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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베스트극장>이 최근 ‘시즌드라마’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3월부터 2개월간 휴식 및 리모델링 기간을 거친 후 5월 봄 개편부터 ‘시즌제’ 형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12부작으로 제작될 ‘시즌드라마’는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엮이는 방식이다. 즉 12가지의 에피소드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등장인물들이나 이야기가 하나의 큰 줄기에서 연결된다. 한 가족을 주인공으로 여섯 가지 이야기를 풀어냈던 <떨리는 가슴>이 이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5월 첫선을 보일 <베스트극장> ‘시즌1-실연스토리’는 주상복합건물에 사는 12명의 인물들을 통해 실연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을 예정이다. 영화 <연애의 목적>의 고윤희 작가를 비롯해‘베스트극장 극본 공모’에 당선된 작가들이 대거 투입된다. 연출자는 1회 또는 2회씩 연출을 맡는다.


방송 중단과 부활 등 유난히 부침이 많았던 <베스트극장>이기에 이 같은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베스트극장>은 83년 11월 <베스트셀러극장>으로 시작해 91년 <베스트극장>으로 바뀐 후 숱한 폐지 위기를 겪어 왔다. 2005년엔 6개월간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해 가을에 부활한 이후 1년 반 만에 다시 중단되는 셈이다.

 

 

 

 

 

 

 

 

 

 

 

 

 

 

 

 

 

 

 

 

 

 

 

 

 

 

 

<베스트극장> '후(後)'  ⓒMBC


<베스트극장>은 KBS <드라마시티>와 함께 TV단막극 역사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미니시리즈, 연속극을 벗어난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고 작가와 연기자의 등용문 역할도 했다. 연출자가 많은 실험을 시도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베스트극장>을 통해 황인뢰, 김윤철 PD 등 역량 있는 PD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방송환경의 변화와 함께 드라마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으면서 단막극의 위기는 심화됐다. 편당 제작비가 7000만 원~1억 원에 달하고, 제작에 드는 시간과 인력 또한 만만치 않지만 시청률이 낮고 광고 판매율도 낮아 투입 대비 산출이 적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최근 ‘고비용·저효율’ 프로그램들을 정리하면서 단막극 또한 홀대하는 분위기다. <베스트극장>은 방송 시간이 밀려나고 밀려나 토요일 오후 11시 40분에 방송됐다. 드라마들이 주로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것에 비하면 주말 자정에 가까운 이 시간대는 시청률 두 자리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시즌드라마’를 기획한 윤재문 <베스트극장> 책임PD는 “단막극이 시청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미니시리즈의 장점인 흥미와 연속성을 토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형식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윤 PD는 “매회 독립된 에피소드들이 단막극의 정신과 느낌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자·작가·연기자의 등용문이라는 단막극의 기능을 이어가겠다”고도 덧붙였다.


‘시즌드라마’로의 변신은 사실상 단막극으로서 <베스트극장>의 폐지를 의미한다. 이제 정규프로그램 가운데 순수 단막극으로는 <드라마시티>가 유일한 상황이다. 시청률 논리, 경영 논리에 공익적 프로그램이 무너져간다는 비판도 높다.


하지만 <베스트극장>의 시도는 드라마의 다양성 측면에서 눈여겨 볼 만한 일이다. 주말연속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옴니버스 연작으로 제작된 <떨리는 가슴>, 단막극이라는 틀 안에서 연속성을 가미한 <태릉선수촌>,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과감하게 편성됐던 4부작 <특수수사일지:1호관 사건> 등 최근 1,2년간 기존 드라마의 관습을 깨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베스트극장>의 ‘시즌드라마’ 선언은 굳이 단막극이라는 형식을 고집하지 않고도 단막극의 순기능과 실험 정신을 살려가면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잃어버린 대중과의 소통의 접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기획의도를 얼마나 잘 살려내는가에 달렸다. 경쟁력 있는 ‘실험드라마’가 될지, 경쟁력도 실험성도 없는 ‘또 하나의 드라마’로 남을지. <베스트극장>의 변신이 주목된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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