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독립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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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독립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방통위 설립법 통과를 규탄하며
  • PD저널
  • 승인 2008.02.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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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이는 방송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방송의 역사가 10년, 20년 전으로 후퇴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10년 전에 폐지된 공보처의 부활이요 강화된 정보통신부의 등장이라는 비유까지도 나오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전의 무소속 합의제인 방송위원회와 달리 대통령 직속의 거의 독임제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은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PD연합회는 전국언론노조를 포함한 외부의 언론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 법의 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 및 토론회를 열고 또 방통특위 위원들을 만나서 방송인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헛수고가 되도 말았다. 일부 독소조항만 수정된 채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왜 이 법이 문제인가? 우선 여러 부분에서 헌법에 위배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될 경우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 및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게 된다. 앞으로 집권여당은 오는 4월 총선에서 압승해 한나라당이 이미 제출한 국가기간방송법을 통과시키고 동시에 MBC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방송은 구조적으로 공영성과 독립성을 크게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방송 구조가 못지않게 방송인들의 독립 의지 또한 중요한 변수다. 이만큼 방송 민주화가 진행됐는데 설마 뉴스와 프로그램이 통제를 받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들로 볼 때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법과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해 방송을 통제하고 장악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 말해 준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물론 가장 문제는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과 새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견제를 해 줬어야 할 현 원내 제1당인 통합민주당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방송 민주화 역사에 대한 일천한 인식이나 아니면 방송 독립의 중요성에 대한 안이한 인식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비판받을 사람들은 방송위원들이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이미 지난 제2기 방송위원들부터 앞으로 등장할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화 하는 것에 대해 별 문제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들 및 방송인들의 안이한 인식과 분열이었다. 방송 독립은 방송인들 스스로 지키고 쟁취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다. 이번 사태는 투쟁으로 쟁취해 내지 않는다면 누구도 독립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방송인들이 그 동안 진전돼 온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그렇게 호락호락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난 90년대 방송법 투쟁 과정에서의 기억과 경험은 앞으로의 투쟁 국면에서 매우 소중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어제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시간, 국회 앞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하는 방통위 설립법 폐지 규탄 집회가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꼬박 2시간 동안 추위 속에서 이 법의 국회통과를 규탄했다. 그 자리는 방송 독립 쟁취를 위한 본격적인 연대 투쟁의 시작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투쟁 대열의 맨 앞에 방송인들이 서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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