, 다르게 얘기하면 <쾌도 홍길동>엔 정해진 룰이 없다”며 “홍길동이란 캐릭터 안에서 코믹, 멜로, 액션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 배우로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드라마 속 홍길동 캐릭터가 가진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 그조차 “1, 2회 방송을 보며 당황했다”. 그는 “사극인데 저렇게 해도 되나 싶어 초반에는 많이 우려했다”며 “그러나 3, 4회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퓨전사극으로서 자리를 잡았고, 9회부터는 1년 후라는 시간의 흐름이 있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색다른 퓨전사극을 표방한 <쾌도 홍길동>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1회 프롤로그의 경우 약 5분간 방송됐지만, 촬영엔 3일이 걸렸다. 액션 장면은 대부분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지환은 “대역은 있지만, 70~80%는 직접 연기한다”며 “촬영을 시작하기 전 두 달 동안 액션스쿨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6회 방송에 등장한 창휘와의 액션 장면은 “이틀에 걸쳐 촬영했지만, 본방송에는 많이 나오지 않아 UCC로 무삭제 장면을 공개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강지환은 평균 15%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시청률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시청률이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답보상태라 아쉽다”면서 “앞으로 길동과 창휘, 이녹의 삼각 멜로라인이 가속화되고, <심청전>, <흥부놀부>, <장화홍련> 등 고전 소설의 퓨전화된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도적떼들이 있어 유쾌한 ‘쾌도 홍길동’
 
퓨전 사극을 표방하는 <쾌도 홍길동>의 극중 분위기를 더욱 유쾌하게 이끄는 이들이 있다. 홍길동이 조직하는 ‘활빈당’의 일원인 수근(박상욱 분), 연(문세윤 분), 곰(맹세창) 등의 도적들이다. 자칭 ‘아줌마’ 전문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수근, 배려심이 지나치게 많아 나무에게까지 배려를 하는 연, 조울증에 자폐를 갖고 있는 곰은 드라마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하며 <쾌도 홍길동>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쾌도 홍길동>에서 '활빈당'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곰, 연, 수근(왼쪽부터)

21일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극 중 유쾌한 분위기 그대로였다. 연기자들끼리 호흡은 잘 맞느냐는 질문에 “호흡은 숨쉬기 운동 정도만 하고 있다”(문세윤)고 받아치고, 태안, 완도, 속초, 안동, 파주 등 세트장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엔 “<전국 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인 줄 알았다”(박상욱)며 웃어 넘긴다.

그러나 이들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각자 아픈 사연을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이다. 9회부터는 수근, 연, 곰 등이 가진 사연들이 하나씩 소개되면서 이들이 ‘활빈당’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가 방송된다. 특히 각자의 아픔이 <심청전>, <흥부놀부> 등 고전 소설과 결합되면서 또 다른 퓨전 사극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수근 역의 배우 박상욱 씨는 “극이 무거워질 때쯤 한 번씩 나타나 웃음을 주던 도적들이 갖고 있던 아픔이 드러났을 때 오히려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근, 연, 곰이 생각하는 <쾌도 홍길동>의 매력은?

수근,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극의 장을 넘어선 퓨전, 코믹 사극이다. 틀에 박힌 사극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즐기며 볼 수 있다.”

연, “‘고구마를 먹을 때 목이 막히면 먹는 김치’ 같은 느낌이다. 지루한 사극에서 벗어나 시각, 청각을 만족시켜주면서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앞에서 형님들이 할 얘기를 다 했다며 잠시 머뭇거리던 곰, “비주얼이 젊다보니 기존 사극과 달리 젊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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