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방송계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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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걸림돌 되선 안돼” 미디어 관련법 처리 ‘속속’

신문․방송 겸영 규제 완화, 공영방송 민영화 등 미디어 시장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한 이명박 정부가 25일 공식 출범했다. 또 국회는 17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6일 신설 예정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과 디지털 전환 특별법 등을 발 빠르게 통과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선 기간부터 미디어 정책과 관련한 사항을 직접 보고해 온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미디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제도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한 것에 비춰볼 때,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미디어 관련 법 제도들이 18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휘몰아칠 전망이다. 미디어 빅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방송소유, 신문방송 겸영 현실화?= 우선적인 변화는 오는 4월 시행될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에서 찾을 수 있다. 무려 4년 동안 관련업계의 이해관계 속에서 표류하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현재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시행령 제정 작업이 한창인 IPTV법은 사실상 대기업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소유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방송위가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만 IPTV에 제공하는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에 대한 지분 참여를 제한하는 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와 LS, 현대, CJ, 현대건설, 코오롱, 효성, 이랜드 등이 모두 자산규모 10조원 이하에 포함된다. 방송위의 IPTV법 시행령대로라면 이들 기업 모두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의 소유가 가능하다.

문제는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4조가 자산규모 3조원 이상의 기업을 대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방송위는 지난 12일과 1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방송법의 대기업 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의 대기업 기준이 10조원이기 때문에 IPTV법 시행령에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만 했다”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역시 이 같은 배경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론․시민단체와 언론노조 등의 우려는 크다. 이들은 “방송법이 그간 대기업과 그 계열회사에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소유를 금지한 것은 대기업이 시청자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에 편향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이 경우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전국언론노조, 2월19일)며 IPTV법 시행령 제정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좀 더 신중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밖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신문법 폐지 입장을 밝혔고 인수위원회가 지난 1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신문․방송 겸영 규제 완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히면서, 신문 혹은 통신사업자의 방송 소유 역시 18대 국회에서 물꼬가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력, 방송 좌지우지?= 내달 초 시행 예정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장기적으로 정치권력의 방송 장악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통위 설치법은 대통령 직속 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2명을 지명토록 돼있다. 이렇게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과 1명의 상임위원 또 여당이 추천한 상임위원 1명 그리고 야당 추천 몫 상임위원 2명 등 총 5명의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그간 방송위원회가 담당해 온 KBS 이사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권한 등을 갖게 된다.

KBS 이사(11명)과 방문진 이사(9명)의 임기는 각각 2009년 9월과 2009년 8월까지로 비교적 넉넉히 남아 있는 상태. 내달 출범해 늦어도 중순께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등이 이들 공영방송의 이사들을 물갈이 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언론계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곧 출범하는 방통위가 이들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및 광고 등에 대한 운용․편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방송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 방송위는 주의 징계를 내렸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방송위가 벌써부터 차기 정권에 대한 줄서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영방송 민영화 ‘박차’?= 한나라당이 18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기간방송법은 방통위 설치법과 더불어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2004년 11월 당론으로 채택한 국가기간방송법은 정부가 자본금 3000억원을 출자해 KBS를 법인으로 만들고 이사회 대신 경영위원회(9인)를 두되, 위원은 국회의장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고 있다. 국회에 의해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KBS 사장을 선임할 권한을 갖는다. 또 KBS 예산을 편성하는 이는 사장이지만, 경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만 확정할 수 있다.

그간 KBS 이사회는 대부분이 참여정부 측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이유로 정치적 독립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국가기간방송법이 제정돼 예산까지 국회가 틀어쥐게 될 경우 해당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국가기간방송법을 발의한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KBS를 일본의 NHK, 영국의 BBC와 같은 세계적인 공영방송의 반열 위에 올리기 위해서 법 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HK의 경우 예산통제권을 정부가 가진 이래 정치권의 압력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NHK는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록히드사건 발생 5주년 기획물을 방송하지 못했고, 미․일 안보조약 반대여론을 보도하지 못했으며, 지난 2005년에는 위안부 특집방송 역시 내보내지 못했다.

국가기간방송법은 MBC 민영화 논란과 이어진다. 정병국 의원은 지난달 4일 CBS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기간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면 MBC 위상 문제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MBC 민영화를 논의하겠다는 말이다. 실제로 국가기간방송법은 KBS와 EBS 그리고 아리랑TV 등의 국책방송만을 대상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국 관계자는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현재 통합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국가기간방송법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빠르면 18대 국회 원구성이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 국가기간방송법이 처리될 수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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