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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 성 미국 New America Media 기자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 시도를 놓고 일본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남경학살을 놓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작은 ‘영상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올해는 남경학살(1937-1938년) 70주년으로 지난 1일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남경학살을 주제로 최소 1편의 극영화가 제작될 예정이며, 최소 3편의 다큐멘터리 필름이 이미 제작됐거나 앞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3편의 다큐멘터리 필름 가운데 2편은 남경학살의 잔학상을 고발하는 작품이고 나머지 1편은 남경학살이 허구임을 주장하는 작품이다.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잔학상을 고발하는 2편은 중국측 것이고 허구를 주장하는 다른 1편은 일본측 것이다.


여기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극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고발한 극영화 ‘쉰들러스 리스트’(Schindler's List) 한 편이 세계에 미쳤을 영향을 상상해보자. ‘타임’에 따르면 이 영화에는 3500만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라 하니, 할리우드의 통상적인 영화 제작비를 감안한다면 초대형 작품은 아니나, 그렇다고 그리 작은 규모도 아니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놓고 할리우드에서 이 같은 대작이 제작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이처럼 미국을 무대로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의 ‘영상전쟁’은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 시도와 맞물려 한국으로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국제적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의회에서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 현장의 모습, 이에 대한 서방언론의 보도, ‘요코 이야기’ 사건 등을 종합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의 정계, 언론계, 학계, 교육계 등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참상의 실체에 대해 충격적일 정도로 무지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지할 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 매춘부’라는 편견까지 널리 주입돼 있는 황당한 현실이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무지와 편견을 놓고 그들의 무식이나 일본의 로비만 탓할 수는 없다. 그 책임의 결코 적지 않은 부분이 오랜 세월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일본의 사과를 바란다면 그럼으로써 인류문명사에 그 같은 범죄가 다시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나서야 한다. 그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야 감동적인 극영화이겠으나, 우선은 참상의 실체를 종합적이고도 정확하게 그린 다큐멘터리 영상물의 제작과 보급 또한 중요하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다. 야구에서도 주자가 나가 있지 않을 때는 3루타를 쳐도 점수가 나지 않으나, 3루에 주자가 있을 때는 1루타만 쳐도 점수가 나는 법 아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영상물 하나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내놓는다면 금년은 놓칠 수 없는 타이밍이다. 미국을 무대로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영상전쟁’에 한국도 가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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