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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9일 단행한 사장을 포함한 임원 인사의 절차와 인물 선정에 대해 SBS 노조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위원장 최상재, 이하 SBS 노조)는 1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9일 단행된 임원인사에 대해 “이번 인사는 아무리 뜯어봐도 ‘독립적이고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SBS’ 와는 거리가 멀다”며 “3년 전 재허가 당시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문책을 받았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떨칠 수 없다”고 임원 인사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SBS 노조는 “2월 28일 주총에서 선임된 사장이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교체가 됐다”며 “대표이사를 부사장이 맡는 비정상적인 임원 구성에 이르러 SBS는 억측과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이 유료방송 재벌, 거대 통신자본, 한미 FTA 이후 닥쳐올 초국적 미디어 자본에 맞서 ‘지상파 SBS를 지키고 발전시킬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우려는 깊어진다”고 밝혔다.

 

대표이사는 법적 권리와 책임을 지게 되는 등재이사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현재 SBS의 등재이사는 윤세영 회장, 안국정 부회장, 김수웅 부사장이다. 9일 임명된 하금열 사장은 내년 주총이 열릴 때까지 사장으로의 직책만 맡을 뿐 등재이사로는 활동하기 어렵다. 

 

이기수 기자

 


이하 12일 SBS 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사장을 포함한 대규모 임원 인사가 단행되었다. 2월28일 주총에서 선임된 사장이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아 교체된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대표이사를 부사장이 맡는 비정상적인 임원구성에 이르러서는 ‘당혹스럽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당연히 이번 인사와 관련해 SBS는 안팎에서 억측과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사측의 해명은, ‘이번 인사는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중대 안건 때문에 주총 뒤로 미루었던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 여부와는 관계없이 계획된 인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해명으로 앞서 지적한 문제들을 덮기에는 모자라 보인다.

 

지배구조 강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지주회사를 제안하고 사원들이 이를 지지해 준 것은 ‘독립성, 투명성, 경쟁력을 높여 보다 공익적인 방송으로 거듭나자’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아무리 뜯어봐도 ‘독립적이고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SBS’ 와는 거리가 멀다.

 

여반장으로 뒤집히는 경영진이 정치권력과 주주들로부터 얼마만큼의 독립성을 확보할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더욱이 이번에 중용된 인사들이 3년 전 재허가 당시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문책을 받았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또한 이들이 유료방송 재벌, 거대 통신자본, 한미 FTA 이후 닥쳐올 초국적 미디어 자본에 맞서 ‘지상파 SBS를 지키고 발전시킬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우려는 깊어진다.

 

지난 주총에서 지역민방의 지배주주인 일부 주요주주들은 ‘SBS 경영참가’를 선언하며 지주회사 전환을 부결시켰다. 이는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SBS를 사적소유물로 인식하는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이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한 대응이라면 이는 더욱 불행한 일이다. 그동안 SBS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주장해 온 소유경영 분리와 독립성 제고라는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자본의 논리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정당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투명성, 공익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가장 올바른 대응이라고 본다. 부당한 자본의 논리에 똑 같이 자본의 논리로 맞서는 것은 명분을 스스로 잃어버리는 행위일 뿐 아니라, 시청자와 민영방송 구성원들의 지지를 걷어 차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차하고 복잡한 설명이 요구되는 인사는 두 번 다시 SBS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이번 임원 인사에 대해 깊이 재고할 것을 사측에 요구한다.

 

2007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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