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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17TV가 아니면 이루어지기 힘든 만남에 주력해야소위 ‘남녀 짝짓기’프로그램에 관한 소고

|contsmark0|20세기에 발명된 텔레비전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막강한 힘을 자랑하며 현대인의 피부 깊숙히 침투, 20세기식 사고(思考)의 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가치관이 견고하지 않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특히 청소년이 많이 시청하는 tv프로그램의 제작자는 매우 신중하게 프로그램 제작에 임한다. 요사이 각 방송사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자라나는 청소년의 ‘결혼관’과 ‘가정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연이어 일어난 ‘짝짓기 프로그램’ 파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contsmark1|1. 짝짓기 프로그램의 문제점텔레비전이 그 시대의 단면을 반영하듯이 짝짓기 프로그램 역시 사랑의 감정을 적극 표출하는 신세대의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다 짝짓기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을 성취하지 못하고 있는 청춘남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pd의 입장에서는 ‘재미’와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조작’이라는 유혹, 그리고 만성적인 ‘시간부족증’과 늘 싸워야 한다. sbs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에서는 pd가 ‘출연자 관리가 소홀했던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나 고의는 아니었다’고 하였다. 과거에도 이러한 문제점은 상존했다. 한 노인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혼자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짝지어 주는 코너에서 배우자가 있는 할아버지가 또 다시 할머니를 구해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후 그 프로그램은 편성에서 삭제되었다. 또 kbs <아침마당>의 경우 ‘tv중매-배우자를 찾습니다’ 코너를 진행할 때 철저한 사전심사를 통해 사고예방의 노력을 기울였다. 출연자의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신원증명원(전과 사실 확인), 필요시 제적등본(원적 확인)까지 요구하는 등 사실확인에 철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경우는 확인하기 어렵고, 사기성이 있다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 알아내기 어려운 점이 있어 내용적으로 상당히 진지한 만남이었고 소구력도 있었지만 미연의 사고에 대비해 98년 10월(1년 7개월 지속)에 폐지한 바 있다.이번 파문으로 불거진 또다른 문제점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제작진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수용자집단으로부터 오히려 남녀관계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 만남이나 짝짓기는 재미있는 오락의 소재이지만 만남의 형태가 지극히 표피적이고 자극적인 것으로 정형화되어, ‘가정’과 ‘결혼’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전락시키고 은연중에 배우자 선택의 기준을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졌던 덕목인 ‘사랑’에서 ‘외모’와 ‘조건’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만남과 사랑의 즉흥성과 강요를 조장하고, 여기에 선남선녀의 섭외와 이로 말미암은 시청자들의 괴리감과 위화감 조성이라는 비난도 면하기 어렵다.
|contsmark2|2. 대안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청춘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편성하면서 이런 사고는 어쩌면 불가피하게 예고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다양한 만남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방송용 소재로써 소구력을 갖춘 아이템을 매번 발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환경이 ‘조작’과 ‘겹치기 출연’을 용인해주는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파문을 계기로 각 사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새로운 포맷개발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시청률을 의식한 지나친 볼거리 위주의 제작에서 과감히 탈피해, 프로그램 본연의 의도인 청춘남녀의 건전한 만남에 더욱 무게를 실어야 한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포맷 개발과 현실적으로 구혼이나 맞선이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만남을 주선해주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얼마든지 좋은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tv가 아니었으면 이루어지기 힘든 만남을 주선해 tv의 또 다른 기능인 ‘솔루션(solution)’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둘째, 제작환경의 개선도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부족한 시간과 인원으로 제작일정에 쫓기다 보면 훌륭한 기획과 건전한 시청률을 보장하는 새로운 포맷의 개발은커녕 그날그날 프로그램의 꼼꼼한 검토에조차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개별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인원의 확보와 제작환경의 개선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건강하고 완숙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에 건전한 방송철학과 도덕성의 결합이 선행된다면 현재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예쁘게 포장된 사랑엿보기 수준을 넘어 청춘남녀의 ‘멋진 만남’을 통해 평균 600만이 넘는 시청자들의 ‘사랑방’에 즐겁고 ‘황홀한 밤(wonderful tonight)’을 선사하며, 나아가서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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