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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권의 자기기만

|contsmark0|현 정권이 공석중인 방송위원장에 한정일 전 종합유선방송위원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그래 바로 이것이었구나.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잘만 하면 통과될 것도 같던 방송법을 굳이 무산시키고 노정합의의 뒤통수를 친 것이 다 이런 꿍꿍이가 있었기 때문이구나. 호사가들은 그것 보라며 이땅에 살면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자신의 예지력에 스스로 감탄한다.기실 종전처럼 ‘학식·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중에서’ 대통령이 방송위원을 임명하고 그 위원중에서 사실상의 원격조종으로 위원장을 찍게 하면(호선) 되는데 무엇하러 굳이 ‘인사 검증장치’니 ‘추천기준과 추천사유’니 하는 것에 구애될 것인가. 임시국회 막판에 쟁점이 된 kbs경영위원회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다른 핑계를 대고 방송법을 ‘파투’내었을 것이라는 지적은 정부여당이 보인 그간의 행태로 미루어 결코 악의적인 해석이 아니다.한정일씨의 부적격성이이나 부도덕성은 여러 경로로 지적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위원장 시절 불법적인 구조조정으로 말미암은 문제를 위시해 거슬러 올라가 평민당 추천으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있을 때부터 그가 보인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비판이 낱낱이 적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아태재단, 제2건국위 등의 활동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너무도 친dj 인물이라는 것이다. 방송의 독립성이 이번 통합방송법의 화두였음을 생각하면 그를 방송위원장으로 내정한 현 정권의 무뇌아적 단세포성과 후안무치함은 경악스러울 뿐이다.오래전부터 방송가에는 이른바 4h씨 중에서 차기 방송위원장이 나올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었다. 좀더 두고봐야 하겠으나 돌아가는 형국은 소문대로다.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은 대부분 현정권의 지역적 기반과 일치하는 친dj 인사들이 아니면 이른바 djp 공동정권의 정략적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기야 이번에 사표가 수리된 김창열 위원장도 92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동숭동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세상이 다 아는 ys계 인사였다. 김전위원장이나 한정일 내정자나 아니면 또다른 h씨나 다 그렇고 그런 친정권적 인사라는 점에서 역대 권력이 방송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그들에게 방송은 정권의 전리품일 뿐이다. 오랫동안 측근에서 충성을 다한 이들에게 곶감을 빼서 시혜적으로 안겨준다.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검증보다 권력의 충성도에 대한 검증이 더 중요하다.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개인적 약속 때문에 김현철씨를 변칙적으로 사면한 것이나, dj캠프의 오랜 브레인이라는 이유로 한정일씨를 방송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일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내년 총선국면을 겨냥하고 획책됐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이런 마당에 우리를 더욱 헷갈리게 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8.15 경축사다. 개혁을 가속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말대로라면 참으로 감동적일 것이나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기국회에서 개혁입법을 하겠다며 여기에 통합방송법을 들먹이는데 불과 며칠전 임시국회에서의 난맥상을 생생히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은 개혁을 하려는데 밑에서 부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여당이 레토릭의 성찬에 도취된 채 거의 자기기만과 의식분열의 상태에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방송법을 무산시키고, 노조간부를 구속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지극히 의심스런 부적격 인사를 법절차를 밟지도 않고 방송위원장에 내정하고…. 이 정도 수순이면 누구라도 정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8.15 경축사에 대해서는 벌써 야당의 이념공세가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은 옷로비 사건과 파업유도 사건 이후 나날이 실추되고 있는 작금의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정권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이렇게 배반하고, 그들에게 증오감을 확대재생산해놓고 그렇게 바라는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가. 보스 중심의 붕당 체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정계진출에 눈이 먼 일부 정치지망생을 줄세운 뒤 이를 알파 세력이라고 포장하고 신당으로 간판을 바꾸는 정도로 개혁이 가능하고 나아가 정권재창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분명히 말하겠다. 정권교체의 가장 뚜렷한 증거가 되고 이 정권의 개혁성을 가장 확실히 담보할 요체는 방송독립이다. 이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현 정권을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방송을 정녕 개혁의 동반자로 삼고자 한다면 지금 박두한 방송위원장 임명에서부터 밀실흥정을 청산하고 공명정대한 인사를 실천하라. 그것이 정답이다.<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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